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을 위한 시 읽기와 감상
객석에 앉은 여자 그녀는 늘 어딘가가 아프다네.
이런데가 저런데가
늘 어느 곳인가가.
아프기 때문에
삶을 열렬히 살 수가 없노라고
그녀는 늘상 자신에게 중얼거리고 있지.
지연된 꿈, 지연된 사랑
유보된 인생
이 모든 것은 아프다는 이름으로 용서되고
그녀는 아픔의 최면술을
항상 자기에게 걸고 있네.
난 아파,
난 아프기 때문에
난 너무도 아파서
그러나 그녀는 아마도 병을 기르고
있는 것만 같애.
삶을 피하기 위해서
삶을 피하는 자신을 용서해 주기 위해서
살지 못했던 삶에 대한 하나의 변명을
마련하기 위해서
꿈의 상실에 대한 알리바이를 주장하기 위해서!
그녀는 늘 어딘가가 아프다네.
이런데가 저런데가
늘 그저 그런 어떤 곳이.
김승희(1989) <달걀 속의 생>,문학사상사
== 시샘의 시 읽기와 감상 ==
몸살감기였다.나는 집요하게 하던 일을 계속하려고 했고, 몇 시간을 견뎠다. 그러다가, 온 몸을 찌르는 고통을 핑계로 하던 일을 멈추고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누워 버렸다. 아프니까 나를 용서하기로 했다. 해야 할 일이며, 숙제를 멈추어도 나를 혼내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내려놓고 충분히 아프기로 했다. 그렇게 하룻밤을 푹 자고 났더니 다음 날 오후에는 몸이 개운해졌고, 다시 일상을 시작했다. 어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지만 아프고 난 뒤의 일상은 매우 감사하고 기뻤다. 아프면 다 소용 없는 일인데, 아프지 않고 일상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 것이다.
아플 땐 내가 하던 일을 상실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덜하다는 것은 확실히 공감했던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못된 심성이 있어서, 이렇게 스스로에게 아찔한 순간에 오히려 엎어진 김에 누웠다 간다는 심보가 생긴다. 자기를 스스로 변명하면서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 변명을 하기 위해 병을 만들고 있는 어리석은 짓을 하게 된다.
스스로의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남들이 사는 것을 구경이나 하면서 언제나 객석에만 앉아 있는 삶을 사는, 꿈을 꾸지 않는 삶. 그런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 없는 병도 만들어 내는. 늘 어딘가가 아픈 여자.
이 시는 현대인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회피와 자기 합리화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시이다.
1. 주제: 삶의 회피와 자기 합리화
이 시의 핵심 주제는 '아픔'이라는 핑계로 삶을 회피하고, 그 회피를 스스로 용서하며 자기 합리화하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화자는 '객석에 앉은 여자'를 통해 꿈과 사랑, 인생 전반을 유보시키는 태도 뒤에 숨겨진 심리적 기제를 파헤친다. '아픔'은 단순한 신체적 고통이 아니라, 삶의 도전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정신적 방어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2. 구성: 반복과 심화
1연 ~ 3연 중반: '아픔'이라는 표면적 이유 제시
여자가 늘 '어딘가가 아프다'고 말하며, 이로 인해 삶을 열렬히
살 수 없다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제시한다.
'지연된 꿈, 지연된 사랑, 유보된 인생'이 '아픔'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3연 중반 ~ 6연: '아픔' 뒤에 숨겨진 진짜 이유 심화
화자는 여자가 '병을 기르고 있는 것만 같애'라고 말하며,
'삶을 피하기 위해서', '살지 못했던 삶에 대한 하나의 변명',
'꿈의 상실에 대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진실을 폭로한다.
첫 부분에서 제시된 '아픔'이라는 표면적 이유를 넘어서,
그 뒤에 숨겨진 심리적 회피라는 본질을 파고들어 주제를 심화하고 있다.
마지막 연의 반복은 여자의 상태가 고착화되었음을 암시한다.
3. 어조: 비판적이고 통찰력 있는 어조
시의 어조는 겉으로는 관조적인 듯 보이지만, 내면 깊숙이 비판적이고 통찰력 있는 시선을 담고 있다. 화자는 '객석에 앉은 여자'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듯하지만, '그녀는 아마도 병을 기르고 있는 것만 같애'와 같은 구절에서 그녀의 자기 기만에 대한 단호한 판단을 드러낸다. 이는 단순히 연민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냉철함을 보여준다.
4. 표현법: 반복과 점층, 의문형 진술
반복:
"늘 어딘가가 아프다네.", "이런데가 저런데가", "난 아파" 등의 구절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여자의 습관화된 태도를 강조하고, 시의 리듬감을 형성한다.
점층:
후반부 "삶을 피하기 위해서 / 삶을 피하는 자신을 용서해 주기 위해서 / 살지 못했던 삶에 대한 하나의 변명을 / 마련하기 위해서 / 꿈의 상실에 대한 알리바이를 주장하기 위해서!" 부분은 점층적으로 반복되며, 여자가 '아픔'을 이용하는 심리적 기제가 얼마나 다층적인지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의문형 진술:
"그녀는 아마도 병을 기르고 있는 것만 같애."는 표면적으로는 추측이지만, 강한 확신과 함께 여자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화자의 통찰력을 드러낸다.
대비:
'열렬히 살 수가 없노라고'와 '병을 기르고 있는 것만 같애'는 여자가 주장하는 이유와 화자가 파악하는 진실 사이의 대비를 통해 주제를 부각한다.
*시 낭송 시 어조와 감정
이 시를 낭송할 때는 단순히 아픈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아픔' 뒤에 숨겨진 인간의 나약함과 자기 기만을 꿰뚫어 보는 시선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초반부에는 약간의 연민을 담되, 중반부 이후 화자의 비판적 시선이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어조를 좀 더 단호하고 날카롭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특히 '그러나 그녀는 아마도 병을 기르고 있는 것만 같애.' 부분에서는 반전의 뉘앙스를 담아 청중에게 강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 반복되는 구절에서는 지루함을 피하고, 의미를 새롭게 강조하며 변화를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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