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마마보이를 공중부양 시킨다.

by 이타카

마마는 책 안에 지식이 있다고 했다. 지혜가 있다고 했다. 미래도 들어있다고 했다. 보이는 마마의 말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도 그리 말하니까. 그 믿음에 보답한 책은 신통력을 부렸다. 보이가 현실에 발을 못 붙이고, 공중부양을 하게 했다. 공중부양이 길어질수록, 현실은 멀어져 갔다.


보이는 글을 읽기 시작할 무렵부터 문학서를 들었다. 죄와 벌, 백경, 전쟁과 평화 같은 수백 권의 책을 중학교 때까지 거의 읽었다. 이후에도 노벨상을 탄 소설은 누구보다 먼저 읽어야 했다. 다른 책은 시시한 거고 격이 떨어지는 거였다. 그러면서 친구들 대화에 끼어드는 시간이 줄었다. 대화가 어색해졌다. 친구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대화에서 흥미가 떨어졌다.


보이는 대학교 2학년 때, 파리대왕을 읽다가 의문이 들었다. 친구들이 엄지 척을 했던 자본론을 읽고, 혼란스러워할 때였다. 파리대왕은 소년들이 섬에 표류하며 시작된 생존 투쟁을 그린 내용이었다. 15 소년 표류기와 비슷한 시작에 결론은 완연히 달랐다. 이때 보이는 공중부양을 잠시 멈춰 볼 생각을 했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그 위대한 책을 쓴 작가의 삶을 조명해 보는 거였다.


마마가 그리 추켜세우고, 온 사방에서 위대하다는 대문호를 알아봤다. 일단은 외국사람이었다. 할아버지나 친구나 평등하게 이름을 막 부르는 마을에 살던 사람이었다. 보이의 세계와는 달랐다. 사고방식이 달랐다. 시작부터 고개를 꺄우뚱하게 했다.


그래도 그들은 잘 살았겠지 싶었다. 지식에 지혜를 겸비했으니,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될 사람들이었다. 그래야 마마 주장대로, 말 좋아하는 이들이 떠드는대로, 그들의 책이 보이에게 지식과 지혜를 주고 미래를 열어줄 테니까.


톨스토이는 가족과의 불화와 현실과 괴리되는 사고체계로 괴로워하다 객사했다. 헤밍웨이는 정신분열을 겪다 자살했다. 세르반테스는 평생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쓸쓸하게 죽었다. 보이가 세 번이나 읽은 데미안의 저자 헤르만 헤쎄는 우울증 환자였다. 머리를 복잡하게 한 칼 막스의 마지막은 생활고와 질병이었다. 그나마 파리대왕을 서술한 윌리암 골딩은 심장마비로 편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보이의 정신세계를 형성한 건 윌리암 골딩이 아닌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던 작가 들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의 삶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에 감명받고, 이 이야기가 주는 지식과 교훈을 챙기려 했고, 그 작가의 들려주는 지혜로 세상을 살아가고자 한건 아닐까. 그러니 발끝이 현실이란 땅바닥에 닿지 않는 게 아닐까.


이후, 드라마와 만화책, 영화를 즐기기 시작했다. 오히려 현실적이고, 오히려 비 현실적이란 걸 알기에 즐거웠다. 윌리암 골딩이 재미나게 봤던 영화 피라미드의 원작가란 사실은 놀라움이었다. `이 분 정말 구라 잘 치시는 군.` 문학서나 드라마나, 영화나 현실을 벗어나게 하는 건 매일반이었다. 오히려 드라마나 영화가 지인들과 이야기하고 소통하기에 좋았다.


그럼에도 필자는 때때로 공중부양을 했다. 이따금 멀쩡한 삶이 이상해 보였고, 멀쩡하지 않은 상황이 친근하게 느껴지곤 했다. 이런 공중부양을 거의 멈추게 된 건 40대가 지나서였다. 외국에 나가 고생을 해보고 나서였다. 애들을 키우기 위해선 현실에 발을 붙여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세상에서 떨어져 계속 하늘을 날아다니다간, 현실과 괴리되고, 우울증에 빠지고, 가난해지고, 종국엔 자살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보이는 아이들에게 책을 탐닉하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책은 필요한 것만 읽고 멀리하라 했다. 그 결과 상식 없는 애가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너무 상식이 없어 보여, 상식은 알아야 한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런데 문학서적은 장식품쯤으로 여기는 아이가 사회생활을 잘하고, 친구가 많은 걸 보고 깨달았다. 나는 아직도 공중부양을 하나?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만 머리에 담아도, 살아가는 데 충분할지 모르겠다. 드라마나 영화를 간혹 보면서 알아가는 지식도 적지 않을 것 같다. 핫뉴스는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떠들어 준다. 공중부양을 일삼던 보이가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사는 아이에게 할 조언은 아니었다.


책을 숭상하는 마마를 안다. 그 숭상하는 마음에 가스라이팅 된 아이도 안다. 안타까워 조언을 해주려 했었다. 아니, 간접적으로나마 조언을 해주었다. 책을 숭상하는 마마는 필자의 말을 무시했다. `상식도 없는 인간 같은 놈`이라는 눈빛이었다. `니 애나 잘 키워` 하는 눈빛도 따라왔다.


나도 눈빛으로 대꾸는 해주었다. `스스로 하는 애로 키우면서, 책을 권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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