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낭송을 위한 시 읽기와 감상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시집 '농무' 1973년 수록작>
== 시샘의 시 읽기와 감상 ==
농무는 당시의 고달픈 농촌의 현실을 사실적이고 표현한 작품이다. ‘농무’는 한국의 오랜 전통문화 중 하나로, 가을걷이를 끝낸 농민들이 그간의 수고와 풍년을 기뻐하며 한데 어울려 흥겹게 춤을 추는 민족 전통 놀이이다. 한 해 동안의 고생을 위로하고, 작물을 수확하는 기쁨을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즐기는 전통 놀이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처음 시작부터 징이 울리고, 막이 내리는 것부터 시작이 된다. 춤을 언제 춘 것인지 농무를 춘 농민들의 얼굴은 분으로 얼룩이 진 상태이다.
기뻐해야 하는 자리인데, 기뻐하기는커녕 시작부터 막이 내리는 아찔한 순간이다. 작가는 우리의 전통 문화인 농무가 더 이상 기쁨의 축제가 아닌 것을 ‘막이 내렸다’는 시구를 통해 말해 주고 있다. 풍년의 기쁨으로 화사하고 곱게 화장을 한 얼굴이어야 할 농민들의 얼굴은 온통 얼룩진 얼굴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작가는 기묘한 표현법으로 ‘분’이라는 어휘를 사용하고 있는데, 원래 ‘분’이라는 것의 표면적 의미는 화장할 때 사용하는 분가루를 의미한다. 그러나 상황이나 느낌을 통해 볼 때 이 시에서 사용한 ‘분’의 의미는 한자어로 분노에 해당하는 분노할 ‘분(忿)’자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이 시는 이렇게 겉으로는 농민들이 흥겨운 춤을 추는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의미를 자세히 새겨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는 흥겨워야 할 농민들의 축제가, 농민들의 서러움이 폭발하는 순간으로 변해 버린 현실을 그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민들은 왜 이렇게 분노했을까?
농민들은 원래 이렇게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이유를 살펴보자.
이 시가 창작된 때는 1973년이었다. 당시에 한국은 전쟁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시작하던 때였다. 산업화를 가속화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는데, 그 중 농민의 문제가 심각했다. 국가의 곡물 저가 정책으로 인해 농민들은 자신들의 수확물을 매우 싼 가격에 팔아야 했던 것이다. 일을 하고, 그 수확물로 인해 생계를 잇고, 살아가야 했던 농민들이었는데, 그 수확물의 가격이 비룟값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면, 이들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렇다고 갑자기 평생 동안 해 왔던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처지였다. 농민들은 이 당시 너무나 극단적으로 가난해졌고, 수 많은 농민들이 울분을 삭이며 자신이 살아왔던 고향을 떠나야 하는 비극적인 일이 겪어야 했다.
온 국민이 다 같이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그때, 이들의 아픔을 대신해서 그 아픔을 말해 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중 신경림 시인이 농민들의 아픔을 감각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냈던 것이다.
이 짧고 간결한 한 편의 작품으로 인해, 우리는 농민들의 아픔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고, 농민들은 자신들의 아픔을 대신해서 말해주는 시로 인해 위로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온 국민들이 다 같이 공감해 주고, 아파해 주는 순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무자비하게 농민들의 희생을 강요했던 정책도 조금씩 변해야 하는 상황까지 갔던 것이다.
신경림 시인 말고도 한국의 유능하고 선량한 지식인과 문인들이 농민의 아픔을 대신 표현해 주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중에서 우리가 신경림 시인의 ‘농무’에 좀 더 관심을 쏟는 것은 그의 말하기 방식 때문이다.
울분과 분노를, 울분과 분노로 폭발할 듯이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렇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너무나 큰 울분이었으니까. 그러나 신경림 시인의 표현법은 그렇지 않았다.
반대로 말하기 기법을 사용했다. 얼핏 겉으로는 춤을 추는 흥겨운 놀이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진한 분칠을 한 얼굴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 울분과 분노로 얼룩진 얼굴이 있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기법이다.
따라서 아무것도 몰랐던 사람들도 춤과 흥겨움의 농무인 줄로 알고 다가왔다가, 그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농민들의 아픔을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농민과 약자의 입장을 대변해 준 위대한 지식인과 문인들 중에서도 신경림 시인에게 좀 더 고마움을 느끼는 이유이다.
==> "농무" 시낭송 들어 보세요. 시낭송을 잘하려면
시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화자의 심정에 맞게 어조와 톤을 조절해서 낭송해요.
https://youtu.be/t-KFYx6tcV8?si=1xC4uC18uBQ8wmU_
*표준 발음법
표준 발음법에 따라 된소리, 연음, 비음화, 유음화, 구개음화 등을 표기함.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 [징이 울린다 마기 내렫따]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 [구경꾸니 도라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 [우리는 부니 얼룩찐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 [학꾜 압 소줃찌베 몰려 수를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 [답따파고 고달프게 사는 거시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 [꽹과리를 압짱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 [따라부터 아글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 [처녀애들은 기름찝 담벼게 부터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 [처럽씨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 [보름따른 발가 어떤 녀서근]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 [꺽쩡이처럼 울부짇꼬 또 어떤 녀서근]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 [서리미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짇]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 [산구서게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어타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 [비료깝또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두고
→ [아예 여편네에게나 맏껴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쇠저늘 거처 도수장 아페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 [고갣찌슬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시 낭송 시 어조와 감정
- 이 시를 낭송할 때는 억눌린 분노와 서글픔이 깃든 낮고 굵은 어조로 시작해, 점차 신명이 오르는 부분에서는 성량을 높이고 힘 있게 읽어야 한다.
- 감정은 현실의 고단함과 원통함, 그리고 순간의 해방감이 뒤섞인 복합적인 정서를 담아야 하며,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들뜬 흥과 절박함이 함께 느껴지도록 표현하면 좋다.
-전체적으로는 무거움과 해학이 교차하는 농민의 삶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둔다.
시샘시낭송동아리 02)918-1377
시샘시낭송동아리 밴드 가입하러 가기 공유 band.us/@yk1377
*시의 주된 표현법
직설적 표현: 농민들의 고달프고 원통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와 같은 구절에서 화자의 감정이 솔직하게 표출된다.
역설적·반어적 표현: 농무의 신명과 흥겨움이 오히려 농민들의 한과 울분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쓰이며, 겉으로는 흥겨운 춤이지만 실제로는 절망과 분노를 드러냅니다.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민요적 리듬과 반복: 민요의 가락을 살린 운율과 반복적 표현이 시에 활력을 더한다.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 비유, 직유, 대조, 설의 등 다양한 수사법
-“보름달은 밝아” : 직유와 대조, 설의적 표현.
*시의 주제
농촌 현실에 대한 울분과 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소외되고 피폐해진 농촌에서 살아가는 농민들의 분노, 한, 절망, 그리고 그 속에서 신명으로 승화하려는 몸부림을 그린다.
현실에 대한 비판과 저항: 농무라는 집단적 춤을 통해 농민들이 현실의 고통을 분출하고, 사회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의지를 드러낸다.
*시대적 상황
1970년대 산업화·도시화의 그늘: 이 시는 1960~1970년대 한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농촌이 소외되고,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며 농촌 공동체가 붕괴되는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농민의 삶의 터전 붕괴와 소외: 농사를 지어도 생계가 어려운 구조적 모순, 공동체의 해체, 도시로의 인구 유출 등 당대 농촌이 겪은 사회적·경제적 위기를 사실적으로 형상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