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라이트 시네마에서 웡카 영화를 보다
저녁에는 로열 보타닉 가든에서 열리는 문라이트 시네마 일정이 있어
낮에는 간단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Royal Park Nature Playground를 찾았다.
호주에서 Top 5 안에 들어간다는 유명한 놀이터라는데
내 눈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가본 놀이터 중 가장 위험천만해 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놀이터 문화만 봐도 호주 아이들이 얼마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
호주 부모들이 얼마나 아이를 강하게 키우는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물론 한국 놀이터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네와 미끄럼틀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놀이기구의 높이와 구조가 꽤 과감해서
이곳에 처음 온 아이가 혼자 놀기엔 부모 입장에서 계속 긴장이 됐다.
위험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큰 아이와 달리
둘째 아이는 노련한 호주 아이들 사이에 끼어 똑같이 해보겠다고 밧줄에 매달려 놀았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퀸 빅토리아 마켓에 들려 유명하다는 아메리칸 도넛을 샀다.
우리가 평소에 먹는 도넛과는 달리, 투박하게 생긴 가정식 도넛이 아이들 입맛에 꽤 잘 맞았나 보다.
큰 아이가 3개, 둘째 아이가 2개를 앉은자리에서 순식간에 해치웠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며 저녁까지 먹고, 로열 보타닉 가든으로 향했다.
문라이트 시네마가 열리는 장소에 도착해 보니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뒤늦게 입장한 우리는 스크린에서 꽤 먼 곳에 겨우 돗자리를 펼칠 수 있었다.
영화관처럼 앞쪽에 마련된 좌석은 가격이 꽤 비싸서
지정 좌석이 아닌 선착순으로 앉을 수 있는 일반 좌석을 예매했었더랬다.
그런 자리가 아니라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저녁을 간단히 해결했었어야 했나 싶다.
또한 일반 좌석과 간이 의자를 가지고 온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구역이 달랐는데
간이 의자가 있는 사람들은 중앙을 기준으로 조금 더 사이드 쪽 구역에 앉게 했다.
다만 의자를 가져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
우리처럼 늦게 들어가도 의자가 있었다면 조금 더 스크린과 가까이 앉을 수 있었다.
해 질 무렵 시작하다 보니 석양으로 물든 멋진 하늘도 볼 수 있었다.
저녁 9시가 다되어 시작한 영화는 11시가 훌쩍 넘어 끝났다.
어린 둘째 아이는 안타깝게도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
오늘 우리가 본 영화는 웡카.
살면서 이렇게 잔디밭에 앉아 가족들과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 또 있을까.
아마도 우리 가족은 웡카 영화를 볼 때마다 보타닉 가든에서의 저녁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