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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Jan 14. 2021

대한민국


글로로겐산 커피에 들어 있는 암을 예방해주고, 노화도 방지해준다는 물질이다. ‘그럼 커피를 많이 마시면 암도 예방하고 노화도 방지하고, 좋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즐겨 먹는 커피는 까맣게 볶은 커피콩을 갈아 만든 것이다. 생두, 수확해서 말린 커피콩은 엷은 누리끼리한 색이다. 누룽지가 되기 바로 전 꼬들꼬들한 밥 정도의 색. 커피콩 표면에서 기름기가 질질 날만큼 볶은 원두에는 글로로겐산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글로로겐산이 들어 있는 커피를 즐기려면 약하게 로스팅한 커피를 마셔야 한다. 전문용어로 라이트 로스팅, 혹은 라이트에 가까운 미디엄 로스팅. 


어머니는 아들의 건강을 위해 라이트에 가까운 미디엄 로스팅 커피콩을 두어 달에 한 번꼴로 가져다주신다. 그러시면서 종종 물으신다.


“커피 맛 괜찮니?”

“예. 맛있어요.”


신맛이 감도는 커피, 너무 약하게 볶았을 땐 건초 씹는 맛도 감도는 커피. 건강을 위해 마시는 거지, 맛있다고 하기는 그런 커피. 그래도 웃으면서 맛있다고 했다.


아마 세상 이치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좋으냐고 물으면, 도움받는 사람은 안 좋은 부분도 좋다고 답하는 것이. 그러기에 원조현장에서 ‘한국의 도움이 어떻냐.’는 질문의 답은 정해져 있다고 본다. 감사합니다. 좋습니다.


신맛에 건초 맛까지 들어간 커피를 마시면서, 맛있다고 하는 그런 식의 대꾸 말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을 알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와중에 오랜 기간 아프리카에서 원조 활동을 한 전문가를 만나게 되었다. 스치 듯한 인연이었지만 그의 말은 인상 깊었다. 거창하거나 심오한 말은 아니지만 나의 고민에 실마리를 던져줬다. 나는 덥석 잡았고.


“아프리카에서 처음 일할 때 어떻게 해야 되냐는 질문을 받으면, 실패 사례를 찾아보라고 조언합니다. 그래야 큰 문제를 피해 갈 수 있을 테니까요.”


더하여 FAO 직원들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었다. 성공스토리를 깊이 파고 들어가면 그저 그런 스토리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이냐고 되물으니, 성공스토리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면 아프리카가 이렇게 굶주리면 안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아프리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아프리카에서의 성공스토리가 도움이 될수 없는 경우도 있겠구나, 생각하게된 대목였다.


앞으로 적어나갈 글에 대해 ‘중국이나 일본은 칭찬 일색이더니 우리나라는 왜 이리 짜!’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이야기 같이 우리나라가 잘한 점만 들추어 성공스토리로 가득 채운 내용을 소개한다면 무슨 도움이 될까,라고 나에게 질문해보았다. 아마도 나와 같이 될 것 같았다. 아프리카는 동물의 왕국이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부시맨 하고 엇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나’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내용은 소금 한 움큼 집어서 입에 털어 넣은 정도의 느낌일 것이다. 달달한 맛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짠맛에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 수도 있다. 달달한 맛 이외에는 관심 없다면, 앞으로의 글은 틀린 번지수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늦게 시작했지만, 열심히 하려는 나라.”라는 평가를 들었다. 말한 사람에게 한바탕 큰 소리를 치고 싶었던 평가는 “한국은 호구 같다”였다.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의전은 잘하는 것 같다.” 이런 말을 한 상대는 나를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잘못 보고 이렇게 말한 것일 수 있다. 아니면 국제기구 사람이니까 아무런 생각 없이 말한 것일 수도.


의외로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알고 있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는 쓰나미가  아프리카 대륙도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더하여 우리나라 드라마의 영향도 컸다. 우리나라 기업도 약진하고 있었다. 현지에 가보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스마트폰, 가전제품에 대한 인기도 꽤나 높다. 아프리카에서 부자의 상징 중 하나가 S 스마트폰, L 가전제품을 가진 자라고 한다.


가슴 벅찬 일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원조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아프리카 세네갈에 소재한, 아프리카 라이스센터에 교육생을 안내하여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지원한 쌀 육종 (쌀의 품종을 개발하는 연구) 연구 시설이 있으며, 우리나라 전문가가 일을 하고 있었다. 다른 아프리카 나라에서도 우리 전문가가 도움을 주고 있다.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은 대단한 나라다. 50년 전에는 자기 나라와 엇비슷하거나 못살던 나라가 환골탈태하여 이렇게 도움을 준다면서 한국을 치켜세웠다.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다가 이런 곳을 보게 되면 어깨가 으쓱해졌다.



