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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Mar 02. 2021

암 예방을 위한 보충제가 독이 될 수 있다.

암 예방을 위해 보충제를 사용하지 말라는 WCRF의 권고가 이해되지 않았다. 무슨 보충제를 말하는 거지? 설마 비타민 같은 것? 혹시 모를 일이니 먹지 말아야 할 보충제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첫 번째가 베타 카로티노이드였다.


십여 년 전부터 건강을 위해 오렌지, 황색, 적색 같이 색깔 있는 채소와 과일을 먹으라는 말을 들었다. 이런 과일이나 채소엔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카로티노이드는 항산화 작용, 면역 기능 강화, 특정 발암 과정 차단 및 종양 세포 성장 억제 등의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WCRF는 카로티노이드가 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알고 있던 바와는 180도 달랐다.


흡연자가 고용량의 베타 카로티노이드를 섭취하였을 때, 폐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담배연기, 담배에서 유래된 발암물질과 베타 카로티노이드가 상호작용을 한다고 하는데, WCRF 자료엔 이런저런 기작들이 제시하고 있었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베타 카로티노이드 대사산물이 담배나 연기에서 유래되는 발암 물질과 DNA의 결합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흡연자는 고용량의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복용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혹시나 싶어, WHO 자료를 뒤졌다. 베타 카로티노이드가 폐암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14-002.pdf (who.int)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가 한창 담배를 피울 때 먹은 영양보충제라고는 비콤 정도였으니. 게다가 고용량의 베타 카로티노이드라고 했고, 과일이나 채소 같이 저용량의 베타 카로티노이드는 별 탈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담배를 끊은 지 2년이 넘었으니 나에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닌 듯도 했고.


베타 카로티노이드 이외에 알아두어야 할 보충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WCRF의 자료를 뒤적여 보았다. 


https://www.wcrf.org/dietandcancer/exposures/other-dietary-exposures


WCRF에 따르면 알파 토코페롤(비타민 E)은 면역 기능을 강화시키고, 셀레늄은 종양 세포주에서 세포 증식을 억제한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국립생물공학 정보센터(NCBI: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는 셀레늄에 대해 반론적인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셀레늄을 식이 요법이나 보충제로 섭취하였을 때,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내용이다. 두 기관이 다소 다른 의견이라면 나는 좋은 쪽으로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암 환자에게 희망이 되는 방향이니. 


WCRF는 비타민 D는 면역기능을 높이고, 염증 감소 등을 유도하여 대장암에 좋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고 했다.  미 국립 암 연구소는 WCRF와는 다르게 고농도의 비타민 D가 암에 그리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보였다. 추적 조사기간 중 사망한 341명 중 비타민 D를 복용한 참가자는 154명 (전체 환자 중 1.1%), 그렇지 않은 사람은 187명(전체 환자 중 1.4%)이었다면서, 비타민 D 복용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덜 사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계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https://www.cancer.gov/news-events/cancer-currents-blog/2018/vitamin-d-supplement-cancer-prevention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을 때, 암 환자는 무조건 비타민 D 주사제를 맞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항암 기간 중에 비타민 D 주사제를 맞았다.  그런데 비타민 D의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니. 하지만 만약에 나한테 타임머신을 타고 항암치료를 할 때로 되돌아가 비타민 D 주사제를 맞으라고 하면, 다시 맞을 듯싶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다고 해도, 비타민 D를 복용한 환자의 사망자 수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적은 것도 사실이니.  


즐겨 복용하는 비타민 C는 어떤가도 궁금해졌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는 긍정적인 내용의 글을 실었다. 과거에는 비타민 C 효능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있었지만, 지금은 효과가 있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뉘앙스의 결론이었다. 안심하고 비타민 C는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할 듯싶다. 


https://www.cancer.gov/research/key-initiatives/ras/ras-central/blog/2020/yun-cantley-vitamin-c


이 참에 비타민 B도 알아봤다. 주로 삐콤(비타민 B군과 C로 구성된 영양제)을 먹기 때문이다. 비타민 B는 복합체로 B1(티아민), B2(리보플래빈). B3(나이아신), B5(판토텐산), B6(피리독신), B7(바이오틴), B9(엽산). B12(코발라민) 로 나뉠 수 있다. 대학시절 비타민 B 군 이름을 외우는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것이 저것 같고 저것이 이것 같으니. 여하튼 비타민 B는 여러 가지로 나뉜다. 대부분 비타민 B는 암에 긍정적인 듯싶은데 비타민 B12는 그렇지 않다는 게 통설이었다. 미국 국립생물공학 정보센터(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의 2019년 실험에서도 비타민 B12는 폐암에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타민 B를 섭취하는 건 고민해 봐야 할 듯. 


https://pubmed.ncbi.nlm.nih.gov/30499135/


WCRF의 권고에 따라 암에 좋다는 보충제를 복용하지 말까도 생각했다. 베타 카로티노이드처럼 예전에는 암에 좋다고 생각했던 물질이,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여 오히려 암에 좋지 않을 수도 있는 물질로 밝혀진 경우도 있으니. 이런 물질이 베타 카로티노이드만이겠는가. 그러니 채소를 살짝 데친 후 우적우적 씹어 먹고, 콩밥을 해 먹는 게 그나마 해법이지 않을까. 


그런데 냉장고에 쟁여 놓은 암에 좋다는 약초와 영양보충제들. 어머니와 집사람이 구해오고, 외삼촌이 보내주신 것들. 산에 가서 캐 온 것, 돈 주고 사 온 것. 이런 것들을 어떻게 버리겠는가. 살살이라도 먹어야 될 것 같다. 좋다는 건데, 먹고서 암이 재발되지는 않겠지. 그리고 암에 완치된 분들 말씀에 따라 선택한 것들이라고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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