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타카 Jan 17. 2021

쌀 이야기


아프리카 일을 얼추 1년쯤하고 우리나라에 잠시 귀국했을 때 친한 후배를 만났다. 후배는 아프리카에서 일을 하면서 식사는 제대로 하냐며, 옥수수나 카사바 같은 걸 먹느냐고 물었다.  나는 쌀밥을 먹고 다닌다고 대꾸했다.


“아프리카에서 쌀밥을 먹고 다녀요?”

“그렇다니까.”

“대단하시네 유엔 직원이 되니 그런 일도 되는가 봐요. 아프리카에서 쌀밥을 다 드시고. ”

"아프리카 사람들도 쌀을 먹는다고. 주식으로 하는 나라도 꽤 많아."

“정말요?”

“그렇다니까. 우리나라보다 쌀을 더 많이 먹는 나라도 있어."

“우아. 그렇군요. 몰랐어요. 그런데 아프리카 쌀은 먹을만 해요?”

“다르긴 해도 먹을만하더라고. 겉모양은 알락 미, 그러니까 인도 쌀 같이 길쭉한데, 찰기가 있어. 학명이 다르다고 하니 대략 사촌 정도의 쌀일 듯싶네. (우리가 먹는 쌀은 Oryza sativa, 아프리카는 Oryza glaberrima)”


아프리카에는 쌀이 주식인 나라가 여러 곳 있으며, 주식이 아닌 나라에서도 쌀밥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을 많이 잡아먹는 곡물인지라, 얌이나 카사바보다 가격이 높아, 가난한 사람은 먹고 싶어도 먹기 어렵다. 그러니 아프리카에서 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사람은 어느 정도 살만한 사람인 셈이다.


쌀이 아프리카 사람 입맛에 맞아서인지. 있는 집 자손이 먹는 곡식이라서 너도나도 먹으려 드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프리카에서 쌀 소비 증가는 눈부시다.


1980년에는 550만 톤이던 것이, 2010년에는 1,730만 톤, 2020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2,200만 톤은 가뿐히 넘을 듯싶다. 2,200만 톤이면 우리나라 쌀 생산량(2020년 350만 톤)의 약 6배쯤 된다.


어딜 가나 쌀밥을 먹어서인지, 아프리카에선 음식 가지고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첫 방문지에서 전통방식에 따라 밥을 먹을 때는, 예전 인도에서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좋아했던 음식은 서아프리카의 전통 볶음밥인  Jollof 였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맛이 차이가 있는데, 해산물이나 닭고기, 마늘, 아프리카 고추 등등을 넣어 볶은 음식이다. 매콤하고 짭조름한 맛과 찰진 식감을 기본으로 하여 재료에 따라 수만 가지의 맛이 나타난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른 졸로프 볶음밥의 맛과 이에 곁들여지는 음식은 언제나 입을 즐겁게 했고 눈을 밝게 했다.  김치가 굳이 필요 없을 만한 깔끔하고 매콤한 양파 요리나 피클이 나올 때는  '이 맛에 아프리카를 다니지!'라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 이외에도 반찬하고 먹는 맨밥, 다양한 덮밥류 등 나라별, 부족별로 다양한 요리가 있어 식도락의 즐거움을 더했다.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흑심이 일어났다. 이참에 맛있다는 나라에 가서 혀를 호강시켜 보자는 거였다. 같이 일하는 아프리카 11개국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11개국 중 가장 음식 맛이 좋다는 나라를 알아냈다. 의견의 차이는 있었지만, 카메룬의 음식 맛에 대해선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 카메룬에 한번 가야 할 것 같아.”

“왜?”

“당연히 프로젝트 대상 지역이니 한 번은 방문해야지. 음식 맛도 좋다잖아.”

“음, 거기 가면 다른 맛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아프리카 나라 중에는 소문을 듣고 ‘맛’ 보러 갔다가 생각하지도 못한 ‘맛’을 보고 허둥지둥 나오는 경우가 있다. 피터는 아마도 그 맛을 본 모양이었다. 피터의 한마디에 카메룬의 꿈은 바로 접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아프리카 음식에 대한 팁이 있다면, 일단 한번 먹어보시라. 는 거다. 빛 좋은 개살구도 많고, 겉과 속이 다른 음식도 많은지라 먹기 전에 '아 이거 맛있겠다.'라고 생각하면 커다란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이게 사람 먹는 거야'라고 생각 한 음식을 게걸스럽게 퍼 먹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왕 아프리카 쌀 이야기를 꺼냈으니, 우리와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쌀 문화에 대해 몇 가지 적어보겠다.


세네갈은 1인당 쌀 소비량이 90 kg 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가 60 kg쯤 되니 1.5배를 먹는 셈이다. 그런데 이들은 조각난 쌀을 먹는다. 도정기술이 좋지 않아 조각난 쌀을 오랜 기간 먹다 보니, 조각난 쌀이 자연스러워진 듯했다. 그런 사실을 몰랐던 나는 조각난 쌀밥을 받고서 기분이 상했다. ‘손님에게 이런 밥을 주냐.’  


아프리카 쌀은 길쭉한 모양인지라, 도정과정에서 조각 쌀이 많이 나온다. 나이지리아 같은 나라는 벼를 한번 찐 후에 말려 쌀알갱이를 단단하게 한 후 도정을 한다. 조각 쌀을 만들지 않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나 화상을 입거나 제대로 치료를 못해 죽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대한민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