귀를 간질이는 자화자찬식 내용은 이쯤 하겠다. 아프리카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KOICA를 일본의 JICA와 비교하려 했다. 둘 사이에 돌고래와 흰 수염 고래만큼 체구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모를 때였다.


한창 이곳저곳 끼웃거리다가, 양국 간의 원조체계가 크게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나라 의 경우 무상원조는 KOICA(외교부)가 유상원조는 수출입은행(기재부)이 주도하고 있었다. 여기에 각 부처마다 십시일반 격으로 원조를 조금씩 하고 있으며, 지자체도 이 십시일반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여기저기서 관심을 가지고 어려운 나라를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나쁠 건 없다.


중국은 전문성이 확보된 부처를 중심으로 하되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은 상무부가 관여하는 형태를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JICA를 중심으로 전문성이 확보된 부처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원조가 행해지고 있다. 전문성을 근간으로 한 집중의 형태다. 왜 그럴까.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 같이 십시일반으로 하지 않고. 전문성에 무게를 더 두는 모양새이니.


더하여 우리의 원조를 보자면 20세기 유럽이나 미국에서 했던 원조 형태도 있는 것 같다. 단기 프로젝트에 보여주기 식 원조, 통상 이런 원조는 건물을 지어주거나 기계와 설비를 무상으로 공여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건물을 지어주고 기계와 설비를 지원하는 게 뭐가 어때서? 그래야 돈 쓴 게 보이지 않나? 이런 의문이 든다면 우리 주변에서 세금으로 조성한 공원, 건축물, 체험시설을 돌아보자. 잘되는 곳도 있지만 잡초가 무성하고 먼지가 잔득한 곳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하튼 잘되건 못되건 돈 쓴 것은 확실히 보인다.  21세기 선진국의 일원인 대한민국이 이럴진대 개발도상국은 어떻겠는가. 우리보다 더 알차게 지어준 건물을 사용하고, 기계와 설비를 이용할까?


당면한 문제가 있다. UN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이행이라는 과제를 던졌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니 이 과제를 덥석 받아 숙제를 해야 하는 처지다. 어떻게 숙제를 해야 할지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숙제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 간 불평등 감소, 개발도상국의 지속 가능한 소비 및 생산 보장, 고용보장 등등.

이런 시기에 코로나 19가 불현듯 등장하여 숙제에 대한 고민을 단박에 묻어버렸다. 더하여 근본적인 질문도 던졌다.


‘SDGs에서 제시하는 국가 간의 불평등을 감소시키자면 코로나 19 백신을 공평하게 분배해야겠지?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나 차별을 말고, 돈 많은 나라나 가난한 나라나 공평하게. 자 그럼 한국, 너희는 돈 많은 선진국이니까. 백신 절반만 내놔. 그리고 그걸 개도국에 주는 거야.’


중국 공무원에게 물어봤다. 일본 공무원에게도 물었다.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SDGs 관계자에게도 물었다. ‘SDGs가 잘 이행되어 정말 눈에 뜨이는 결과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니?’


SDGs 소개를 끝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개략적인 글을 마무리하겠다. 다음 장부터는 ‘혼란’이라는 주제로 글을 적어나가겠다.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혼란스러운 경험담이다.



SDGs(Sustainable Developoment Goals) :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개발의제에 담긴 목표.



1. 모든 곳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 종식

2. 기아 종식, 식량 안보 달성, 개선된 영양상태의 달성, 지속 가능한 농업 강화

3. 모두를 위한 전 연령층의 건강한 삶 보장과 웰빙 증진

4.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 및 평생학습 기회 증진

5. 성평등 달성과 모든 여성 및 여아의 자력화

6. 모두를 위한 물과 위생설비에 대해 가용성과 지속 가능한 유지관리 보장

7. 모두를 위한 적정 가격의 신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하며 현대적인 에너지에의 접근 보장

8. 모두를 위한 지속적, 포용적,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생산적인 완전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증진

9. 복원력 높은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고,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업화 증진 및 혁신 장려

10. 국내 및 국가 간 불평등 감소

11. 도시와 주거지를 포용적이며 안전하고 복원력 있고 지속 가능하게 보장

12.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 양식 보장

13.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영향에 맞서기 위한 긴급 대응

14.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대양, 바다, 해양자원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사용

15. 지속 가능한 육상생태계 이용을 보호, 복원 증진, 삼림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 사막화 방지, 토지 황폐화 중지 및 복고, 생물다양성 손실 중단

16.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 증진, 모두를 위한 정의에의 접근 제공

17. 이행수단 강화,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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