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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Feb 01. 2021

검은 진실


해골 같은 얼굴, 커다란 눈망울, 가느다란 팔,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앙상한 엄마. 영상은 엄마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붙잡고 있고. 뭐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울컥해진다. 또 다른 영상이 이어진다. 아이가 흙탕물을 마시는 장면. 태어난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렵게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21세기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마음이 저리고 대한민국에 태어난 게 다행스럽고. 그래서인지 아프리카의 식량난을 덜어주는 일에 조금이라도 돕자는 의욕이 마치 사명감 마냥 타올랐었다.

아프리카는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남 수단, 예멘과 같은 나라의 분쟁에 기후 변화가 더해지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식량지원에 의존한 세계 37개국 중 28개국이 아프리카에 있었다. 인재와 천재의 합작인 아프리카의 굶주림은 그 어느 질병보다도 무섭고 치명적인 결과를 내보였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만 5세 이하 어린이 3백2십만 명의 어린이가 매년 사망한다. 굶주림은 어린이의 면역을 약화시키고 폐렴, 말라리아, 설사를 동반자로 한 죽음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


이런 죽음 뒤엔 60년간 넘게 지속된 식량부족이 도사리고 있었다. 앞이 안 보이는 굶주림, 가난. 그렇다고 나아질 기미가 잡히는 것도 아니다. 남아메리카보다 더 큰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인구는 인도와 비슷한 아프리카. 언 듯 생각해 보면 충분히 식량을 생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리 식량사정이 안 좋은가.


현장에서 접하는 이유는 하나 하나 따지기도 버겁다. 기후변화로 시작해서, 종자, 비료, 재배기술, 물, 저장, 유통, 가공, 병충해, 인력, 사회불안... 그 동안 뭘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한지 70년이 다 된 나라에서. 해외에서 지원도 적지 않았을 텐데. 식량을 늘리려면 싹다 바꿔야 할것만 같은데, 그 돈과 그 시간은...


문제는 식량뿐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대륙은 아시아로 45억 명이 살고 있고, 아프리카는 12억 인구. 그러나 국제기구의 ODA 지원은 아프리카에 더 많이 가고 있다. ODA펀드의 37%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지원되고 있니. 도대체 아프리카는.....


영국에는 Global Justice Now(GJN)라는 단체가 있다. 이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수십 년 동안 가난과 절망의 대명사로 간주되었다고 한다. GJN는 이를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로 든 것이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천연자원이 많은 대륙이라는 점이다. 선진국에서 아프리카를 돕는 지원액보다 아프리카에서 선진국에 쓰는 돈이 더 많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 글을 읽었을 때 깜짝 놀랐다. 정말일까? 주요 자재를 유럽에서 모두 수입해서 지었다는 성당이 떠올랐다. 현대식 건물의 자재, 시설장비는 모두 외국에서 들여온다는 말도 떠올랐다. 아프리카에 돌아다니는 차량은 모두 수입산.



이들의 주장이 맞는 듯, 틀린 듯 혼란스러운 상황이 현장에서 펼쳐졌다.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판단하기에는 보고 들은 바가 짧아 GJN의 주장을 세세히 반박하거나 동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적개발원조의 선두주자 격인 영국에서 이런 주장을 펼치는 단체가 있다니.


아프리카 사람들이 계속 가난하고 싶어서, 계속 배고프고 싶어서 원조를 헛되이 썼을까. 상황이 그리 만든 것인가. 아니면, 환경이 그리되도록 유도한 것인가. 원조 선진국은 이런 상황을 반세기가 넘도록 바꿔보려 했지만 실패에 가까운 결과만 보였다. 국제기구에서 내세우는 성공사례라는 것도 살펴보면 극히 단편적·지엽적이고, 이 성공이 계속 지속될까라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당신이 원조 일을 한다면 무슨 감정이 생길까. 내가 아프리카에서 일을 할 때,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 중 하나는 실망이었다. 체념이 고개를 든 적도 있었다.  그나마 기댈 부분은 아프리카 대륙 모든 나라가 비슷한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실례로 아프리카 11개 국가의 사업내용과 결과를 살펴본 바, 잘하는 나라도 있었고 못하는 나라도 있었다. 좋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국가들과 일하면 성과가 잘 나오고, 그렇지 못하면 안 나오고.


“성과가 잘 나오는 나라만 골라서 지원해주면 안 될까?” 순진한 생각이다. 원조가 극히 정치적이라는 사실과 굶주리는 국가를 더 배려해야 한다는 사실은 외면할 수 없다.


어찌해야 되나, 아프리카에서.


그러니 국가에서 하는 원조가 아프리카로 들어가야는 거겠지. 민간이 섣불리 하면 어려울 수 있으니, 국가에서 먼저 하고 그 노하우를 알려주는 게 순서상 맞을지도. 민간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정부가 나설 필요는 없을 테니까. 그러니 참자. 참고 또 참자. 간혹 모른 척도 하고. 그리고 열심히 기록해서 알려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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