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1. 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

탤런트 코드

by Dothink

By Dothink


누구에게나 '처음'은 서툴고 막막하다.

나에게는 초기 영업부 팀장 시절이 그러했다.

팀장이라는 직함은 달았지만, 정작 내 마음속은 물음표로 가득했다.


매일 아침 화이팅을 외치며 팀원들을 현장으로 내보냈지만, 성과는 늘 제각각이었다.

누구는 타고난 입담으로 계약을 척척 따오는데,

누구는 성실함에도 불구하고 문턱에서 좌절했다.


당시의 나는 그 차이를 '재능' 혹은 '노력'이라는 모호한 단어 속에 가둬두고 있었다.

타고난 재능이 없는 팀원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스스로 한계를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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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리더십의 한계에 부딪혀 답답해하던 어느 날,

HR 부서에 근무하시던 평소 가깝게 지내던 형님이 책 한 권을 건넸다.

무심하게 툭 내뱉은 “한 번 읽어봐, 좋은 책이야.”라는 말과 함께 내 손에 쥐어진 책은

대니얼 코일의 『탤런트 코드(The Talent Code)』였다.

이 책은 내가 팀을 운영하는 방식과 사람의 역량을 바라보는 관점에 조용히 변화를 가져왔다.


저자 대니얼 코일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는 집단들을 관찰하며

천재성 뒤에 숨겨진 공통분모를 찾았다.

그가 제시한 핵심은 뇌 신경 회로를 감싸는 절연 물질인 ‘미엘린(Myelin)’이다.


우리가 특정한 동작을 수행하거나 생각을 할 때 뇌에서는 전기 신호가 흐른다.

이 책에 따르면, 올바른 방식으로 연습을 반복할수록 미엘린이라는 물질이 신경 회로를 감싸게 된다.

전선이 잘 절연되어야 전류가 빠르고 정확하게 흐르듯,

미엘린이 두꺼워질수록 숙련도는 높아진다.

재능을 타고난 운명이 아닌, 뇌 회로가 물리적으로 단단해지는 과정으로 이해하게 된 계기였다.


나는 책에서 읽은 ‘심층 연습(Deep Practice)’의 원리를 팀 코칭에 차근차근 적용해 보았다.


첫째, 거대한 산을 벽돌 단위로 쪼개는 것(Chunking)이다.

영업을 하나의 큰 단위로 보지 않고, 첫 인사부터 클로징까지의 단계를 세분화했다.

고객을 만나는 첫 3분의 오프닝,

상대의 거절 뒤에 숨은 진짜 니즈를 파악하는 질문,

그리고 마지막 클로징까지 수많은 미세한 기술의 집합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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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노력을 강조하기보다,

부족한 특정 단계를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Role playing)


둘째,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서의 실패를 장려하는 것이다.

미엘린은 자신의 능력치를 조금 넘어서는,

아슬아슬하게 실패하는 지점에서 가장 활발하게 생성된다.

나는 팀원들에게 완벽한 성공만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실수는 회로가 연결되는 신호"라고 강조하며,

실패한 상담 일지에서 무엇을 교정해야 할지 찾아내는 것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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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은 항상 필드에서 팀원들과 동행 방문을 통해 코칭해야 한다.

약점, 강점을 메모하고 독려해야 한다.


실수를 부끄러워하던 팀원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직면하고 즐기기 시작하자,

팀원의 역량은 성장하고 팀의 성과는 가속도가 붙었다.


셋째, 속도를 늦추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영업 현장은 늘 급박하다.

하지만 실수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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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선수가 느린 동작으로 스윙 폼을 교정하듯,

우리 팀원들도 상담 스크립트를 천천히 읊어보며 자신의 어조와 단어 선택을 정밀하게 다듬었다.

천천히 느리게, 그러나 정확하게 반복할 때 미엘린은 비로소 단단해졌다.


그 시절 형님이 선물한 『탤런트 코드』는 미숙한 나에게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리더는 단순히 성과를 독촉하는 사람이 아니다.


팀원들이 각자의 뇌 속에 미엘린이라는 단단한 성장을 쌓아 올릴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하고,

그들이 기꺼이 ‘의미 있는 실패’를 마주할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조력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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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느꼈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확신은,

이제 나의 커리어를 설명하는 솔직한 철학이 되었다.


지금도 누군가 성장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런류의 책을 추천할 것이다.


내가 받은 그 따뜻한 손길처럼,

당신의 뇌 속에도 탁월함의 회로가 이미 준비를 마쳤다고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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