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가 안 되는 전략 10.

대한민국을 호구로 만드는 해외원조

by 이타카

어제 오후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내년 예산과 관련이 깊어, 토론은 과열되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UN 최고 수준의 해외 원조 전문가들의 열의가 토론장에 가득했다.


A국에서 원조 활동을 하고 있는 전문가는, 2026년은 긴급 지원에 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열변을 토했다. A국만 보더라도 식량안보단계 3(영양실조 발생) 이 넘는 사람이 200만 명, 식량안보단계 5(완전한 기아 및 사망자 발생)에 처한 사람이 50만 명이 넘는다며, 이런 위기 상황은 본 적이 없단다. 당장 사람을 살리는 것만큼 중요한 게 뭐냐 했다.


하지만 B국에서 일하는 전문가는, 언제까지 긴급 지원을 하냐고 반문했다. 그 나라가 도움 없이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합당하다면서, 자립을 원하고 의지가 있는 나라에 대해서는 적정 지식과 기기 같은 정교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에 누군가가 발끈했다. 패널로 참가한 전문가가 B 국 전문가에게 솔직해지자면서, 수십 년 간 해외 원조를 해서 식량문제를 해결하거나, 배고픔을 넘어선 나라가 있냐고 물었다. 다섯 손가락을 다 채우지도 못할 숫자라며, A 국 전문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비난의 행렬이 B 전문가에게 돌진했다.


소수지만 B 전문가를 옹호하는 말도 있었다. 정말 스스로 해보겠다고 스스로 노력하고 있는 나라는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열의를 보이는 나라에 대해서는.


부러웠다. 저런 깊은 말들이 오갈 수 있음을, 필자의 입장에선 우리 국익을 위해선 개발 원조에 손을 보태고 싶었다. 당장은 성과가 미약해 보이지만, 우리 기업이 진출하고, 일자리도 늘리고, 그들 나라에 우리나라의 힘을 확대하고, 결과적으로 국익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애적 차원에선 긴급 지원이 합당하다.


오늘은 우리나라 해외 원조 전문가에 대해 집겠다. 대략 10년 전에 들었던, 그리고 최근에도 들었던.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면, 물고기를 잡을 것이다.`라는 주장 현실에서 거리가 무척이나 멀다는 사실을, 아직도 확신하지 못하는 해외 원조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보이기에 그렇다.


아마도 지구에서 북극성까지의 거리와 비슷한 듯 보인다. 430광년, 현재의 기술로는 수십만 년 이상 걸리는 거리다. 보이지만 가기는 거의 불가능한. 그런 거리만큼 먼 주장이다.


그러니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해외 원조 전문가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뭐라 생각할까? 말로는 훌륭하신 말씀이라 하고, 속으론 다른 말을 할 것이다. `여기 호구 있네` 서로 처지를 잘 아는 전문가가 이런 말을 하면 `조심해야 할 사람`


해외원조에 국민 세금 수조 원을 쏟아붓는 우리나라 공조직은, UN 기구 전문가에 필적하거나 그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국익을 기준으로 해외원조를 셈할 수준의 전문성이 있다는 국민적 믿음이 있을거라고 본다. 그럴까?


현실에서 아주 밝은 빛으로 조명해야 할 부류가 있다. 공조직에 해외 원조의 지식과 경험을 불어넣는 전문가다. 1,2년이면 바뀌는 공무원 특성상, 해외 원조의 뼈대와 바탕은 실상 전문가일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기에 더욱 신중하게 전문가를 살펴야 한다.


필자가 경험한 국내 전문가 중 공부도, 경험도 부실한 이들이 있었다. 해외원조 관련된 예산을 눈먼 돈으로 보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그들이 만약, 어제 토론에 참가했다면 큰 혼란이 왔을 것이다. 난생처음 현장에서 다져진 전문가의 논쟁을 목격하게 되는 셈이니. 그들이 열심히 쌓아 올린 북극성의 벽이 무너지는 경험일테니.


오늘 말하고 싶은 전략은, 전문가의 옥석을 가리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20 년 공저한 `가난과 배고픔의 길 위에서`라는 책에, `우리나라가 호구처럼 취급당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다행스럽게 많은 해외원조 전문가들이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변화도 있었다. 아마도 필자와 같이 주장하는 사람이 늘었기에 변화의 속도가 더해졌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다. 책을 통해 담는 간접 지식의 한계는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북극성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디테일한 실행에서 아쉬움이 크기에 이런 글을 다시 쓰게 되었다.


제대로 못서는 전문가가 보이면, 제대로 서는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게 1,2년마다 자리를 바꾸는 공무원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길이다.


선무당인 사람이 전문가인 양 행세를 하면서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되면, 국가가 어떤 모양으로 되는지 알게 되었다. 어림짐작으로 상상하는 게 아니라, 그런 나라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어긋난 전문가가 국가 정책을 흔들면 국가에 재앙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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