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타카 Mar 06. 2021

실내 공기, 폐암과의 관계는?

항암치료를 하면서 보게 된 프로그램이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 나무가 울창한 공원 근처 단독주택에서 십 년 넘게 살아 본바, 나에게 자연 친화적 삶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 녹지와 바로 붙어 있는 우리 집에는 줄무늬 모기, 지네, 뱀, 침 개미 등등 다양한 생물이 출현했다. 오래된 단독주택이다 보니 손 볼 곳도 많고. 외풍이 심해 겨울철 평균온도가 15도를 넘기기 어려웠다. 결국 허물고 다시 지었다. 공원 근처도 그런데, 숲 속에서 산다고?  깊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나는 자연인이 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나는 자연인이란 프로그램은 좋았다.  암 환자의 삶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기에. 가끔은 아버지 산소가 있는 강원도 산 골짜기 땅이 떠오르기도 했다. '웰컴 투 동막골'이란 영화의 실제 마을 근처라고 할 만큼 오지다. 지방을 많이 돌아다니셨던 아버지가 선택하신 산 좋고, 공기가 탁월하며 수십 년을 묵혀도 땅값이 제자리인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땅이기도 하다.


항암치료를 마치고, 미뤄두었던 아버지 산소로 인사를 갔다. 공기가 달랐다. 건강할 때는 못 느꼈던 신선한 공기의 느낌. 숨쉬기가 편하니 몸이 편했다. 더하여 정신적으로도 안도가 되었다. 나는 폐암에 관심이 높다. 고환암이 폐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밀검사를 할 때마다 CT와 가슴 부위 X-ray 검사를 동시에 한다. 여기서 살면 적어도 폐암에 대한 염려는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래서 이 땅을 고르셨던가.'  아버지께서 퇴직하시고 돌아가실 때까지 머무셨던 허름한 집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떠올려 보았다. 이 정도 공기라면, 설사 지네와 뱀이 나온다 해도 자연인 흉내를 내면서 살 수 있겠다.


WHO에서 제공하는 암과 관련된 공기오염 정보는 방대했다. 가장 눈길을 끈 자료는 공기오염과 관계가 깊은 폐암 발생지도였다.


  

https://www.who.int/airpollution/events/conference/CAPH1_Parallel_sessions_III.3_3_AP_major_risk_factor_for_cancer_Weiderpass.pdf


지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만 명당 폐암 환자가 25.3명이 넘는 국가다. 중국, 우리나라, 일본이 나란히 폐암 발생률이 높다. 특이한 것은 자연환경이 좋을 법한 호주도 캐나다도 폐암 발생이 높다. 왜 그럴까. 폐암은 공기오염 이외에도 흡연. 프로토늄, 카드뮴, 니켈, 비소, 철, 니켈, 알루미늄 화합물 등 다양한 원인이라고 하니 해석이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중금속류가 폐암의 원인물질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중금속은 공기오염이 아니라 토양오염에 기인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중금속을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면, 오염된 농산물과 물을 먹는 것이다.


WHO는 대기오염이 심한 인도와 중국을 비교하면서 흥미로운 자료를 제시했다. 대기오염이 더 심하다는 인도가 중국보다 폐암 발생이 적다. 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표는 다음과 같다.


WHO는 흡연율이 낮은 중국의 여성까지도 폐암 비율이 높은 이유를 실내 공기오염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다. 중국음식의 조리과정을 머리에 떠올리면 실내 공기오염이 높을 것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고, 인도보다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중국에서 석탄을 주원료로 실내 난방을 주로 하기에 겨울에 중국 가정의 실내공기는 오염도가 심할 가능성이 높다. WHO는 석탄에서 나오는 발암성 물질을 그룹 1로 정하였으며, 바이오연료 연소물을 그룹 2A로 하였다.


이런 논리라면 미국이나 호주, 카나다에서 폐암이 많이 걸리는 이유도 추정할 수 있겠다. 가정마다 있는 오븐. 바베큐. 이런 조리기구가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은 아닐까. 집에서 뭐라도 구워먹으면 집안 가득 퍼지는 탄냄새. 여러 자료를 종합해본 바 동물실험에서는 암과 관련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사람에겐 아직까지 결정적이지 않은 듯 하며 아직 연구해야 될 부분이 많은 듯 싶다. 현재는 참고 정도로 해야 될 듯. 여하튼 집안에서 냄새와 연기를 피우는 오븐 요리 같은 것을 너무 자주 해먹는 것은 안좋겠다는 생각이다.

https://clinmedjournals.org/articles/ijtra/international-journal-of-toxicology-and-risk-assessment-ijtra-5-024.php?jid=ijtra#:~:text=The%20presence%20of%20PAHs%20and,and%20respiratory%20cancers%20%5B23%5D.


암과 관련하여 바베큐 연기를 줄이는 방법을 제안한 전문가도 있었다.

1. 그릴 표면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알루미늄 호일을 사용하여 연기 줄이기.

2. 빨리 익을 수 있도록 얇게 고기를 썰기

3. 기름이 떨어져 더 많은 연기를 내는 지방 제거

4. 고기의 까맣게 된 부분 버리기

5. 붉은 고기는 완전히 익을 때(Well-done)까지 요리하지 않기


https://moffitt.org/endeavor/archive/clearing-the-air-on-cancer-risks-of-smoked-or-grilled-meats/


WHO에서 발간한 보다 종합적인 자료인 'AIR POLLUTION AND CANCER'의 내용을 모두 소개하고 싶지만, 워낙 전문적인 내용이라 아주 간략하게 요지만 설명하겠다. '공기오염과 관련된 물질은 다양하여 암 유발물질 그룹 1부터 2A, 2B에 걸쳐 있어, 공기오염이 암 발생에 깊은 관련이 있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유해작업 환경개선, 화석연료를 절감, 친환경 자동차 사용 등의 노력이 필요하겠다.

https://www.iarc.who.int/wp-content/uploads/2018/07/AirPollutionandCancer161.pdf


나는 퇴직 후 강원도로 갈 것이다. 좋은 공기를 마시고 암과 관련된 농약이나 중금속을 철저히 차단한 농사를 지어 암 재발의 위험을 떨쳐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는 지금은 도시에 있어야 한다. 공기가 오염된 도시. 퇴직까지의 기간은 아직도 멀기에 공기의 질에 있어, 현실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방법은 실내공기오염 조절이다. 실내에서 생선을 굽는다거나, 무엇을 태운다거나 하는 요리 하지 않고 공기정화기 수시로 사용할 것이다.


강원도로 가면 전원생활의 낭만이랄 수 있는 석탄이나 목탄난로는 사용하지 않을 작정이다. 아마도 연료는 무공해를 사용하는 자연인이 되겠다. 그나저나 그릴장비는 어쩐다. 가끔 생선이라도 바베큐식으로 해먹을 생각이었는데.





 



작가의 이전글 스트레스, 암 환자는 무조건 피해야 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