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해도 골치가 지근거리는 통계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다. 코넬대학교에서 통계는 all A를 받았다. 그러니 통계 이야기에 대해선 필자의 말을 신뢰하셔도 될 것이다. A가 별거냐고 말하신다면 경제통계과목 40여 명의 수강생 중 A는 한 명이었다. 마지막 리포트는 논문으로 하자는 교수의 제안도 있었다. 그렇기에 필자는 통계를 불신한다. 조작이 필수적인 게 통계이기 때문이다.
붕어빵을 예로 들겠다. 맛있는 붕어빵 제조를 위한 조리법을 통계로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통계전문가는 재료의 배합비와 가열온도, 시간을 통계로 분석해서, `이것이 맛있는 붕어빵 만드는 조리법`이라 주장할 수도 있다. 통계를 해보신 분은 아실 것이다. 배합비, 온도, 시간. 이렇게 3가지로 이루어진 통계 분석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하나는 쉽지만, 이 3가지가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런 작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데이터화 하려면 숙련된 전문가의 통계학적 설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건 그자체가 문제다. 이런 통계적 레시피로는 맛있는 붕어빵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붕어빵을 만들어 보신 독자분은 아실 것이다. 인터넷에서 맛있다고 추천하는 배합비와 온도, 시간을 잘 맞추어도 맛있는 붕어빵이 되는 건 아니다. 내 입맛엔 너무 딱딱할 수도, 너무 달달할 수도, 너무 밍밍할 수도 있다.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서도 다르다. 가열 방식에 따라서도 맛은 확 달라진다. 습도도 중요하다. 밀가루의 분자적 구성성분도 체크해야 한다. 단팥까지 생각하면 더욱 복잡하다. 이런 걸 다 고려해서 최고의 붕어빵을 통계학적 기법으로 만들어 내는 건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론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고 즐겨 찾는 붕어빵가게에 가서, 사장님 밑에서 걸레질 하면서 몇달 간 몸으로 배우는 것이다. 배합비, 온도, 시간뿐 아니라 맛있는 붕어빵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알아낼 수 있다.
마마보이의 좁은 세계가 오늘의 제목이다. 마마보이의 특징인 남다르게 좁은 시각과 편견은, 맛있는 붕어빵 레시피를 통계적으로 만들겠다고 덤벼드는 것과 유사한 프로세스로 형성된다. 가장 중요할 것 같은 항목만 마마가 선별해서 보이에게 알려준다. 그 정보조차 마마 입맛에 맞춘 거다. 이런 보살핌에서 보이는 갓난아기 때부터 배운 맛있는 붕어빵 레시피가 진짜 맛있는 붕어빵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보이가 맛있는 붕어빵을 만들기 위해, 보이의 두뇌가 필요한 건 무엇인지 상상해 보자. 두뇌라는 고도의 생물학적 컴퓨터는 슈퍼컴퓨터보다 직관적으로 수많은 정보와 자료를 분석한다. 그리고 최적의 결과를 내놓는다. 능력과 환경까지 고려한 결과다.
이런 결과를 위해서, 두뇌는 최대한 날것의 정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보고 맛을 보게 해야 한다. 하지만 마마는 똥은 싹 걸러낸다. 된장도 친환경 된장만 선별해 준다. 이렇게 극도로 정제되고 선별된 정보만 받아들인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맛 좋은 붕어빵은 재료의 배합과 온도와 시간만 알면 누구나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만든 붕어빵은 무조건 맛이다.` `나는 그 레시피를 안다.`
보이가 성인이 된 후, 맛있는 붕어빵을 만들기 위해 듣도 보도 못한 다른 것도 챙겨야 한다는 걸 알게 되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붕어빵을 포기하던가, 싫더라도 반죽을 주물럭거리는 결정이다. 게임, 예술, 인터넷, 쇼핑의 길은 도망자를 위해 활짝 오픈되어 있다. 파파와 마마, 혹은 배우자, 애들이 벌어오는 돈은 도망자금이다.
그렇다면 반죽에 손을 대는 건?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이는 예방주사를 맞지 않고 아프리카 한복판에 떨어진 거와 진배없다. 콜레라도 있고, 장티푸스도 있고, 말라리아도 창궐하는 아프리카 한복판이다. 겨우 붕어빵을 만드는데 콜레라, 장티푸스, 말라리아를 가져와 겁을 주냐고 항변할 것도 같다. 하지만, 최초란 의미는 최초의 고통이란 의미와 큰 차이가 없다.
알지도 못하는 다른 사람의 미각도 알아야 하고, 밀가루마다 성분이 다른 걸 우선 놀라고, 그다음에 복잡한 물리적 화학적 조성을 배우고 파악해야 하고, 불도 잘 못 켜는데 가열 온도의 패턴도 알아내야 하고, 보관기간, 단팥의 조성, 습도.. 붕어빵을 반죽할 때 쓰는 우유의 상표까지 알아내야 한다. 머리 아프고 힘들고, 예방주사를 맞지 않고 병에 걸린 양 비실댄다. 그러다가 화가 폭발한다. 아니 마마는 왜 이런 중요한 걸 빼먹고 가르쳐줬어! 남들이 다 하는 걸 나만 못하는 것 같은 스트레스는 우울증으로 발전한다. 혼자만 적응 못하고 스트레스받는 게 하도 한심해 죽고 싶어진다.
붕어빵 만드는 것도 이런데, 결혼생활은 어떻고, 회사생활은 어떻고, 대인관계는 어떻고,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면...
그러니까 마마보이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니고, 자살한다고 옥상에 올라가도 마마는 이해해야 한다. 마마보이의 두뇌는 그렇게 되도록 양육되었다.
필자는 신혼 초, 마마보이를 극혐하는 아내 덕분에 콜레라, 말라리아, 장티푸스까지 다 겪게 되었다. 그때 계산서가 나왔다. 그냥 죽자. 죽자 하니 애들이 눈에 들어왔다. 애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