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의 상실

미디어에 종속된 삶

by 커피탄 리

인간이 길이를 제는 척도가 되는 자는 직선이다. 인간은 이 직선으로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인간의 창의성은 한계가 보인다. 인류 문명의 최대 발명품이라 하는 AI도 스마트 기기도 결국에는 고철덩어리일 뿐이다.

문명이 진화하며, 사람들은 전에 없었던 필수적인 물건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봉화로 신호를 확인하던 시대가 있었던 반면, 전보를 치던 시대가 있었고, 선으로 연결된 전화기를 쓰던 시대가 있었던 반면, 무선 더 나아가서 와이파이와 데이터를 이용해 스마트기기를 쓰는 시대가 왔다. 그 시대가 도래한 지도 벌써 10여 년, 세상은 스마트기기의 천국이 되었고 스마트기기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그동안 인간은 얼마나 직선적이 되었는가? 직선적인 건물에서 직선적인 책상에 앉아 직선적인 전자기기를 들여다보며 업무 및 소통을 수행한다. 직선적인 버스와 지하철, 직선적인 건물들 아래를 지나는 인간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스마트 기기를 보느라.

인간의 신체가, 그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모든 것이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자연 만물도 마찬가지이다. 나뭇잎의 톱니와 나뭇잎의 모양은 모두 곡선으로 되어있다. 나무의 몸도 그렇다. 그 어느 것 하나 직선인 것이 없다. 구름이 그렇고, 들풀과 꽃이 그렇다. 바람도 곡선. 파도도, 파도의 움직임도 곡선. 인간이 만들지 않은 것은 모두 곡선이다. 그 형태의 창의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인간이 직선으로밖에 창조할 수 없는 것을,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수의 곡선을 조율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그 원리는 마치 인간과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를 구분 짓는 선 같다. 셀 수 없이 많은 별처럼, 셀 수 없이 휘어지고 구부러지는 만물의 형태. 그 어떤 인간이라고 해서 과연 발상조차도 할 수 있을까? 그런 인간이 만든 창조체인 AI와 스마트기기. 인간의 모든 감정 작용을 지배하는 이 기기는 대자연 앞에 참으로 보잘것없다.

자연은 무너져가고 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가고, 산의 나무들이 수없이 베어진다. 세상에 곡선이 사라지고, 하늘은 먼지로 뒤덮이고 있다. 곡선으로 이루어진 인간들은 계속해서 번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곡선을 바라보지 않는다. 인간은 자연을 거부하며, 자연을 해치고, 자연을 도구화한다. 자연은 인간을 끊임없이 안으려 하지만, 밀어내는 것은 인간이다. 현대의 인간은 네모난 상자 안에 자기의 온 신경을 가둔 체,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등 뒤에 거대한, 측량할 수 없이 거대한 곡선의 집합이 오케스트라를 이루고 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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