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소리사설처럼 낭송하는 '이야기 풀림' 방식
백석의 시는 산문처럼 연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산문시를 낭송할 때에는 줄마다 호흡을 끊어서 읽는다. 그러나 백석 시는 문장을 길게 연결해서 물결처럼 이어서 낭송해야 한다. 판소리 사설처럼 이야기를 하듯이 이어서 낭송하는데, 이러한 낭송 방식을 "이야기 풀림 방식"이라고 한다.
이는 백석 시인의 시가 판소리 투의 옛날 이야기 투의 이야기꾼의 호흡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판소리 사설을 하는 광대가 강조할 부분은 호흡을 늦추고, 서사적인 부분은 빠르게 몰아치는 방식으로 관객이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백석의 시도 서사적 구조를 갖춘 이야기와 열거의 방식으로 인해 호흡과 속도의 완급 조절과 성량과 톤의 변색 등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듯이 풍성하고 다채롭고 낭송을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석의 시를 읽을 때에는 전체적인 흐름과 강세의 파동을 살려서 낭송해야 하며, 긴 문장 속에서 텃말과 의성어에 초점을 맞춰서 피크를 터트리듯이 낭송을 한다. 전체적으로 긴 호흡을 유지하며, 문장 전체를 물결처럼 읽는다.
백석의 시 '국수'는 화려한 수식보다는 체험된 감각이 잘 드러난 시이다. 국수라는 시는 이 시만의 호흡과 리듬이 생명인 작품이다. 이 시를 입체적으로 낭송하는 방법을 4단계로 나눠서 설명해 보고자 한다.
이 시의 특징은 문장이 국수 가닥처럼 길게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시를 살펴보자.
국수/ 백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메기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 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은댕이 예데가리 밭에서
하로밤 뽀오햔 흰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이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베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베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녯적 큰마니가
또 그 짚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 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녯적 큰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1연 19행
2연 4행
3연 2행
총 3연 25행으로 이뤄진 시이다.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메기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문장이 이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져 4개의 문장이 하나로 연결이 된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 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위와 마찬가지로 4개의 문장이 이어져셔 연결이 된다. 국수 가닥처럼 길게 이어져 있는 특징이 있다. 자, 그렇다면 이 시를 어떻게 낭송하면 좋을까? 그렇다. 호흡도 길고 유연하게 해야 한다.
"이것은 ~ 오는 것이다"로 반복되는 구조 속에 국수 분틀에서 끊임없이 뽑혀 나오는 국수 가닥을 문장으로 구현해 낸 것이라고 보면 된다. 시인은 국수 가닥의 느낌을 살리고자 길게 쓴 것이니 낭송가가 그 의도에 맞게 길고 유연하게 낭송하면 된다. 복식호흡을 충분히 하고 한 문장 한 문장을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여 중간 중간 가볍고 짧게 숨을 채워가면서 리듬감을 살려서 낭송을 한다.
이 시는 오감을 차례대로 자극한다.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메기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 시각 : 눈 덮인 마을의 풍경이 시각적으로 묘사된다.
하로밤 뽀오햔 흰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
- 시각 : 겨울밤 부엌에서 흰 김이 올라오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 후각 : 구수한 즐거움. 즐거움을 후각적으로 표현했다. 감각의 전이.
청각 : 흥성흥성 소란스러운
타는 듯한 녀름볕 속
촉각 : 여름의 뜨거움을 촉각적으로 표현했다.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 후각 :가을 바람의 냄새를 표현했다.
텁텁한 꿈을 지나서
- 미각 : 꿈이라는 추상어를 '텁텁한' 이라는 미각적 감각으로 전이시켰다.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 시각 : 눈이 쌓인 밤 집의 평화로운 모습을 묘사했다.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시각, 미각, 촉각 등의 다양한 감각이 드러난다.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후각, 촉각
감각적인 시어의 질감을 살려서 낭송하는 것이 이 시의 핵심 포인트이다.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구수한 즐거움"이 부분에서 구수한 질감을 살려서 "구수우한~" 길게 늘여서 구수한 맛의 질감을 살려서 낭송한다.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메기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 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 이 부분까지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톤으로 감각적 시어들의 질감을 살려서
길게 호흡을 이어가면서 낭송한다.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시각과 촉각과 미각이 동시 드러나는 이 부분에서 마치 국수를 눈 앞에 두고 먹을 때 느껴지는 맛을 상상하는 듯이 낭송한다. "히스무레하고"에서는 그것을 눈앞에서 보는 듯이, "부드럽고"에서는 그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는 듯이, "수수하고 슴슴한" 에서는 미각을 느끼는 듯이 낭송을 한다.
