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가 안 되는 전략 12

대한민국을 호구로 만드는 해외원조.

by 이타카

올해부터 가난한 나라를 소개하고자 했는데, 좀 더 구체적인 전략을 알려 달라는 요청이 있어, 전략에 대한 마지막 글을 남긴다.


우선 이 글을 복잡하게 쓸 수밖에 없는 이유부터 설명을 드리겠다.


2015년 8개 중앙부처 및 지자체, 공공기관 정책 담당자 20여분의 인터뷰를 모아, 정책을 잘 만드는 법에 대한 책을 출간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인터뷰한 분들은 현직 차관에서부터, 대통령직속의원회 소속 국장 및 과장, 지자체 사무관 등 다양했으며, 인터뷰에 응한 분들이 적어도 한 개 이상 의미 있는 정책을 만드셨거나, 한 개 이상 망한 정책에 관여했었다. 고 조순 교수님의 조언을 바탕으로 이분들의 경험을 녹인 책을 완성했었다.


이 책을 완성하며 알게 된 부분은 오래가는 의미 있는 정책은 결국 디테일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진들이 구상한 정책은 상당 부분 살아남고, 정치적 판단에 의해 급조된 정책은 지속성이 약할뿐더러, 과정에서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난다.


당장에 해외 원조가 호구가 안 되는, 일본을 넘어서는 수준의, 미국보다 더 전략적인 해외원조 정책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발판은 마련할 수 있다. 이 발판이 튼튼하게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호구가 안 되는, 해외 원조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4가지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사람과 조직이다. 누가 이 정책을 총괄하여 끌고 가고, 누가 실무를 담당하고, 현장에선 누가 일하느냐, 지원하는 인력은 어떻게 구성하는가가 사실상 모든 일의 핵심이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서 의미 있는 해외원조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건, 해외원조에 적합한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실행가를 육성하는 방법, 관리하는 방법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일한 경험도 있으면서,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정립할 수 있는 기획자가 필요하다. 정치적인 결단으로 해외 원조를 국가에 이익이 되게 하자면서도,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실행 계획을 마련하게 하고 운영하라는 건. 어제 운전면허를 딴 사람에게 서울부터 부산까지 차를 운전해 달라는 바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본다. 가기야 가겠지만, 다양한 우여곡절이 발생할 터이고 사고날 확률도 높다.


두 번째는 공감이다. 국민의 세금을 쓰는 게 정책이다. 국민적 공감은 필수다. 다만, 공감은 현재의 생각을 바꾸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 큰 호흡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게 공감대를 넓히는 방법 같다. 이를 위한 계획도 필요하다. 국민과 국회의 공감, 관련 부처의 공감,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진의 공감은 기본이면서도 의외로 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까라면 까야한다는 건 공감이 아니다. 나중에 두고 보자라는 불씨를 남기고, 정책을 종국적으로 어그러지게 할 수 있다.


해외원조는 당연하게 국익이 우선되어야 하고, 감성팔이로 현실을 눈 가리고 아용하는 해외원조는 문제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정책은 계속 앞을 향할 수 있다고 본다.


세 번째는 소프트웨어다. 관련규정이나, 예산. 개별 해외원조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 운영 기준, 그리고 인력육성을 위한 사항 등 광범위하게 다뤄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관련부처 간의 협업도 중요하다. 졸속하고 오래가지 못하는 정책은 규정을 만들거나 예산 확보에 급급하다.


실상 이 소프트웨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해외원조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선 유사한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을 사례별로 파악하고, 현장에서 작동될 수 있는 디테일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규정이나 예산을 조정하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1,2년이면 자리를 바꾸는 공직 사회는 이를 난제로 만든다. 그 짧은 시간에 디테일한 정책을 만들어 내는 건, 아인슈타인도 어렵다.


그렇기에 외국 것을 깊이 없이 베끼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더하고 소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규정부터 바꾸고, 돈을 타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만든다. 어찌 보면 거꾸로 일하는 셈이다. 이런 부분이 문제의 시작이 되기에, 적정한 사람이 우선 되어야 하는 이유다. 조선 수군을 지휘한 이순신 장군과 원균의 성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건 역사가 증명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정말 문제 있다고 본다.


네 번째는 하드웨어다. 해외원조에서 가장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 실익이 있는 하드웨어 기반을 알아봐야 하고, 이를 위한 기술기반이나 생산기반도 살펴야 한다. 그리고 이 하드웨어는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사람과 소프트웨어가 필히 동반되어야 한다. 겉으로 볼 때는 하드웨어지만 조금만 들춰보면 실상은 소프트웨어와 사람의 연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기계를 다룰 기술자도 없고, 현장운영매뉴얼이나 관련인력 양성계획도 없이. 가난한 나라에 경운기를 주면 얼마나 사용하겠는가? 그런 나라에 트랙터를 공여하거나 첨단 장비를 공여하면 그건 얼마 지나지 않아 비싼 고물덩어리가 된다.


이 4가지가 정립된 후, 외교전략과 산업전략과의 연계를 위한 협업과 정치적인 결정이 뒤따라야 큰 탈이 없이, 국익에 도움 되는 전략이 완성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사항을 정립하려면 적어도 3년이 걸린다. 4년 이후는 잔가지 치기로 다듬으면서 나갈 수 있다.


3년이면 너무 길으니, 당장에 도움 되는 확실한 해외원조 전략을 요청한다면, 몇가지 제시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우선 예산을 줄이고, 줄인 예산을 가장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있으면서 도움되는 방법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해외 원조 관련 유엔 조직을 선별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이라고 본다. 이들로부터 배우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우리 조직과 인력을 개선해 나가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정립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해외원조 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국제기구가 아닌, 선진국의 전문가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바닥 생리를 잘 아는 이들이고, 근사한 스토리가 얼마나 허망한지도 잘 아는 사람들이다. 가능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는 걸 추천한다. 이 자문위원회에는 국제기구 사람이 포함되는 건 최대한 줄여야 한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다. 상당수의 국제기구 출신들은 우리나라 관료보다 더 관료적이고 더 정치적이다. 굳이 국제기구 사람을 넣으려면 해외원조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인물이어야 한다. 국제기구 실무진 중에 있긴 하지만 이를 판별하기는 어렵다.


이는, 3년이란 긴 호흡으로 만들어가는 해외원조 전략을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실행시키기 위한 절차적 방법으로 병행할 필요성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필자가 제시했던 전략도 살펴봐 주시길 바란다. 현장에 있으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간추리고 요약한 내용들이다.


어떤 정책이건, 결국 사람이 하는 행위고,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통제하고 움직이게 하는 수단이자 방법론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렇기에 총괄하는 사람의 자질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질문하신 분의 요청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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