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호구로 만드는 해외원조
작년에 예고드린 대로, 오늘부터 가난한 나라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제한된 자료와 현장의 느낌으로 가난한 나라를 소개하는 글인지라, 한계는 분명하다. 글에 대한 비판과 의견을 존중한다. 오히려 환영한다. 가난한 나라에 대한 논의가 깊어질수록, 해외원조와 외교전략, 그리고 국익과의 연결고리가 탄탄해질 거라고 믿는다.
첫 번째 소개드릴 나라는 예멘이다. 아마도 예멘을 들어보셨을 터이다. 이스라엘에 툭하면 미사일을 쏘아대고, 앞바다에 멀쩡하게 가는 상선에다가도 미사일을 쏘고, 미국에 대들고, 어찌 보면 중동의 골칫덩어리처럼 묘사되고 있는 후티 반군이 활보하는 나라다. 이 나라에도 우리나라의 원조 손길이 닿고 있다.
100개가 넘는 가난한 나라 중 예멘을 맨 먼저 소개하는 이유를 말씀드린다면, 우리와 비슷한 구석이 적지 않아서다. 해외원조가 국익을 위한 외교 및 경제 전략과 결합되어야 할 나라이기도 하다. 우리의 미래에 도움이 될 교훈을 최대한 얻어내야 하는 나라다.
예멘은 기원전 3000년부터 시작되었다. 성서와 꾸란에 기록된 시바여왕의 나라이며, 고대에는 `아라비아의 행복한 나라`로 불릴 만큼 풍요롭고 문명이 발달했다. 중세만 하더라도 인도양과 홍해를 잇는 해상무역의 거점으로 번영했다. 15-17세기 예멘은 세계 유일의 커피 수출국이었다. 그때 커피 무역의 중심항은 예멘의 모카항이었는데, 현재 모카 커피란 이름으로 당시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근대에 이르러 외세의 압력으로 남북으로 분단 되었다가 1990년대에 통일됐다. 통일 후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현재는 1인당 국민소득이 연간 850달러가 안 되는 가난한 나라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내전은 점차 격화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인구의 40%인 1,300만 명이 식량부족으로 인한 기아와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다.
이 나라는 단일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나라이며, 지하자원은 그리 많지 않은 나라다.
그런데, 지하자원도 별로 없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반군세력이 득세하는 이 나라에 주변국뿐 아니라 서방 세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해외 원조 측면에서 보자면 서방국가와 미국은 내란으로 불안정한 예멘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다각적인 접근 법으로 해외 원조를 활용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원조를 하면서 중국이 원조했다는 걸 알리기에 노력한다. 일본은 내전이 봉합 된 이후 재건사업에 관심이 높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이 나라에 영향력을 더 행사하려 힘을 쓰고 있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은 중립적이고 인류애적인 조건 없는 해외원조를 하는 보기 드문 나라다. 짐작하시겠지만, 이런 나라에 식량을 제대로 분배하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 작년 가자지구로 배송되던 200대의 트럭이 공격을 받아 소실된 사례가 있다. 실제 소실인지, 아니면 약탈인지도 현지 사정은 불분명하다.
여하튼 예멘이 이런 높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이 나라가 대서양과 홍해를 잇는 대문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아덴만을 끼고 있다. 이 대문을 지나야 화물선이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곳을 지나야 북아프리카와 사우디에서 생산된 원유와 천연가스가 우리나라에 올 수 있다. 예멘은 유럽과 아시아 물류의 핵심적인 길목에 자리 잡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석유를 수입해야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써는, 예멘의 안정에 신경이 곤두서야 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일 테다. 소말리아 해적도 문제지만 후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공격은 더 큰 문제를 불러들이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는 10% 수준인 반면에, 2023년 11월, 후 티반군의 상업적 선박 공격이 시작된 이후로, 수에즈 운하를 거쳐가는 컨테이너 화물선이 절반 이하로, 자료에 따르면 90% 까지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 지역을 통과하는 선박은 보험료 상승 등 운임료가 상승했다. 후티 반군의 위협을 피해 수에즈 운하가 아닌 아프리카를 빙돌아가야 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이는 선박을 이용해 수출입을 하는 우리나라 같은 나라의 상품 물류비를 증가시켰다. 만약우리나라 선박이 공격을 받게 되면, 우리 국민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니, 누가 봐도 대한민국은 예멘 내전으로 인하여 피해를 받는 나라다. 그렇다면, 예멘에 지원하는 원조는 어떤 전략으로 해야 될까. 필자는 당장에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이를 고민하고,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을 거라고 본다.
지원을 해도, 계속 우리 선박이 피해를 입거나, 국익에 도움이 안 되는 부정적 상황이 계속된다고 하면 해외원조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호구될 수는 없다.
예멘은 우리에게 많은 배움을 선사하는 나라다. 가장 큰 부분이 통일국가에 대한 모호하고 장밋빛 가득한 환상을, 복잡하고 치열한 현실로 대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있다고 본다. 이다음은 예멘 통일에 대해 다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