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호구로 만드는 해외원조
호구의 첫 길 중 하나는 국제기구나 수혜국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것이다. UN은 학회에도 입김이 강해, 학회만 참가한 사람은 앵무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앵무새가 된 이들은 해외원조를 통한 국익창출에 인색하다.
UN 기구에서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처음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수혜국의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1만 달러 이상 기기는 수의 계약이 아닌 현지 공개입찰을 해야 합니다.`였다. 논리도 좋았고 의미도 있었다. 그런데, 독일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독일제 기계가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이건 뭐지?
`독일 기계가 현지 입찰과정을 통해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가?`를 알아보니, 거의 0퍼센트에 가까웠다. 비쌌기 때문이다. 이후 현지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는 과정 중, 공개입찰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아프리카에서 현지입찰은 부패한 공무원과 업자 간의 단합을 깔아야 한다. 그러니까 물건이 가능한 저렴해야 공무원에게 찔러줄 돈도 생기고, 업자에게도 이득이 생긴다. 중국산. 그것도 질 좋은 중국산이 아니라 질 떨어지는 중국산이 선정되는 가장 큰 이유다.
UN 규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건, 결과적으로 현지의 지역경제를 살리기보단, 질 떨어지는 기기를 생산하는 중국업체를 배 불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이런 기기는 내구성이 약해, 실제로 수혜국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1만 불 이상 기기는 공개입찰을 해야 한다. 는 주장을 순진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때 필자는 우리 정부가 지원한 자금으로 SSTC(South South Triangular Cooperatioon) 프로젝트를 관리할 때다.
코트디부아르 정부가 운영하는 농기계 훈련센터에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부르키나파소의 농기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경운기 운행과 수리를 교육하는 과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D 사의 경운기를 들여오기로 맘을 먹고, 동료들에게 방법을 수소문했다. 독일도 했는데, 우리나라가 못할 바는 없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도 현지입찰로 내구성이 약한 중국기계를 들여오는 거에 부정적인지라, 이에 교감을 한 아프리카 출신 동료가 방법을 알려줬다. `그냥 교육프로그램을 5만 불짜리를 만들고, 교육기계를 들여와 교육시킨 다음에 두고 나가면 문제없어요.` 다른 나라도 다 그리해요.`
그렇게 해서 당시 돈으로 2만 달러가 넘는 돈을 D 업체에 지불하고, 경운기 두대와 이를 수리할 수 있는 부속품 한 컨테이너를 주문하여 코트디부아르로 들여왔다. 코트디부아르 농기계 센터에서 교육을 받는 나이지리아, 부르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전문가들은 모두 만족해했다. 특히나 한국기계라는 점이 무척 마음이 든 모양새다.
이는 단기적으로 성과측정이 용이한 해외원조를 통한 국익창출이다. 겨우 2만 달러 수준?이라 무시할 수는 없다. 이런 방법을 우리 해외원조에 모두 대입하면, 2만 달러 수준이 아닐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잠식당하는 우리나라 업체를 지탱해 줄 힘이 될 수 있다. 일자리를 지탱하는 지지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제발, 이런 소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기적인 이익을 바라보다, 지속가능한 해외원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수혜국에서나 할법한 소리다. 우리는 10대 공여국이다. 물론, 중국처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해외원조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사업에 따른 옥석을 가리면 크게 문제 될 바 없다. 다만, 그 옥석을 가릴 만한 인력이 우리에게 충분히 있을지는 의문이다.
UN의 말, 학회에서 주장하는 그럴듯한 말을 그대로 믿고 따라 하는 건 우리나라를 호구로 이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음은 필자의 경험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언급해 보겠다. 지금은 조언만 해주고 지켜보는 중이다. 우리나라가 옥석을 못가리는 수준이면 사업이 안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 사업은 밀어줄 거라고 본다. 왜냐면, 이 사업도 우리나라 중견 중소규모 업체의 단기적, 장기적 이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