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가 안 되는 전략 9.

대한민국을 호구로 만드는 해외원조

by 이타카

1년 전쯤, UN기구에서 해외 원조를 하는 분이 체념 섞인 말을 하는 걸 들었다. `인류애와 진기한 경험으로 가득한 해외원조 서적을 탐독하는 바람에 인생을 망쳤다.`는 게 요지였다. 그는 체념을 가슴속 깊숙하게 눌러 놓고, 오늘도 일을 한다.


그제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우리 국민을 만났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의 부모님은 우리나라 태생, 그는 아프리카 태생이다. 그의 말에는 아프리카에 대한 그리움,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그는 태어난 아프리카 나라 기준으로, 부유한 집안 태생으로 보였다. 아프리카 태생인 그의 말은 아프리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겐 강한 설득력이 있었다.


몇 달 전, 한국의 모 기관이 방문했다. 인턴을 보내야겠는데, 위험하지 않고 안전한 곳으로 정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의 말을 6년 전 어느 가을로 기억을 이끌었다. 로마에 소재한 국제기구에서 인턴 생활을 하던 우리나라 대학원생들에게 저녁을 사주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너무 즐겁고 보람 있는 인턴이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


이쯤이면 눈치채셨을 것이다. 국제기구를 열망하는, 불쌍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하는. 그런 마음을 가진 우리 청소년, 청년들에게 해외원조가 어떻게 비칠지.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녔을 때의 일화를 소개하겠다. 여름방학, 겨울방학 때, 해외원조 현장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었다. 필자도 인도에 가서 잠시 있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는 현실이었다.


공항에서부터 목적지까지 사방이 철판으로 덧댄 지프를 타고 가야 했다는 K 군은, 사방이 거지천지였다면서, 그런 나라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에 강한 의구심을 품었다. 해외원조의 꿈을 꾸던 J 양은 방학기간 인턴을 다녀온 후 살이 10킬로가 빠졌다. 현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악몽이었다며 졸업하고 진로를 바꾸었다.


학생들의 토론은 우리나라에선 경험할 수 없는 현실에 다아있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그중 기억나는 건, 해외원조를 통해 유럽이 점유한 아프리카의 이익을 어떻게 하면 미국이 가져올 수 있느냐. 에 대한 부분이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굶주린 사람을 돕기 위해선, 성직자의 마음이 필요한 듯싶다. 현장은 인내와 강한 소명의식, 이타심이 가득해야 하는 곳이다. 필자도 나름 인류에 대한 소명의식과 이타심이 있다 생각했지만, 무너졌다. 현장 일을 하고 얼마 안 되어 이해하기 어려운 불의와 거짓, 가난과 불행의 구덩이 속에서 길을 잃은 나 자신을 발견했다. 학교에서 배우고, 인도에서 경험을 했어도 막상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니, 또 다른 차원이었다.


해외원조에서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선,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해외원조의 밝음과 어두움을 같이 조명하고, 이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제발, 인턴프로그램 같은 걸 운영하면서 안전하고 편안한 곳으로 보내달라는 그런 요청은 하지 않아 주길 바란다. 젊은 사람 인생 망치고 싶은가? 잘못된 오해로 그들이 해외원조에 몸을 담게 되었을 때, 그들이 느낄 좌절과 불행은 모르쇠로 할 터인가? 그렇게 경험한 사람이 해외원조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면 그게 우리나라를 호구로 이끄는 길이란 걸 인식하지 못하는 걸까.


KOICA 프로그램에 참여한 젊은이들의 보람찬 후기, UN 인턴이 공유하는 인류애의 희망. 이런 글을 접할 때마다, 대학원 시절, 미국의 모 대학교 강의실서의 열띤 토론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이 호구를 진정으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환상과 희망에 젖어, 해외원조 길에 접어드는 학생은 줄어들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코넬대학을 추천하고 싶다. 거기 가서 그들의 교육과 학습과정을 배우고 그 프로그램을 들여왔으면 좋겠다. 서류를 뒤적이면서 배우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해서 적어도 1년간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면서 프로그램을 배우고 들여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원조 현장에서 좌절을 겪은 경험이 있는 사람을 강사로 하든, 교수로 하든 채용해서 학생을 가르치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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