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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근 Jan 15. 2023

대학의 스마트관광

몇 해 전부터 대학의 스마트관광학과 개설에 관한 제안을 많이 받아왔으나 모두 다 거절했었다. 

오랫동안 학문을 연구해왔던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기술 적용에 있어 실증이 핵심인데 상용화 단계의 의구심과 관광객 유입에 대한 근거가 불명확했기 때문이었다. 메타버스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이미 실증된 미디어파사드, 증강현실 등 실감콘텐츠로 얘기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플랫폼'이다.

스마트관광을 논할 때 '플랫폼'을 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2023년 변경된 스마트관광도시 공모 역시 플랫폼은 선택이 아니라 유일한 필수 항목이다.


우리 회사는(코스트) 경주시 스마트관광도시 조성사업 PM사로 플랫폼의 분석, 기획, 기초설계와 전체 사업관리를 하고 있다.

플랫폼은 여행자들에게는 유용하고 개인화된 정보를, 지역의 관광기업들에게는 판로를 개척해주고 지자체 및 유관기관에게는 사용자 DB와 마케팅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

이러한 유익함 때문에 플랫폼이 필수인데 문제는 플랫폼 사업이 들어가면 '정보화 사업'으로 간주되어 보안성 검토에서부터 산출물 관리까지 정보통신쪽 영역으로 사업관리가 된다는 것이다.

지자체 관광과와 관광기업, 관광대학, 유관 RTO, 재단이 정보화사업을 포용하기에 여러가지로 문제가 많다.


관광기업은 지자체 행정과 공공사업을 이해해야 하며 지자체는 정보통신과와 관광과가 융합된 TF팀이 결성되어야 하고 대학과 관광 유관 기관 역시 IT융합관광학과와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개설되어야 한다.

경주시는 정보통신과에서 IT를 담당했던 주무관이 차출하여 함께하고 있는데 이해도가 높아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전담 PMO와 한국관광공사 컨설턴트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한 것이다.


하지만 참여 기업과 대학, 기관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관광기업은 IT기업과 달리 플랫폼 관련 대규모 공공사업의 경험이 없다. 

지금까지 해왔든 상용화된 비즈니스모델로 접근하다보니 공공의 성격과 규격에 맞지 않아 많은 시간과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또한 문서 형태의 산출물 역시 걸림돌이다. 공공사업에 특화된 기업이면 한 달이면 가능할 일을 최소 3개월 이상 전 직원이 매달려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료도 없고, 경험도 없기 때문이다. 

(과정에서 PMO 도움도 받지만, 서류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곧 디지털전환이라 생각하며 적어도 스마트관광도시에 참여한 기업은 공공사업에 대한 이해와 틀을 잡아간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대학의 스마트관광으로 돌아가보자. 

플랫폼의 가치와 유용함은 앞서 얘기하였고(사실 플랫폼 유통을 얘기하면 더 길어진다)

이러한 플랫폼을 중심으로한 MaaS, 실감콘텐츠, IOT, NFT, 스마트오더, 데이터플랫폼, CRM기반의 IMC 마케팅 등의  교육적 대응과 타 분야의 융합이 과연 가능할까 고민이 된다.

석박사급 코스트의 연구원들을 보면 신입, 경력 직원이 스마트관광 용어와 기술을 이해하는데 똑같이 8개월~1년이 걸리더라.

이러한 과정에서 경력직 신규 연구원 3명이 모두 그만두는 일이 발생하였다.

기존의 연구와 완전히 다른, 실무를 하면서 마치 새로운 언어를 배우듯 공부해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대학이 스마트관광을 교과목으로 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과 '신기술', '관광' 모두를 이해하고 가르쳐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실감콘텐츠는 '문화'와 '예술'을 또 포함한다.

무조건 과부터 개설하여 각각 분야의 교수님을 모셔서 강의를 해버리면 종합적인 이해가 부족해 파편적으로만 적용되는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PM사로 다수의 컨소기업과 연동을 경험해보니 파편적 이해는 무척 위험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예로, 모빌리티 플랫폼 MaaS의 경우 각각의 모빌리티 특징과 관제시스템의 이해, 결정적으로 통합 플랫폼 연동까지 고민한 설계가 적용되어야 하였다. 이는 통합 플랫폼 기획 단계에서부터 적용되어야 한다.

만약 스마트관광학과를 만든다면, 통합적으로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관광전문 IT 기획자나 관광 전문 데이터사이언티스트를 육성하는게 현실적인데, 이는 정보대학의 컴퓨터공학과 또는 소프트웨어융합학과의 영역이라 말할 것이다.

결국 스마트관광 기초 연구 활동에 집중될 수밖에 없으니 연구용역사로의 진로는 가능하나 관광기업의 입사는 힘들어진다.


결론은, 관광대학의 스마트관광은 반드시 필요하나 대학의 여러 성과지표를 충족 시키기엔 아직은 시기 상조인 거 같다.

하지만 경주 사업이 끝나면 장기 계획으로 산학협력 R&D부터 하나, 둘 시작해 보려고 한다. 사명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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