구름 속의 내 인생-1

by 커피탄 리

나는 올해로 스물여섯이다. 한국 고유의 나이로. 만으로 하면 생일이 지나지 않아 스무네 살이 된다. 인생이란 주제로 글을 써보려 한다. 아직 인생을 말하기에 많지 않은 나이이니 만큼 내 인생에 관해 말해볼 것이다.

인생은, 적어도 내 인생은 태어난 순간부터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유복하지 않은 시골 교회 목사의 아들. 스물 일곱 어머니와 서른 아버지를 둔 한 가정의 장남. 부산 국제시장에서 수십 년간 장사를 하신 외할머니의 손자. 두 동생을 둔 형이자 오빠. 나는 대충, 그런 닉네임으로 정의되어진다. 그리고 내가 있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가지를 뻗쳐 나가 내 삶이란 이야기가 그러졌던 것이다.

처음엔, 나의 의지대로 살 수 없었겠지. 아버지, 어머니, 아니 그 위에 계신 주님의 의지대로, 나는 전국 이곳저곳을 방랑해야 했다. 네 번의 초등학교 입학은 나에게 적응력을 주었으나, 동시에 정과 사람들을 앗아갔다. 그것들이 얼마나 내 인생에 가시처럼 되었던지.

학교를 들어간 후, 처음으로 사회에 던져진 후, 나는 구름 속에 갇히게 되었다.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목소리, 발소리. 선생님의 외침. 때가 되면 울리는 종소리와. 급식실에서 풍겨 오는 음식 냄새. 물 떼 냄새. 그런 것들이 구름 속에서 나를 에워쌌다. 그곳에서는 나의 의지가 온전히 작동되었을까? 반은 맞고 반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자라나면서 자신의 의지를 사회에 맞추는 법과, 자신의 의지로 사회를 개척해 나가는 법을 배운다. 가령 수업 시간에 호기심이 들어 손을 번쩍 든다던가. 운동회 때 계주 대표로 나가 일등을 거머쥔다던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반면. 국영수사과 다섯 과목을 의자에 꼬박 앉아 수학해야 한다던가, 급식실에서 정해진 메뉴를 먹어야 한다던가. 가나다라 이후 에이, 비, 시, 디와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을 외워야 한다던가. 등의 일들은 사회가 설정한 요구대로 실행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그러했듯,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열네 살의 까까머리 소년은 교복을 입었고 이제 어머니의 눈길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되었다. 당시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주변의 시선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어려서부터 수많은 눈들이 감시탑에서 날 지켜보는 환경 속에서, 교회 안에서 자랐다. 그렇기에 타인의 시선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 않아도 될 생각들이 늘어났고 내 공상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자연히 그런 성향은 날 구속으로부터 탈출하도록 만들었다. 학교에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게 온 동네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중학생활을 보냈다.

선천적으로 신체가 왜소했던 내가 기댈 곳은 힘 있는 아이들의 그늘뿐이었다. 나는 그들을 동경했다.

교회 안에서나, 학교 안에서나 나는 강자의 편에 붙으려 했고 약자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입학 때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열일곱 살이 된 뒤, 우리 가족은 또다시 이사를 가야 했다. 교회를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없는 것이 없는 대도시인 부산에서, 있는 것이라곤 논밭 밖에 없는 작은 시골인 함안으로. 그곳의 들판에서 샛노랗게 피어 있는 들꽃을 보고 내가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외로움과 서글픔이었다. 하늘은 보랏빛으로 바래 있었고, 우중충한 구름이 내 앞으로의 향방을 예고하는 듯했다. 나는 부산의 친구들과 그 시절의 삶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무리 지어 다니는 시골 아이들의 삶 속에 끼어들 수 없었다. 선생님은 무심했다. 내가 약한 탓이었다. 나는 어느 순간 구름을 보고 우울을 느끼게 되었다. 구름 속에서 온갖 잡다한 소리들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 소리들과 향에 익숙해져 내가 구름 속에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쌀 저장소가 훵하니 놓여 있는 논밭에 덩그러니 추방되어서 뜬 구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강변의 갈대가 흔들리고 억새가 춤을 추었다.

결국 학교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나는 학교를 자퇴했다. 집안은 뒤집어졌고 암울한 적막이 거실 공기를 탁하게 했다. 마침 새로이 집에 들어온 동생과 계속해서 트러블이 생겨났고, 집에서 설자리를 잃은 나는 계속해서 고독해져 가고 삐뚤어져갔다. 여기껏 오는 동안 주목할 만한 나의 의지는 내가 자퇴를 했다는 사실 밖에는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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