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EU 농약잔류보고서-4 농약 칵테일

by 이타카

지난주, 국제 수준의 식품 안전 전문가에게 배움의 기회가 있었다. 우물안 개고리가 세상을 본 느낌이랄까. 우리나라 수의사나 농약전문가와는 사뭇 다른 차원이었다. 수준 높은 전문가의 깊이를 옅볼 수 있어 좋았고, 배움은 더 의미가 있었다. 기회를 만들어 또 다른 배움을 얻고 싶었고, 그는 혼쾌히 승낙했다. 그에 따르면 유럽은 식품안전관리에 있어 다소 지나친 면도 있다. 의심이 되면, 일단 규제카드부터 꺼내든다고 한다고 하니. 반면에 미국은 적정한 수준에서 검증되어야 식품 규제를 한다.


유럽과 미국의 식품에 대한 인식 차이는 식품표시에도 드러난다. 유럽은 철저히 100g 당 어떤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지 세세히 밝힌다. 미국은 각자 기준이 다르다. 어떤 건 10g 이쪽은 50g, 저건 100g. 이런 식이다. 확실히 유럽은 미국에 비해 식품 규제가 까다롭다.


이런 까다로운 식품규제의 시작점인 EU 식약처는 농산물에 잔류된 농약에 대한 한발더 간 깊이 있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소비자는 내가 구입한 농산물에 농약이 한 가지 성분만 함유되어 있는지.. 아니면 두가지인지. 세가지 인지.. 다섯 가지가 넘는지. 가늠할 수 있다.


물론 농약 성분 하나하나 독성을 따지다 보면, 한가지 성분의 농약이 너무나 독성이 강해 5가지가 넘는 농약성분의 독성을 합한 것 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농약은 이미 생산금지를 시킨게 유럽이다. 그러니 잔류된 농약의 가지 수가 많은 게 안전상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위의 표가 의미하는 바는 전체 농산물 샘플 중, 44%에서 농약의 잔류가 발견되었고, 전체의 27%는 2종 이상의 농약이 복합적으로 발견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별적으로는 농약잔류허용량을 넘지 않았어도,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농약이 발견되는 농산물은 과연 믿을 만 한지? 에 대한 의문이 소비자에게 있을 것이다.


그런 의문을 EU 식약처는 속시원하게 밝혔다. 그런데 이 자료를 보고서 누가 `우리 농산물은 농약 잔류허용치를 넘지 않았으니, 안전해요!`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비록 전문가들이 이런 복합적인 농약성분이 불러올 독성에 대한 기준은 정하지는 않았으나, 조사 기록은 모두 공개하고 있다.


식품 안전 전문가에 따르면, 이런 복합적인 상황에서의 인간에 끼치는 독성을 판별하는 것은 시간도 오래걸리고 판별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이만큼도 대단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아래표는 2종 이상 농약이 발견된 농산물에 대한 보다 디테일한 정보다.



위의 표는 가공되지 않은 농산물에 대한 조사결과인데, 이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맨꼭대기에 있는 Currants는 건포도다. 이 자료에 따르면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과실이면서도 5종 이상 농약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체 샘플 중 약 25% 에서 5종 이상 농약 성분이 나타났다. 반면에 맨 아래에 있는 Cucumbers (오이)는 상대적으로 농약을 적게 사용하기도 할뿐더러, 5종 이상 농약 성분이 나타난 개수도 적다.


여하간 즐겨먹는 체리, 포도, 딸기, 배, 고추, 오렌지, 귤, 복숭아, 사과, 바나나 등 과일, 채소에 복합적으로 농약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이런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유럽인들은 오히려 알기때문에 힘든 부분은 없을까?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필자는, 이런 농산물은 구입하고 물을 푹 담가서 농약을 빼낸 후 먹어야 할 대상이다.


위의 표는 가공품에 대한 것이다. 놀랄만한 사실은 우유에도 2종 이상 농약이 잔류된 게 발견되었다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가격이 좀더 나가도 유기농으로 생산된 우유를 구입해야 할려는 모양이다.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농산물보단 농약이 적게 함유되어 있을 테니. (이미 유럽산 유기농산물에 농약이 하나도 없다는 건, 사실이 아니란 사실을 이 보고서가 밝힌바 있다. )


그리고, 술안주로 애용하는 넛트류에도 2종 이상 농약이 발견된다고 하니. 여기서 하나 알아야 될 상식은, 농산물을 말리게 되면 농약도 그대로 보존된다는 사실이다. 생분해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농약이 들어있는 너트는 물에 담갔다 먹어야 할까. 맛이 없어진텐데. 여하튼, 알고서도 먹어야 할 터이고, 농약섭취가 영불편하면 피해야 할 식품인 셈이다.


모든 식품에 농약이 없길 바랄 수는 없다. 사실 농약이 없다면 인류는 식량부족에 허덕일 것이다. 인류를 기아에서 건져준 고마운 화학제가 농약이다. 다만, 얼마만큼의 농약이 잔류되었는가는 소비자도 알아야 된다고 본다. 그래야 농약에 민감한 사람이나, 농약을 피해야 하는 사람이 이를 통해 식품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럽 자료가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되냐고 의문을 표시할 독자가 있을 듯해, 첨언 한다. 저나라나 이 나라나 농약사용은 비슷하다는 점, 저 나라에서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농산물을 우리나라가 적게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점. 우리나라는 공식적인 국가통계를 얻을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이 자료는 일반 독자보다는 식품안전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이 보시길 바란다는 점이다.


10년도 넘게, 유럽은 이런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는 헝가리도 이 기준에 따른다는 게 우리나라가 알아야 할 점이다. 몇 년 뒤 귀국하면 우리나라도 이런 자료를 일반인이 손쉽게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여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선진국은 선진국 답게 식품안전에 대한 공개 정도가 깊이와 수준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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