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말싸움

by 로다온

화가 나고
말을 있는 대로
생각도 없이
쏟아부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또 후회할 것이 뻔하다

엄마는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고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방문을 닫아버렸다
그렇게 엄마의 마음도 다쳤다
안다
엄마가 아플 거라는 것을

엄마는 싸울 때면 바로 말을 하고 풀어야 한다
나는 혼자 말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조금 화가 가라앉은 후에
생각을 정리하고 할 말을 정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이 조금 덜 다친다는 것을 안다
싸움이란 자체가 나도 모르게 누군가 상처일 수 있으니까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언젠가 문득 깨달았다
그 뒤로는 조심하려 애쓴다
몸에 상처가 남는 것은 잘 치료하면 되지만
말로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것은
치료가 된다 한들 흉터까지 치료가 되진 않는다

침묵은 더 많은 상처와 생각을 만들지만
말도 상처를 내고 생각을 하게 만든다
침묵과 말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
물론 두 가지를 같이하면 몇 배로 아프겠지

마냥 어렸을 때에는 어른이 되면 좋은 것 만 있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가족을 떠나보내고 이별을 하고 사람에게 일에 상처를 받을 일이 투성이었다
부모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는 몰랐던 것을
조금씩 밖으로 나올 때면 날라 오는 화살에
적잖은 당황을 하고 그것을 경험이란 말로 포장한다
굳은살이 생기기 시작하면 정말로 어른이 된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근데 나는 또 엄마에게 상처를 줬다
말을 쏘아 부쳤고
엄마는 그럼에도 날 감싸 안으려 했다
더 좋은 어른으로 더 나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는 그 복잡하고 미묘한 모든 것들을
‘안다’는 두 글자로 막아버렸다

엄마는 나에게 인사를 잘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알고 미안함을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잘 못한 일에 사과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엄마는 포기하지 않고 가르쳤다
나는 고마운 일도 미안한 일도 인사할 줄 아는 애가 됐고 아직 엄마한테 배울 게 많고 물어볼 것도 많다

엄마와의 말싸움에 또 후회를 한다
내가 잘못했다
이제 엄마한테 어떻게 사과를 할지 생각하는 중이다
이따 저녁에 잠들기 전에 미안하다는 말로
아침에 엄마가 받은 상처를 덮으려 하겠지
엄마의 오늘 하루를 상처받은 채 잠들게 하고 싶지 않은 못난 딸의 작은 마음이다

엄마가 언제까지 옆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언젠가 엄마가 내 옆에 없을 때 나는 오늘 같은 일을
엄청 후회하고 아파하겠지

미안하는다는 말에
내가 한 말에 혹시 엄마가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도
괜히 심통 부린 것도
조금씩 고쳐가 보겠다는 것도
내가 잘못했다는 것도
짧은 사과에 엄마 마음이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
이기적인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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