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조 주일.

대한민국을 호구로 만드는 해외원조

by 이타카

어제 성당 미사시간에 신부님이 이번 주가 해외원조 주일이라 했다. 한국 천주교는 1993년부터 1월 마지막 주일을 `해외원조 주일`로 정하고, 굶주리는 나라를 지원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착잡했다. 선한 마음으로 베풀면 그에 응당한 하느님의 선한 답이 올 것 같지만, 현실은 악의로 가득 찬 미소가 응답일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번 주에 이런 생각이 더 들게 된 건, 수단에서 발생한 정부의 구호품 횡령, 구호물자로 지원한 발전기를 당국서 사용, 유통기간이 지난 식품을 압수한 채, 구호기구에 돌려보내지 않은 사건을 들어, 일본정부에서 보낸 강력한 항의서한을 지난 금요일에 받아서다. 일본 지원이 개입되었는지는 불투명하나, 인도적 지원에 관련된 대형사건인지라 일본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음을 문제삼은 것이다.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사실 수단에서의 소문은 동료들 사이에서 돌고 있었다. 갑자기 정부군이 들이 닦쳐, UN자산을 모두 압류하고 직원들을 추방한 나라가 수단이다. 이후에도 한 동안 매년 국가사무소장이 살해 당했다. 작년 국가사무소장은 천운을 받아서인지 암살이 아닌 추방으로 끝났다. 구호기관이 투명하고 정직한 분배를 위한 잣대를 내민 결과는 참혹했다.


그럼에도 수단 내전으로 인하여 수많은 국민들이 굶어 죽을 지경에 처하고, 다른 나라로 탈출하고, 그런 상황을 구호기관들이 손 놓고 쳐다만 볼 순 없다. 수단은 천연자원의 보고인지라, 자원을 판 수익의 극히 일부만 사용해도 배고플 일이 없는 나라란 걸 알아도 그렇다. 국민들이 굶주림으로 아사의 지경에 처했는데 도리가 없다. 수단 정부와 반군 사이의 탐욕이 불러내 `악의`가 수단 전역을 오염시켜 현세의 지옥도를 만들어냈기에 그렇다. 선의를 기반으로 한 논리와 이성을 내밀면, 암살을 당한 다는 걸 알게 해 준 나라다.


현지에서 선의를 가진 천사의 대행자라 생각했던 이들이, 지나고 보면 악의를 숨긴 무리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생존을 빌미로 피어나는 악의의 선봉은 배고픔을 덜어줄 선의의 바로 코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국가를 지배하거나 혼란에 빠트린 최상위 권력자들만이 아니다. 완장을 찾다 싶으면, 옛 날 우리가 그랬듯, 면사무소 서기만 돼도 악의의 선봉에 설 자격이 충족된다. 교장선생이 아이들 주라고 보낸 구호품을 빼돌렸다는 말에도 직원들은 그려려니 한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 뭐. 하는 표정이다. 처음 그런 내용을 들은 신출내기나 눈동자가 흔들거린다.


몇 년 전에는 에티오피아에서 유사한 사건이 터졌다. 적당히 해 먹는 선을 넘어가니 해외원조를 지원하는 나라에서 들고일어났었다. 에티오피아에 대한 지원을 상당 부분 줄였다. 이에 당황한 에티오피아 당국이 유사사건의 방지를 약속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그 와중에 대한민국은 에티오피아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해외원조가 상당 부분 끊긴 에티오피아 권력자들에겐 동아줄일 수도 있었다. 대한민국은 선의로 뭉친 나라다.


해외 원조 주일을 알려주고, 해외 원조에 손을 거들자는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착잡한 게 이런 이유에서였다.


국민이 굶어 죽을 지경에 처한 나라를 제대로 돕고 싶어도 , 그들 나라의 악의로 뭉쳐진 정치인들이 그은 주권이란 선을 넘을 순 없다. 그 선을 넘을라치면 민족이네 종교네 사상이네 하면서, 굶주림에 내몰린 사람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내던지는 데 서슴지 않는 이들이다. 굶주림이 만연하다는 N 국은 UN에서 정한 최소한의 투명성 확보를 거절했다. 외부의 정보가 들어가 그들만의 지옥도를 무너뜨릴까 봐 겁냈었다. 선의는 결코 그들이 움켜쥔 주권의 선을 넘을 수 없었다.


민족, 사상, 종교가 권력자의 악의를 지탱하는 무기로 사용되는 걸 목격할 때마다 혼란스럽다. 악의의 무기는 무엇이든 뚫어 버리는 창으로 쓰이고, 어떤 공격도 막는 방패로도 사용된다.


일본 만화 중 썩은 정치인을 도려내고 AI가 대신 통치하는`하모니`란 영화를 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인 적이 있었다. 극단적인 만화지만, 정치인들이 싫어할 만화지만, 그런 AI가 적어도 굶어 죽는 사람을 줄이는 데 큰 힘이 될 나라가 적지 않아 보인다. 미래에, 하느님의 선의를 실천하는 건 AI 가 될 수도 있을까? 입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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