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타카 Jan 13. 2021

일본 3-2



“일본은 대단한 나라, 감사한 나라입니다.”


나이지리아에서 만난 전문가 K 씨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자신이 일본 프로젝트 연계된 전문가 이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떻길래 이런 자부심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 의문을 가지고 일본이 지원한다는 코트디부아르 소재 연구소에 방문하게 되었다. 연구소에 있는 아프리카 전문가들의 표정과 행동은 나이지리아에서 만난 K 씨와 별반 다름이 없었다.


더하여 코트디부아르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자국의 식량생산에 크게 도움을 주었다면서, ‘일본의 도움 없이 코트디부아르의 농업발전은 어렵다.’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이 정도의 극찬이라면, 일본이 지원해준다는 연구소는 IT기술과 생명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최첨단 연구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연구소를 한 바퀴 돌아본 소감은 실망이었다.  '이건 1990년 우리나라에서 볼법한 연구시설이네.'


연구소는 식량생산을 높일 수 있는 컨설팅과 기술 전수를 하고 있었다. 농업 상황을 파악하고, 현장의 사정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맞추어 컨설팅과 기술 전수를 하는, 별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 농촌에 있는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일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다름이 있다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상당한 기간 동안 이런 아프리카 오지에서 살면서 기술 전수를 하는 것이다.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에게 그런  기회를 줘도 손사래를 치며 사양할 것 같았다. 도시지역이라면 모를까. 이런 시골지역에서. 하지만 일본인은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원조사업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한다는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코피아)이다.  그렇다고 해도, 한 나라의 농업발전이 다른 나라 덕이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잘하는 걸까, 하는 의문은 계속되었다.  이 부분은 누구라도 깊게 들여다보았으면 는 바람이다.


일본 프로젝트에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너무 빡빡하게 운영을 한다.’는 게 불만의 요지였다. 일본 공무원 M 씨의 조언이 떠올랐다. ‘느슨하게 하면 일이 돌아가지 않기에 이것저것 꼼꼼하게 챙겨야 합니다.’


해외원조 설명자료에 따르면, 현지인들의 요구에 맞추어서 프로젝트를 진행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좀 이상했다. 빡빡하게 운영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당사자인 일본 공무원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고 하고. 도대체 어느 게 정답이지.


수원국의 요구에 맞추어, 수원국이 원하는 것을 도와주는 게 원조라고 들었지만, 현장에서 그리되기는 어렵다. 그러기에 일본 공무원은 빡빡하고 꼼꼼하게 프로젝트를 챙기고 운영한 것이었다. 나 역시 꼼꼼하게 챙기면서 빡빡하게 일을 해, 일본 공무원과 비슷한 욕을 들어가면서 일을 했을 것이다. 나중에 설명을 자세히 하겠지만, 수원국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JICA는 아프리카에서 일본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듯보였다.  일본 공무원 S 씨에 따르면 JICA는 해외원조와 연계된 부처들의 협의의 장소, 유·무상 원조 계획을 마련, 개도국 요청 시 관련 부처에 연결해 주는 역할, 국제기구와의 협업 등을 하는 종합적인 해외개발원조 기관이다. 우리로 친다면 국무조정실(기획, 조정) + 기재부(유상원조/한국 수출입은행) + 외교부(무상원조/KOICA)의 기능을 합쳐 논 것 같았다. 그러니 해외원조를 포괄적으로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일본 해외원조는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와 동시에 일본 국익 확보를 병행하는 형태이다. 그러기에 기업활동 지원에도 열심이다. 해외원조를 하면서 자국 제품을 사용한다든지, 기업인의 해외 활동을 지원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도움을 받는 나라(수원국)가 자기들이 필요한 자재를 자율적으로 구매하지 못하게 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정말 이런 부분이 현장에서 심각한 문제라면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이 일본에게 고맙다는 말 대신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감사한 나라가 아닌 얍샵한 나라라고 할 터이고. 이 부분 역시 전문가 분들이 깊게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해외원조는 이상과 뜻이 높지만, 해외원조 현장은 이성과 논리로 만 재단할 수 없는 인간 세상이다.



일본의 이런 해외원조 행태는 모 국제기구에서 일본인 프로젝트 관리를 했던 한국인 직원을 통해 확인한 바 있었다. 그녀는 ‘일본은 개발도상국에 지원 시, 자국 기업의 진출을 돕는 데 공을 들이는 것 같다’라고 했다. 왜? 이 정도면 대놓고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듯하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해외원조를 이용한다라 욕먹을 수도 있는데.  워싱턴포스트지 ‘With one on china, Japan wows to expand its engagement in Africa’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도 이런 일본의 원조 형태를 뒤받침 해 준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자면 ‘일본은 아프리카에 중국과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하기 어렵다. 고령화와 국가부채 등이 이유다. 하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키우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가의 직접적인 투자가 아닌, 일본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란 내용이다.  


기업이라면 무상원조는 아닐 테고, 수익을 노리는 투자일 것이다. 일본의 해외원조 방식은 중국과도 다르고, 우리나라와도 다른 듯하다.  중국과 일본이 비슷한 점이 있다면 해외원조에서 국익을 챙긴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일본 3-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