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에서 배우기
2010년 아랍의 봄이 들불처럼 번져 갈 때, 많은 이들은 해피한 결말을 예상했었다. 필자도 독재정권이 물러난 아랍이 좀 더 행복해질 거라 기대했었다. 정치적 불안이 보였지만, 얼마 안 가 해결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일하고 부터는 `아랍의 봄이 잘 되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이 섰었다.
그 나라의 정치적 안정은 그 나라 국민의 정치 수준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이상향을 떠들면서, 내가 당신들을 저기로 인도하겠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의 속내를 제대로 파악 못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나라의 미래는 가난과 굶주림으로 보장된다. 그걸 아프리카에서 수시로 목격했다. 북아프리카의 아랍국가도 다른 아프리카국가와 크게 다름이 없다는 걸, 여러 아프리카 나라의 관료들에게 듣기도 했다.
아랍의 봄이 시작된 지 얼추 15년이 지났다. 일견 하기에 튀니지만 정치적으로 안정이 되었고, 나머지 국가는 내전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터전을 잃고, 가난하고, 배고프다. 그들이 선택한 정치 지도자가 현세의 지옥도를 그려낸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할말은 없다. 속았다. 사기당했다?라는 항변은 의미 없다고 본다. 상황이 반복되어도 그들은 비슷하게 선택할 것 같다. 그게 그들의 정치역량이다. 그게 그들 나라를 바라보는 선진국의 차가운 시선이다.
그렇다고 튀니지가 예전보다 더 좋아졌냐? 하면 꼭 그렇다고 보긴 어렵다. 경제성장은 둔화되었고, 치안은 좀 더 불안해졌고, 간간이 테러가 발생하는 국가가 되었다.
아랍의 봄은 실패다. 그러면 독재정권이 옳으냐? 하면 그건 아니다. 독재로 인하여 처절히 가난해지고, 굶주림이 만연해진 나라도 적지 않다. 베네쥬엘라도 그런 독재로 인하여 폭망 한 나라다. 결국 국민의 평균적인 정치적 안목을 키우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사례가 적지 않은게 가난한 나라다.
나라를 폭망으로, 국민을 가난과 굶주림으로 이끈 독재자는 정치적 인망이 대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의 마음을 휘어잡아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리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민의 정치역량을 자기 입맛에 맞추어 떨어뜨렸다는 점도 유사하다.
3월 초에 네팔을 방문하려 연락을 했다. 곤란하다는 답이 왔다. 3.5일 선거를 치를 예정이고, 정치적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일종의 계엄 사태와 비슷한 통제가 있단다.
작년 네팔 z 세대가 중심이 된 대규모 시위가 정권을 무너뜨린 건 독자분도 아실 것이다. 그런 네팔이 새로운 출발을 위한 선거를 실시한다는 이야기다. 2025년 시위는 2008년 왕정이 완전히 무너진 후, 잘 살 거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부정과 부패, 정치적 혼란, 경제적 정체가 불러온 시위였다.
안 봐도 비디오. 네팔 국민이 `제가 네팔을 반석에 올리겠다.`는 사탕발림의 말을 믿고, 정책의 깊이나 과거의 행태를 냉정히 판단하지 않고 정치인을 선출한 결과다.
필자가 본 네팔의 미래는 아랍의 봄의 경험, 그리고 가난한 나라에서 일해본 경험으로 판단하건대 그리 밝아 보이진 않는다.
3.5일 선거가 끝난 후, 네팔이 잘 될 건가?라는 추정을 해본다면, 80% 정도는 잘 안될 것 같다. 또 다른 시위가 연이어질 가능성이 있을뿐더러, 테러가 발생하는 국가, 혹은 내전으로 치닫는 국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네팔과 우리나라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새로운 네팔 정부는 기존 기득권층을 비판하면서, 중점 교역대상국을 바꾸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인도와 중국의 영향력을 벗어나려는 시도다. 새 정부와 굳게 손을 잡고 원조를 늘리는 건 우리로써는 손해 볼 게 없을 것 처럼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새 정부가 성공할 가능성이 20%도 안될 수 있다는 걸 염두해 두고서 판단할 일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이득 말고, 다른 건 어떤 걸 봐야 할까. 네팔은 우리 국민이 즐겨 찾는 관광지 중 하나다. 우리 국민의 안전보장, 유사시 지원을 염두에 둔다면, 네팔과 어느 정도 선에서 원조를 하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혹여라도 네팔이 민주화의 과정을 통해 성장이 된다면, 인프라 건설과 군비확충이 필요하다고 할 때, 해외원조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경제적 협력에 우선적으로 협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슬쩍, 경제적 협력의 고리를 걸어두는 해외원조를 해볼 수도 있다. 그들의 인프라, 경제구조, 의식주를 파악할 수 있는 원조면 더욱 좋다.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호구짓은 안된다. 호구짓을 한 결과를 작년에 여실히 보지 않았나? 그게 호구짓의 결과란 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별수 있는가. 계속 이대로 하면 될 터이다. 국민세금을 바치고, 끝.
댓가 없이 수혜국 국민이 정말 필요한 필수적인 병원 대신, 특수 병원을 지어주는 식의 원조는 더 없을거라고 믿고 싶다. 가난한 나라는 필수 의료시설도 부족하다. 입장을 바꿔보자. 우리가 가난하고 필수의료시설도 없어서 죽어나가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난데 없이 어느 선진국의 지원으로 특수병원을 건립했다.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국은 우리나라 썩은 정치인들과 야합해서 저런걸 지어주는 군, **국은 얼마나 우리 자원을 수탈하고 빨아먹을까?` 설마 이런 일이 우리나라 해외원조 현장에선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믿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