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강에 석양이 내리면 우린 푸시(Phou Si) 산을 올라간다.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라오 맥주와 함께 자리하고 그저 아무 말도 없이 지는 해를 바라본다.
30분 남짓, 노을빛이 가슴에 스며들면 우리는 프랑스풍 아름다운 이 도시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연인이 아니더라도 달콤한 키스가 허락될 것 같은 그 풍경에...
해 뜨는 아침이면 강변을 따라 달리고 한낮엔 갓 나온 바케트와 함께 커피를 즐겼으며 어두워지면 강변 노천카페에서 씨푸드를 먹었던, 특별히 뭔가 하지는 않았지만 충만함 가득한 매력적인 도시였다.
무엇보다 지나 보니 참 로맨틱한 도시더라.
모퉁이를 돌면 요정들이 놀라 날아오를 것 같은 터키 블루빛 꽝시 폭포(tat kuang si) 계곡.
숲 속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며 때론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나무 위에서 다이빙도 하고 물고기들과 수영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60m 폭포 아래 계곡으로 흐르는 작은 폭포들도 아름답지만 여행객들을 피해 다소 험난한 산길을 올라 비밀의 호수 같은 폭포 위 풍경도 아름답고 신비롭다.
물의 고향 중국의 구채구(九寨溝)와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호수(Plitvice Lakes)와는 또 다른 신비로운 매력을 간직한 곳이다.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경치를 직접 물속에 들어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
라오스 방비엥(Vang Vieng)은 진정 액티비티의 천국이다.
더구나 남송(Nam Song) 강을 낀 카르스트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라오 맥주를 마시며 유유자적 튜브나 카약을 타고 내려가도 좋고 어두운 동굴 속을 헤트 렌턴을 끼고 탐험해봐도 좋다.
무려 10개의 코스로 운영되는 스릴만점의 짚라인도 인기이며 사륜 오토바이나 산악자전거를 렌털해 이곳저곳 둘러봐도 좋다.
이왕이면 좀 더 용기를 내어 클라이밍에 도전해보자.
기초적인 교육 후 단계에 따라 점점 높은 난이도로 올라간다.
초집중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남송 강에 풍덩 빠져 맥주를 즐기다 보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도시는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이곳 스마일 비치는 느린 시간 속에 아무도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해먹에 누워 맥주를 마시다 잠 오면 자고 눈뜨면 책 읽고 각국의 여행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지루하면 강변에 나가 튜브 타며 멍 때리는 그야말로 힐링 플레이스다.
그러다 밤이 오면 모닥불 주변에 모여 앉아 하늘로 날아올라 별이 되는 풍등을 한 참을 바라보며 또다시 멍 때리는 곳이다.
스마일 비치에 여유와 낭만, 자유를 부축이는 데는 음악도 한몫한다.
로맨틱한 선율의 뉴에이지부터 뽕필 나는 사이키델릭, 비트 강한 힙합까지 국적, 장르를 초월한 음악들을 선곡하여 하루 종일 틀어준다. 우린 그냥 해먹에 몸만 맡기면 된다.
블루라군에서는 누구나 친구가 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다.
터키 블루빛 호수와 나무 하나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조금의 용기에 모두가 관객이 되어 응원하고 멋진 포즈의 다이빙이 나오면 모두 함께 열광한다.
국적과 나이 인종을 초월한 이 놀이터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여행자들의 안식처다.
며칠 전 '여행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라오스 방비엥의 7가지 진실'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뜻한 바와 다른 댓글들이 올라왔다.
나는 여행자들의 안전을 뒤로하고 돈벌이에 급급한 라오스 정부와 지역 상인들에 대한 비판의 글을 쓴 것인데 한국 여행자들 때문에 물가가 오르고 여행지를 망쳤으며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 아니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안 가겠다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한국 여행자들을 싸잡아 욕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여행지에 사람이 많아지면 당연히 훼손되는 거고 그에 반응하는 지역 정책이 수반되어 자리를 잡는 것은 전 세계 어느 곳이나 다 비슷하다.
그런데 좋은 곳은 나만 알아야 하고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건 지극히 개인주의적 발상인 것 같다.
나는 '우리가 지금 라오스를 가야 하는 5가지 이유'에서 언급했듯이 라오스는 아직도 여행자들의 낙원이다.
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아름다운 낙원을 여행자 스스로가 지켰으면 좋겠다.
더 늦기 전에 다녀오시라 말씀드리고 싶고,
만약 부당한 일이 있다면 당당하게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행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라오스 방비엥의 7가지 진실 https://brunch.co.kr/@gtravel/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