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theguardian.com/us-news/2025/mar/10/marco-rubio-usaid-funding
아프리카 지역, 아시아, 중남미. 국정이 불안하고 국민들은 먹을 게 없어 해외원조에 의존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이들 나라는 반백 년이 넘게 수혜국 목록에서 빠져나오는 걸 버거워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궁금증이 없다면, 해외원조를 `인류애`적 측면으로만 바라보는 사람일 것이다. 가까운 미얀마를 살펴보자. 영국 식민지 당시 민족 간 갈등 문제가 봉합되지 않은 채 독립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군사독재로 이어지고. 요즘은 이에 반발하는 소수민족과 민주화 세력이 무장봉기를 하여 내전 상태다. 내전이 마무리되면, 또 다른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일 거란 전망도 있다.
DR 콩고의 내전, 수단의 내전, 에티오피아의 무장세력, 중남미 여러 국가의 내전. 이런 나라를 깊이 있게 살펴보다 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없는 상황에서도 이익을 선점하려는 탐욕이 중심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 한 건 종종 탐욕에 도취된 지도층과 배고픔에 혼미한 국민들은 이상하리 만큼 같은 마음으로 해외원조에 손 벌리는 모습을 보인다.
지도층 입장에선 내 재산 일단 채우고, 배고픈 국민달래는 건 해외원조로. 국민들 입장에선 정부가 못 미더우니 해외원조. 이런 식이 아닐까? 하는 근거 없고 위험한 의구심이 생긴다.
여하튼 환갑도 더 지난 식민지 시절 이야기를 들먹이며 남탓하는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다. 오히려 기분 상할 수도 있겠다.
`너 들은 운이 좋아. 미국이 엄청 지원해 줬지. 지도자도 꽤나 훌륭한 사람을 만났지.`
실제 1960년부터는 서방국가의 지원이 아프리카를 향하게 되었다. 아프리카가 공산진영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선, 소련에 버금가는 지원을 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런 주장은 극히 일부만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가 원조의 씨가 마를 때, 아프리카 여러 국은 원조의 물결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원조를 졸업한 1984년 이후로도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는 2024년까지 원조를 받아왔고, 올해도 받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원조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건 공산진영의 확산을 막으려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까 아프리카대륙을 소련 측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긴급한 식량원조는 물론이거니와, 조금이라도 소련 측에 웃음을 지을라 치면, 개발원조라는 명목으로 돈을 쥐어주기도 했다.
21세기 들어 세상이 크게 달라졌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이전의 적은 오늘의 동지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모양새가 돼 버린 것이다. 그러니, 예전 냉전체계에서 형성되어 세팅된 해외원조 구도는 언제고 바뀔 가능성이 높은 대상이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냉전종식으로 인하여 줄게 된 국방예산은 인류애를 높이겠다는 숭고한 이념에 편승하여 냉전때와 버금가는, 오히려 더 많아진 원조에 더해진 형국이었다. 그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반발하고, 유럽이나 미국이나 더 이상 군비 증강에 손 놓고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상황이 급격히 변한 것이다.
트럼프가 손댄 부분은 피난민과 난민이 당장에 먹고살 양식과 생필품을 지원해 주는 긴급지원을 끊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명목의 개발원조를 더 이상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규모가 긴급지원보다 훨씬 크다.
이리되자 수혜국은 날벼락이다. 소련과 미국, 중국과 미국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저울질을 하던 전략이나, 인류애에 매달리는 전략은 예전처럼 먹혀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체면 때문에 눈치를 보던, 유럽의 일부 국가가 발을 빼기 시작했다. 인류애적 입장에서 긴급지원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자국의 군비도 증강시켜야 하고 경제사정도 좋지 않은데.. 밑 빠진 독에 물을 계속 부어줄 수는 없다는 식의 생각도 있는 듯 보인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눈치채셨을 것이다. 해외원조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다. 트럼프는 거기에 물고를 튼 형국이고.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아프리카 일부 사람이 주장하듯, 어마어마한 원조 덕에 성장한 나라는 아니지만. 해외원조 덕에, 한국전쟁의 상처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고, 해외원조 덕에 산업화 과정에서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게 우리나라인데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리한 해외원조의 새판에서 같이 움직여야 하나. 아니면 냉전의 산물로 발전하여 이어져 오던 해외원조체계를 고수해야 할까. 아니면 우리식 대로의 해외원조를 새롭게 세팅해야 할까.
해외원조 정책을 담당하시는 분은 꼭 이 부분에 대한 고찰을 해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