이런 감각적 시어들을 낭송할 때에는 감각의 질감을 살려서 낭송하고, 또한 그것이 지금 여기 눈 앞에 실존하는 듯이 낭송을 하여 생생한 현장감을 살릴 수 있도록 낭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 이 부분에서는 냄새로 가득찬 삿방과 쩔쩔 끓는 따뜻한 온돌방의 온기가 생동감 있고 활기차게 묘사되어 있다. 이 부분을 낭송할 때 낭송가는 좀 더 힘을 주어 에너지가 넘치는 듯이 활력 있게 낭송을 한다. 겨울 밤 맛있는 육수국 냄새와 장작을 태울 때 나무 타는 냄새와 따뜻한 온돌방의 느낌을 생생하게 구현해 내어 현장감을 살려서 낭송한다.
이 작품은 전반부에서는 마을에 눈이 내리는 장면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눈이 오자 아이들은 꿩 사냥을 하고 어매는 김치를 가지러 가고, 부엌에 불을 밝히고, 분틀을 꺼내어 국수를 뽑고, 솥에 물을 끓이고 육수를 끓인다. 그리고 국수를 차려놓고 국수를 먹는 내용이다. 눈이 내린 겨울 밤에 국수를 만들어 먹는다는 내용이다. 너무도 사소한 시골의 겨울 밤 일상을 그리고 있다. 너무도 평범한 일상이기에 시인도 이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마을을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평범한 시골집의 겨울 밤에 국수를 삶아 먹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할 것 같지 않다. 그 대단하지도 않을 것 같은 시골집에서 백석 시인은 기가 막힌 삶의 원동력과 활력을 발견하고, 아득한 옛날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뿌리 깊은 역사와 공동체의 의미를 찾아내고 있다.
국수 가닥처럼 이어지는 민족의 영속성과, 그 민족이 몸으로 이어온 실존하는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거창한 이념도 국가관도 아닌 민족 스스로 자생적으로 현실적으로 이어온 역사를 국수라는 소재를 통해서 담아내고 있다.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넘어 우리 민족의 고귀한 생명력을 예찬하는 장엄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낭송할 때에는 이러한 정서를 잘 담아서 낭송하면 된다.
백석의 시에는 텃말과 고어들이 갖는 자체적인 소리의 맛이 있다. 그 소리의 맛을 잘 살려서 낭송한다.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 시어는 들뜬 마을의 분위기를 살려서, 기쁜듯이 낭송하는데 이때 어깨를 살짝 들썩이는 몸짓을 하여 흥성 거리는 느낌을 잘 살려낸다.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 은근~하니 ~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
이것은 /오는 것이다//
'/' 부분을 끊어 읽는 부분지만, 이 시에서는 국수가닥처럼 길게 이어서 낭송해야 하기 때문에 '/' 부분에서도 잠깐 쉬어주되 호흡을 내려놓지 않아야 한다.
'~' 부분은 길게 늘여서 낭송을 한다.
이 히수무레에~하고 / 부우드러업고 /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 무엇인가 //
'~' 부분은 길게 늘여서 낭송을 한다.
'/' 부분을 끊어 읽는 부분지만, 이 시에서는 국수가닥처럼 길게 이어서 낭송한다. 당연히 낭송자가 자신의 호흡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 부분에서 끊으라는 건 아니다. 자신의 호흡을 생각해서 적당히 끊어 읽어면 되는데, 중요한 건 뚝 끊기는 느낌이 들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해서 읽으면 된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 외따른 산 옆은댕이 예데가리 밭에서 /
하로밤 뽀오햔 흰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 부분도 한 호흡으로 밀고 가듯이 호흡이 뚝 끊기거나 내려 앉지 않도록 낭송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호흡을 많이 물고 있어야 하는 부분인데다가, 어려운 발음이 많이 나와서 실수가 많은 부분이라 연습이 특히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부분의 발음은 아래와 같다.
외따른 산 옆은댕이 예데가리 밭에서
[외따른 산 여프댕이 예데가리 바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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