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가 안 되는 전략 4

대한민국을 호구로 만드는 해외원조

by 이타카

`민심은 천심`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라는 뜻이다. 해외 원조 일을 하다 보니,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듯 보인다. 잘 사는 나라에서 원조를 받아야 하는 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럼, 해외 원조를 받아야 하는 가난한 나라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게 무엇일까. 이 질문은 어려울 듯하니, 보기를 들겠다.


1. 기후 및 에너지, 2. 디지털, 3. 교통 및 수자원, 4. 보건, 5. 교육, 6. 식량.


1번부터 5번까지는 모 연구소의 보고서에 포함된 분야다. 6번은 언급이 없다. 이 보고서를 읽은 필자는 멘붕이 왔다.


현장에 나가면 바로 알 수 있는 그들 나라 국민의 가장 큰 염원은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것이다.고픔을 벗어나야 보건도 챙기고,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이 보고서 대로면 우리나라 해외원조는 마치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하면서 배고픔은 외면하는 보인다.


굶주려 영양실조 상태가 계속되는 데, 보건이 무슨 소용이고 교육은 누가 받는가. 기후 및 에너지, 디지털, 교통 및 수자원은 누굴 위한 사업인가. 수혜국 일반 국민의 염원과도 거리가 있는 해외원조가 대한민국을 호구 취급받게 하는 데까지 일조한다면? 이런 생각이 들어 멘붕이 왔다.


여기서 일본 농무성 공무원의 말이 떠오른다. `배고픈 나라에서 식량 걱정을 덜면, 국제 식량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고, 이는 일본 국민에게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식량 생산력은 단순한 기술 지원으로 높아질 수 없다. 일단 국민들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일할 사람의 건강도 챙겨줘야 한다. 식량을 기르기 위하여 물길도 내야 하고, 식량을 운반하기 위하여 도로로 깔아야 하고, 식량을 저장하거나 가공하기 위한 설비와 기계도 필요하다. 식량생산과 관련된 인구가 그 나라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면... 그 규모가 엄청난데, 가난한 나라 국민들은 상당수가 식량생산에 관련되어 있다.


일본은 이 과정에서 일본의 중소업체를 밀어 넣는다. 식량생산과 거리가 먼듯한 도요타 차량을 굴린다. 우리는 일본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식량생산에 물길을 내주면서, 그 물길을 이용한 작은 수력발전기 건설을 우리 업체가 참여할 수 있다. 농업기술을 가리키는 교육기관에 우리나라 업체의 태양광패널과 기술을 지원해 주고, 우리 건설업체를 투입할 수 있다. 소형 농기계도 우리나라 업체가 지원해 주면 된다.


해외원조는 우리 정부가 DAC 회원국으로 약속한 바를 이행하는, 선진국으로의 의무와 비슷한 면이 있다. 써야 되는 돈이다. 이 돈을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해외에서의 정보를 수집하고, 우리 국민의 일자리를 늘리는 수단으로 삼으면서, 수혜 국민이 진정 바라는 식량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한 노력으로 녹여낸다면 문제 될수 있을까?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수혜국 국민의 마음을 안아주지 못하는 그런 해외원조 전략은 시작부터 오류를 범하는 게 아닐까? 그렇기에, 우리의 해외원조를 분석한 연구기관의 보고서는 크게 아쉽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이 보고서가 우리나라 해외원조 실태를 그대로 담은 거라면, 대한민국은 호구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수혜국 국민의 민심을 못 읽은, 천심과 비켜간 해외원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농업 분야의 원조를 활발히 하고 있다. 하지만, 수혜국 식량 문제와 관련된 사항이 국가의 해외원조 전략의 핵심을 차지해도 지나침이 없을 판에 빠져 있다면, 전략 자체가 문제다. 호구는 쉽게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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