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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Feb 02. 2021

아프리카라는 파이.


누군가 내가 먹으려고 침 발라 놓은 파이에 포크질을 하면 어떨까. ‘저 더러운 놈, 침 발라 놓은 것도 먹으려 드네.’ 이렇게 속으로 욕만 하고 말까. 아니면. 한 대 쥐어박으면서 ‘이 놈아 이건 내 거니까 손대지 마!’라고 할까. 아프리카는 이런 생각에 잠기게 하는 대륙이다. 풍부한 자원, 아름다운 풍경, 넓은 대지, 적은 인구밀도.


아프리카는 독립 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각축장이었다. 민주주의를 대표한 미국과 유럽이, 공산주의를 대표한 소련과 중국이 비집고 들어와 파이를 하나라도 더 차지하려고 싸움을 했다. 민주주의의 지원을 받는 부족, 공산주의의 지원을 받는 부족들이 이에 편승했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혜성 같 인물이 등장하여 별똥별처럼 사라져 갔다. 서아프리카 지식인들에게 ‘아프리카의 차 게베라’라며 추앙을 받는 부르키나파소의 토마스 상카라는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유럽의 간섭이 싫었다. 부패한 기득권도 못 마땅했다. 1983년 33세의 나이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한 후 야심 찬 사회주의 개혁을 실시한다. 진료소를 세우고, 학교를 건설하고,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고, 경제적 자립을 위하여 혁명적인 정책을 실시했다. 이런 모양새가 당시 부르키나파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프랑스에게 좋게 보일 리 없었다. 결국 쿠데타가 벌어지고 토마스 상카라 대통령은 살해를 당했다. 2020년 부르키나파소는 여전히 불안하고 테러가 빈번한 국가이다. 이런 일이 아프리카 도처에서 벌어졌다.  


21세기. 공산주의 세력이 약해진 틈. 공산주의가 유명무실해진 시기. 공산주의가 아프리카를 지원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생각되었던 때. 유럽과 미국의 생각은 어땠을까.  


미국에서 유학 당시, 미국이 아프리카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의 세가 불리하니, 어떻게 하면 세를 늘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당시에는 몰랐다. 유럽이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아프리카에 행사하는 지를.  아프리카에 와보니 유럽의 힘은 모호하지 않았다. 손으로도 만질수 있는 구체적인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돈을 환전 안 해도 된다고?”

“그래.”

“피터 농담하지 마, 코트디부아르 하고 세네갈은 다른 나라잖아.”

“돈은 똑같아. 프랑스에서 통화를 대신 관리해주거든.”



서아프리카 CFA 프랑은 프랑스 식민지였던 8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사용하는 공용화폐인데, 프랑스 재무부에서 보증을 하는 화폐다. 언 듯 이해 가지 않았다. 식민지배를 안 한다고 말하면서 그들 나라의 돈줄을 쥐고 있는 모양새였다. 경제적으로 독립시킨 건 아니라고 해석되었다. 더하여 2019년 부르키나파소에서 납치되었다 구출된 우리나라 여성에 대한 뉴스를 떠올리면 또 하나의 진실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부르키나파소에서 프랑스군에게 구출되었다. 그런데 왜 프랑스군이? 부르키나파소 경찰이나 군인이 아니라..

그렇기에 아프리카의 지식인은 진정한 독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진정한 독립은 경제적인 독립입니다.”


그의 말이 여러 아프리카 나라에서 공감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아프리카에서 일할 당시, 경제적 독립을 위하여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이 통합 화폐를 발행하려는 활발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다.(결국 2020년 서아프리카 CFA 프랑은 사라지게 된다.) 나는 이 뉴스를 접하고 미국을 떠올렸다.


“아프리카가 유럽의 영향력에서 점차 벗어나려는구나. 이는 미국의 작업에 의한 걸까? 미국의 영향력을 아프리카에 키우기 위해?”


복잡 미묘하게 돌아가는 국제 판세를 즐겨 읽는 사람은 아니지만, 과거 미국 유학 시절의 경험에 붙들려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었다. 관람객이 되어 보기로 했다. 아프리카라는 파이를 두고 미국과 유럽이, 누가 더 많이 차지하나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터였다. 아프리카에서 붙잡아간 노예의 후손들이 유럽과 미국의 국민으로 살고 있는 시점에서 양자가 책임과 지분이 있었다.


