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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Mar 04. 2021

스트레스, 암 환자는 무조건 피해야 하나?

인터넷에 ‘스트레스, 암’을 검색해보면 모니터 화면 가득 관련 정보들이 쭉 늘어서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암 수술 후 첫 검색 땐, 암과 스트레스가 관계없다는 내용보다는 암과 스트레스가 깊은 관계에 있다는 내용에 눈이 갔었다.     



‘암을 유발하는 4가지 원인은 독소의 축적, 스트레스, 운동, 영양’    


‘신경성 질환부터 정신질환, 호르몬 질환, 대사 증후군, 암까지 스트레스가 영향을 주지 않는 질환은 없다.’     


‘스트레스도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만병 중에는 암도 포함되어있다. 암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는 견해가 널리 퍼져 있다. 물론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이런 내용에 빠져든 탓인지, 스트레스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자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안 할 작정으로 침대에 누워있거나, 기분전환으로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사 먹거나 하며 지냈다.    


그러나 이것도 하루 이틀. 수술부위가 점차 고 체력이 회복되기 시작하니,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노력한 만큼이나 무력해졌다. 무력함이 스트레스로 변해갔다. 어느 순간 어떻게 하든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를 없앨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더 이상 무력함으로부터 기인한 스트레스에 휘둘리기가 싫었기에. 서둘러 복직했다. 항암으로 빠진 머리털이 듬성듬성 다시 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현장 업무로 자리로 옮겼다. 기획업무나 신규업무의 틀 안에서만 있다가, 현장 업무로 옮기니 정신적 스트레스는 급격히 줄었다. 출퇴근도 일정하고, 휴일 사무실로 나가는 날도 없었다.    

 

체력이 점차 회복되어, 예전과 엇비슷하게 된 무렵부터는 또 다른 형태의 스트레스가 찾아왔다. ‘예전과 같이 일하고 싶다.’란 스트레스. 욕심인지. 아니면 일병이 도진 건지. 무엇인가 새로운 것에 대해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스트레스가 아무래도 심해 질 수밖에 없다. 휴일을 반납해야 되는 경우도 있고. 인터넷에서는 스트레스가 암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머리가 복잡해졌다. ‘정말 다시 일을 해도 될까. 다시 일을 하다가 암이 재발하면 어떻게 하지.’     


갑갑한 마음에 진찰 중, 의사 선생님에게 물었다. 스트레스가 암에 관련이 있는가에 대해. 의사 선생님의 답은 ‘없다’였다. 재차 물어도 ‘없다’였다. 나는 의사 선생님 말을 의심했다. ‘인터넷에서 스트레스와 암이 관련 있다고 그토록 많이 떠들어 대는데.’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이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분이시니. 결과적으로 의혹만 더 커졌다. 그래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아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영어 해석 때 생기는 스트레스가 두려워 영문 자료를 잘 찾으려 들지 않았지만, 스트레스와 암의 관계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했다. 앞으로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줄 내용이기도 하므로.    


WCRF에 따르면 심리적 스트레스와 암 위험에 연관이 있다는 사람도 있으나, 이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대부분 연구에서는 스트레스가 암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스트레스는 암 위험 증가에 큰 영향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https://www.wcrf-uk.org/uk/preventing-cancer/cancer-risk-factors/myths-and-controversies-about-what-causes-cancer#stress 


미국 국립 암 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혈압과 심박수, 혈당 수치를 높이는 호르몬인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호르몬을 방출한다고 한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소화불량, 불임, 비뇨기 문제, 면역 체계의 약화 등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독감이나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게 하며, 두통, 수면 장애, 우울증, 불안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는 미약하지만, 동물 실험(쥐)에서는 스트레스가 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나왔고, 스트레스가 압도적일 땐 환자가 무력감이나 절망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경우, 치료를 거부 또는 포기하거나 술이나 담배에 의존하거나 폭식을 하는 등의 건강하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 암이 발병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에서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하여 1) 스트레스 관리 훈련, 2) 상담, 3) 암 교육, 4) 조직이나 사회에서의 도움, 5) 스트레스 개선 약물, 6) 운동을 제시했다.   


다소 헷갈리게 하는 내용이었다. 결론적으로 볼 때 미국 국립 암 연구소의 입장도 스트레스와 암의 직접적인 관계에 대해선 현재까진 '별거 없다'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로부터 오는 부정적 영향은 경계해야 한다 정도로 해석이 가능했다.  


https://www.cancer.gov/about-cancer/coping/feelings/stress-fact-sheet

  

정리해 본다면 스트레스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경고하는 만큼 겁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무시하기엔 애매한 상황인 듯 싶다. 


여하튼 나는 답을 정했다. 어차피 아무것도 안해도 생기게 스트레스라면, 하고 싶은 일을 못해도 스트레스가 생기는 상황이라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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