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노예

by 커피탄 리

노예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 ‘인격의 존엄성마저 저버리면서까지 어떤 목적에 얽매인 사람.’ 이란 뜻이다. 동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자본의 노예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다. 오늘날의 사회제도는 구속적이고 종속적이다.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돈이 없으면, 인간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역의 노숙자들을 보라. 그들도 한 때는 어엿한 가장이자 부모 아들, 딸이었을 것이다. 사회와 개인의 탓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오늘날의 사회 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동적 주체인 사회와 개인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시스템과 틀에 갇혀 삶을 살아간다. 어쩌면 스스로 시스템과 틀에 갇혀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우리는 자유와 이상을 위한 선택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이 기나긴 교육기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란 무엇인가? 꿈인가? 희망인가? 열정인가? 순수함인가? 아니다. 이 이상한 교육제도는 우리에게,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중 어느 것도 주지 못한다.

교육에서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을 사회는 제시한다. ‘돈’이라는 새로운 이상향을. 모 배우가 선전한 ‘모두들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의 문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왜 우리가 모두 부자가 되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부자’라는 단어에 홀려 삶의 방향성을 상실하고 있다. 아이들은 유튜버가 되고 싶어 한다. 청년들은 주식, 코인, 도박에 열중해 있다. 장년들은 빚더미에 올라있다. 노인들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방에서 외롭고 고독한 일상을 살아간다. 사회에 희망은 없고 실의와 낙담, 절망이 대기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인생에 진정한 의미와 목적은 찾을 수 없고, 오로지 돈을 벌겠다는 목적만이 사회에 팽배해 있다.

‘아이들이 유투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말에,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튜버도 꿈 아닌가?’, ‘돈이 목적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돈 많이 벌겠다는 게 잘못된 것인가?’

하지만, 청년들이여, 부모 세대들이여, 이 목적 뒤에 뭐가 남아 있는가?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유튜버가 되겠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튜버가 되려는 목적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가 이 목적으로 가득한 것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남을 짓밟고 올라서면서까지, 수단과 목적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버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그런 삶을 추구한다면 후대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 것인가? 으리으리한 집, 번쩍번쩍한 자동차, 값이 계속 치솟는 부동산은 남겨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아마 대부분은 그런 허상만 꿈꾸며 일개미처럼 일만 할 것이다. 일을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돈이 우선적인’, ‘돈을 위해’ 모든 것이 부가적으로 존재하는 이 시대의 사상이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삶에 진정한 행복이란 있을 수 있을까? 동시대인은 돈을 왕으로 섬기며, 인간을 우습게 생각한다. 예전에, 사람들이 추구하던 이웃끼리의 따뜻한 정이나, 연인끼리의 뜨거운 사랑, 가족끼리의 배려나 친구 간의 존중 같은 보이지 않는 가치들은 철저히 유린되었다.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삶, 불쌍한 이웃을 돌보는 동정심, 불의를 보고 참지 않는 마음 따위는 사라지고 있다. 그 누구도 교육에서 그 중요성을 부각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대학,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직장, 좋은 환경을 얻기 위해 아이들을 사지로 내몰 뿐이다. 이제 이 세상에는 돈과 이기심 두 괴물만이 남아 사람들을 노예로 부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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