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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Feb 09. 2021

농업 원조?


“삼시 세끼 잘 먹으면 행복한 거다.” 어린 시절 아버지한테 이런 말씀을 들으면 ‘그게 무슨 행복이야.’라고 속으로 반문했다. ‘먹는 건 소중하니 아껴야지’라고 하시며 예전 못 먹던 시절을 추억하실 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요즘 내가 애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많이 먹으면 살찌니까. 먹을 만큼 먹고 남겨.’ 시골 출신인 집사람이 밥 한 톨 안 남기고, 반찬 국물도 아까와하면서 싹싹 긁어먹으면 ‘그러다가 성인병 걸리면 어떻게 해 건강 생각하면서 먹어야지.’ 한다. 부모님 세대에 하시던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다.


배고픔을 잘 모르는 세대 사람들은 ‘농업 원조’에 대해 관심이 적거나, 필요성에 의문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식량이 필요하면 그냥 식량으로 가져다주고 말지 뭐 그리 복잡하게 해.’


‘가난한 나라가 발전하도록 돕고 싶으면 돈벌이가 되는 첨단 산업을 지원해 줘야지 무슨 농업원조?’


한발 물러서 농업 원조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뭐, 다양하게 하는 원조이니 구색을 맞추는 차원에서 농업 원조가 필요하겠지.’



우리나라 1970년도 통계에 따르면, 인구의 44.7%가 농업에 종사했다. 직접적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 이외에 농업과 관련된 인구(유통, 판매, 연구 등)까지 더하면 50%가 넘었을 터. 농업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제일의 일자리이자, 가장 중요한 경제활동이었다. 당시 농림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부처로 인식된 것은 필연일 것이다. 1970년대엔 굶주리지 않는 나라로 만드는 게 국가의 제1과제였다.


우리한테는 과거로 흘러간 이런 상황이, 21세기 아프리카에서는 현재 진행형이다.  


“인구의 절반 넘게 농업이나 농업 관련 일에 종사합니다. 식량도 부족하고. 그러니 농업은 우리나라에 매우 중요한 산업입니다. 농업정책이 잘못되면, 정권이 바뀔 수도 있어요.”라는 말을 현지 고위공무원에게 들었다. “먹고사는 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라는 말은 아프리카 여러나라서 들었다.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곳이 아프리카다.


사실 아프리카만 이런 것은 아니다. 다른 대륙의 개발도상국, 가난한 나라도 식량을 충분히 생산해 내는 것 매우 중요하다. 그들 나라에서도 농업은 국민 상당수가 종사하는 중요한 일자리다. 그러니까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이런 농업 원조를 하는 것은, 굶주림을 면하게 도와줄 뿐 아니라,  일자리를 확보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건 알겠는데요. 농업 원조를 한다고 그들 나라가 발전하겠어요?”


농업원조는 나라의 발전을 논할 대상이기보단 기초적인 삶을 지원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본다.

농업 원조는 그 나라 대다수 국민이 종사하는 일자리를 탄탄하게 해 주고, 식량 생산을 늘려 굶주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부가적으로 영양상태를 개선해주어 질병에 견디는 힘을 길러준다. 의료체계가 열악한 아프리카에선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공무원은 ‘일본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농업이...’ ‘일본과 같이 일하는 게 영광이다.’라는 식의 말을 서슴지 않고 내 앞에서 말했다. ‘그건 좀 말하기 창피한 거 아닌가.’라고 대꾸하고 싶지만 주변 분위기는 '당연하다.' 였다. 그래서인지 서아프리카 지역 많은 나라에서는 일본에게 ‘존경’을 보내고 있었다.


 탄자니아에서는 중국에 대해 감사와 고마움을 표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중국의 농업원조로 식량도 확보하고 일자리도 생겼다면서.


이쯤 되니 우리나라에 대한 찬사를 듣고 싶어 졌다. 그런데 코 앞에서 우리나라를 칭찬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뻘쭘했다. ‘엎드려 절 받기’다. 한국인인 내가 아닌 중국인이나 일본인에게 우리나라에 대해 칭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으나, 유감스럽게 기회는 없었다.


그리고 농업원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리나라 식량안보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50%가 안 된다. 절대적으로 식량을 해외에서 구입해야 하는 나라다. 만약 기후변화로 인하여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식량생산이 줄어든다면 타격을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기에 약간의 기술만 더해주면, 약간의 인프라만 깔아주면 식량생산이 2배, 3배 늘어날 수 있는 나라를 도와주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된다. 이들이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한다면, 그만큼 세계 식량 가격이 안정화되기 때문이다. 유사시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수도 있을것이다.


정리하자면, 농업 원조는 수혜국 국민들이 굶지 않게 해 주고, 일자리도 늘려주고, 영양상태를 개선하여 질병도 적게 해주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으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에게도 도움을 준다.  


원조 효과잘 나타나지 않는 대륙. 그렇지만 미래의 시장성을 보아 열강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는 아프리카. 이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런 여건을 종합할때, 농업 원조는 가장 효과적인, 가장 낭비가 적은, 가성비 높은 원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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