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에서 배우기 - 프랑스의 돈줄

by 이타카

요즘 유튜브를 보면, `유럽이 망하고 있다.` `유럽은 끝이다.` 하면서 다양한 이론과 주장을 늘어놓는 전문가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중에 단골이 프랑스다. 그러면서 국뽕을 잔뜩 끌어올린다. 그분들의 주장에 반박할 의도는 없다. 해외원조와 그와 관련된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필자가 그럴만한 전문성은 없다. 다만, 해외원조 측면에서 바라보는 프랑스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을 나눌 수 있다.


2016년 서아프리카에서 처음 원조 일을 시작했을 때, 깜짝 놀랐던 사실이 있었다. 서아프리카와 사하라사막지역 나라 중,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다 독립한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외견적으로는 독립한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아직도 프랑스 식민지라는 한탄 섞인 말을 어느 나라에서나 들었다. 이건 시작이었다. 2019년 아프리카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까지 비슷한 말을 계속 들었다.


필자가 상대했던 사람들 중에는 경제학 관련 지식층이 적지 않았다. 연구자, 교수, 정부관료, UN 소속 동료들이다.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건, 아직도 프랑스는 아프리카의 자원을, 이익을 빨아들이고 있다면서, 내세운 대표적인 예로, 아프리카 프랑스어권 국가의 통화는 프랑스 중앙은행이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화를 좌지우지한다는 의미는 경제적으로 종속되었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할 듯했다. 지금은 이를 벗어났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랬다.


여기서 상상을 해보자. 프랑스가 아프리카 자원을 아프리카 지식인들의 주장대로 빨아들이고 있다면, 무슨 조치가 필요했을까? 아마도 친 프랑스 정부가 지속적으로 정권을 잡는 게 첫 순위일 게다. 아프리카의 실질적인 독립을 부르짖던 부르키나파소의 대통령 토마스 상카라의 암살에 프랑스가 배후라는 건, 서아프리카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다. 친 프랑스 정권유지를 위한 군사적 개입도 있겠지만, 그 나라 사람들이 배고파서 봉기하는 것도 큰일이다.


프랑스는 해외원조에 적극적이었고, 식량원조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런 프랑스에서 가장 부담스러웠던 나라는 미국이었을 듯싶다. 미국은 유럽판인 아프리카에 메이드인 USA 빨때를 꼽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이 판을 완벽히 깨버린 나라가 등장한다. 중국이다. 중국은 필자가 아프리카에서 일을 시작할 때에 이미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었다. 현장 일을 하는 와중에 몇 번이고,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유럽의 영향력을 없애고 싶어 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중국은 전략적이고도 교묘한 수를 썼다. 개발도상국이란 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서로 비슷한 처지의 경제적 동반자를 자처했다. 스스로 자립해서 식량을 생산하라고 농업 기술을 상당 부분 지원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필자가 탄자니아 어느 연구소에서 만난 중국인 농업 관련 과학자로부터 `본인의 뜻과는 전혀 관련 없이 끌려왔다.`라는 한탄을 들었어야 할 정도다.


당시에는 너무 황당했다. 이 사람이 날 언제 보았다고, 그것도 한국인인걸 빤히 알면서, 이런 불만을 잔뜩 말하나?` 다만, 이때 알게 된 건, 아프리카에서 이들이 일하는 건, 자발적이기보단, 타발적이었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막대한 차관도 지원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 것 같은 사업도 같이 진행했다. 그러면서 자원에 대한 채굴권,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장기 임차권을 받아냈다. 독자 여러분도 알고 계신 예도 있다. 아프리카는 아니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석유다. 중국이 차관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석유를 저렴하게 가져갔다는 뉴스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당황한 프랑스는 가만히 있지는 않은 듯싶다. 미국과 합세하여 중국을 견제하고, 식량원조를 늘려 당근을 더 주고, 아프리카 나라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려 했다. 중국에 대한 나쁜 소문도 냈을 법하다. 하지만 필자가 만난 아프리카 지식인들은 프랑스로부터 진정으로 경제적 독립을 하고 싶어 했다.


코로나 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와중에, 판이 완전히 중국으로 넘어간 듯 보였다. 동시에 프랑스 복지에 문제가 생겼다는 뉴스도 들렸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프랑스 복지가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게 될 때마다, 복지 예산을 지탱하던 큰 줄기 중 하나가 아프리카에서 들어오는 막대한 이익이 아닐까?


아시다시피, 복지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한번 시작한 복지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거둬들이기 매우 어렵다. 거둬들인다는 건 그만큼 상황이 악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리카에 꼽은 프랑스의 빨대가 부러진 것과 시기적으로 교묘히 중첩되어 프랑스는 복지예산이 부족하다고 난리를 하고 있다. 필자가 이런 의구심을 높인 이유다.


여하튼 프랑스 입장에서 볼 때, 아프리카에 식량을 줄 이유가 상당 부분 희석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도화선이었지만, 결론적으로 볼 때 프랑스는 급격히 아프리카 식량 지원을 줄였다.


프랑스는 해외원조에 있어서, 인본주의를 가장 앞세우는 나라 중 하나다. `지구촌에 거주하는 인간이 인간답게 먹고살기 위해서 우리가 한 푼이라도 더 보태야지.` 하던 나라다. 우리나라에서 주류를 이루는 해외원조 논리중, 프랑스에서 건너왔을 논리도 적지 않을듯 싶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해외원조의 주류 논리라는 걸 계속 고수할 수 있을까?


요즘 필자는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유럽과 미국의 빈자리. 배고픔의 자리. 이 자리를 메꾸지 않으면, 중국에 호의를 보이던 나라에서 식량 폭동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궁금증이다. 미국이나 유럽이 개입할 빌미를 줄 수도 있다. 성난 민심에 중국과 친한 정권이 뒤집어질수도 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고서도 베네수엘라 국민의 분노가 덜할 수 있는 이유가, 베네수엘라 식량사정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국민 대다수가 미국 타도를 외치면 섣불리 공격하긴 어려웠을 터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군사적 행동을 시도하기전, 몇년 간 베네수엘라에 제공하던 식량원조를 끊었다.


이제, 아프리카 여러 나라 식량 문제 상당 부분은 중국이 어떻게든 관여해야 할 부담되는 숙제가 된 듯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여 중국과 외교를 하고, 해외원조 전력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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