그런데 아프리카 곳곳에서 한자가 보였다. 중국어. 그러니까 아프리카에서 힘차게 뜀박질을 하면서 파이를 콕콕 찍어 먹어대는 나라는 유럽도 미국도 아닌 중국인 듯 보였다. 그 증표가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 가건 볼 수 있는 중국 음식점, 중국인이 지어주었다는 현대식 건물, 여기저기에 보이는 중국어로 쓰여 있는 안내판이었다.  


중국이 난데없이 아프리카에 등장한 건 아니었다. 오랜 전부터 아프리카에 들어와 공산주의를 전파하는 사도의 역할을 해왔다. 북한도 아프리카에서 활동을 한 때였으니.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신속하게 아프리카 각지에 중국 음식점을 개점할 줄은 상상할 수 없었다. 맥도널드도 개점하지 못한 이곳에.


‘왜? 이렇게 된 거지? 유럽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고 중국이 세를 넓히네.’


그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준 사람은 아프리카 **국 공무원이었다.


“또 100명 정도의 중국인이 증발해 버렸데요.”

“증발요?”
 “사라진 거죠. 일 끝나면 중국으로 돌아갈 사람들인데 말이에요.”


우리나라라면 피부색도 같고, 일자리도 많으니 돌아가지 않고 남으려 할 수 있겠지만, 아프리카는.


“동양인이 아프리카로 건너와 먹고 살기는 어려울 텐데,.”

“무슨 말씀을, 중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여성들과 결혼을 많이 해요. 그렇게 정착을 하는 거죠. 그리고 자기들끼리 서로 돕고 하니까요.”


그의 말이 흐릿하던 기억을 건저 올렸다. 오랜 옛날에 새로 영토를 개척하면 백성을 옮겨서 그 땅에 살게 했다고 했지. 그게 ‘사민 정책(徙民政策)’이라고 했던가. 이 사민 정책이 아마 중국서 수입된 거겠지. 그러니까 중국이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본토 중국인을 열심히 데리고 와서 정착시키는 건 아닐까. 그 수많은 사람들을. 인해전술처럼. 아프리카의 인구를 다 합쳐도 중국인구보다도 적으니. 중국 정부는 뒤에는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은근슬쩍 도움도 주고.


유럽과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 수억 만금을 아프리카에 퍼준다고 한다 해도, 아프리카 사람이 돼 버리는 중국인을 어떻게 당할 수 있을까.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유럽과 미국이 불리하겠네. 시간이 지날수록 아프리카 차이니스가 증가할 테니.


이런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은 아프리카 파이를 찍어 먹기 위해 무슨 작업을 해야 할까. 속수무책으로 멀건이 중국이 아프리카에 세를 늘리는 꼴은 배 아파하며 보고 있을까. 그렇게 많은 공을 들였는데. 자신들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흑인들의 옛 고향이기도 하고.


그럼 우리나라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남들이 하는 경기를 관전하는 건 재미있지만, 내가 그 판에 뛰어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한발 더 나아가 생각했다. 이런 판세 속에서 우리나라가 뭘 해야 할까. 선진국보다 시스템의 정밀도는 떨어지고, 중국처럼 사람을 데려다 살게 할 수도 없고. 결국은 틈새를 봐야 할 것 같다는 정도의 결론이다.   


‘그런데 말이에요 우리나라가 왜 틈새를 봐야 하지요? 굳이 아프리카에? 도와줘도 결과가 잘 안 나온다면서요! 그리고 재수 없이 유럽, 미국, 중국 틈에 잘 못 끼이면 새우등 터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에요!’


사실 나도 모호하다. ‘딱 부러지게 이것 때문이다.’라고 말하긴 어렵다.


국제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가장 젊은 사람들이 많은 대륙이고, 가장 빨리 인구가 늘어날 대륙이고 그러니 미래에 잠재적 가치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 주장은 일면 납득되나, 다른 한 면으론 의심이 일어선다. 아프리카의 상황은 국제기구 판단과 어긋난 적이 많으니.


고백하자면 같이 일했던 중국 공무원과 일본 공무원이 내 판단의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듯 아프리카에 투자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이런 상황에 기대 보자는 생각이다.


현시점에서 아프리카라는 파이에 우리나라가 당장 끼어들 틈은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의욕적으로 끼어들었다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꼴’을 하고, 결국 제풀에 지쳐 포기할 위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불투명한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 유대의 끈은 붙들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는 미래를 대비하는 선진국이니까. 선진국의 일원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어깨를 펴려면 국가 재정의 일부를 가난한 나라에 도와줘야 할 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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