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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Mar 01. 2021

비만은 암과 절친

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거치면서 성형수술을 한 모양으로 변했다. 82킬로그램이 66 킬로그램으로 되었으니. 내 얼굴이 동그란 줄 알고 살았는데, 길쭉했다. 뱃살은 나이가 먹으면 으레 나오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산에서 내려올 때 무릎이 시큰거리는 건 중력의 법칙 보단 체중의 법칙에 가깝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런 게 바로 환골탈태가 아니겠는가. 성형수술을 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한창 살이 빠졌을 때는, 70킬로그램까지 살이 다시 붙었으면 했는데, 어느 순간에 70킬로그램을 훌떡 넘어갔다.  그리고 슬금슬금 위로, 위로


나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과도 거리가 멀다. 다만 식탐이 있어 살이 붙는다. 입맛이 까다롭기보다는 특이한 음식을 맛보는 게 즐겁다. 그러기에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면서도 살이 빠지지 않았다.


암이 걸린 이후로 아이스크림, 소시지, 육고기, 술은 아예 입에 대지 않거나 퍽 소리가 날만큼 줄였지만, 밀가루 음식은 오히려 늘었다. WHO와 WCRF에서 암과 별 상관이 없다고 했으니 줄일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심정으로, 소시지와 삼겹살을 씹는 심정으로, 소주를 들이켜는 심정으로 밀가루 음식을 퍼먹고 씹고 들이켰다. 빵, 국수, 파스타, 부침개, 과자, 케이크..


살이 찌면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을 들었다. 살도 줄일 겸, 암도 예방할 겸. 체중의 마지노선을 정해 보기로 했다. 더하여 혹시라도 예전 체중을 회복하기라도 한다면 무슨 암을 걱정해야 할지도 궁금했다. 이번엔 우리나라 국가암정센터와 미국 정부의 암 연구소 (National Cancer Institute)자료를 찾아보았다.


https://www.cancer.gov/about-cancer/causes-prevention/risk/obesity/obesity-fact-sheet

비만을 측정하는 방법은 BMI(Body mass index)로 한다. 측정한 체중(kg 단위)을 키(meter 단위)의 제곱으로 나누어 구하니, 그리 어려운 산식은 아니다.   


체질량 지수의 산식은  체중 / 키 x 키  아침에 잰 체중이 73kg에 키가 171이니까.  73/ 1.71x1.71 은 24.96. 나의 BMI는 24.96이다.


미 정부의 암 연구소에 따르면 체질량 지수로 볼 때, 19-25까지는 정상, 25-30까지는 비만, 30 이상은 고도비만으로 구분된다. 나는 정상과 비만의 경계에 서 있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떡 한 조각만 잘못 먹어도 바로 비만에 안착한다.  


그런데 뚱뚱해지면 무슨 암이 발생한다고 그리 호들갑일까? 미국 암 연구소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소개하였다. 눈살 찌푸려지는 수치도 제시했다.


자궁내막암 : 비만의 여성은 정상 체중 여성보다 자궁 내막 암에 걸릴 확률이 2-4배 높고, 고도 비만의 경우는 7배 높다.

식도선암 : 비만의 경우 2배, 고도비만은 4배까지 암 위험성이 증가한다.

간암 : 비만인 사람이 2배 정도 위험성이 증가하며, 남성이 심하다.

신장암 : 비만인 사람이 2배 정도 위험성이 증가한다.

다발성 골수종 : 비만인 사람이 10-20% 정도 위험성이 증가한다.

수막종 : 비만인 사람이 20-50% 위험성이 증가한다.

췌장암 : 비만인 사람이 대략 1.5배 정도 위험성이 증가한다.

대장암 : 비만인 사람이 30% 정도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대장암과 직장암 : 비만인 사람이 암에 걸릴 위험성이 증가한다.

담낭암 : 비만인 사람이 20-60%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유방암 : 폐경기 여성일수록 비만일 경우 유방암 발병 위험이 20-40% 증가한다.

난소암 : 폐경기 호르몬 요법을 사용한 적이 없는 여성의 위험이 비만일 경우 증가한다.

갑상선암: 비만하면 약 10% 암에 걸릴 위험성이 증가한다.


비만이 암 발병률이 높아지게 하는 이유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비만은 DNA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만성 국소 염증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비만은 당뇨병과 연관이 깊으며 높은 수준의 인슐린은 결장암, 신장암, 전립선 암, 자궁 내막 암의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 지방 세포는 세포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아디포킨이라는 호르몬을 생성하고, 다른 세포 성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질을 활성화시킨다. 바로 이해가지 않는 단어, 내용은 비만이 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내용에 신뢰를 더하는 것 같다. 왠지 전문적으로 보이고, 뭔가 깊이 있는 연구결과처럼 느껴지니.


비만한 환자는 사망률도 높아진다고 한다. 다발성 골수종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비만인 경우 최고 50% 수준까지 사망률이 높다. 더하여 환자들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는 데, 비만은 전립선 암 생존자의 요실금 증가와 관련이 되고, 유방암 생존자의 림프 부종 위험 증가에도 관련이 된다. 이는 미국 암연구소의 연구결과이니, 우리와는 다를 수 있다. 아무래도 먹는 음식이 다르고, 생활패턴이 다를 테니. 더 양호한 점도 있겠고, 더 불리한 점도 있겠고.  


미국 암연구소는 체중관리를 했을 경우 얼마나 암 위험이 줄어드는지에 대한 자료도 제공하고 있다. 성인기에 체중 증가가 적은 사람은 대장암, 신장 암 및 폐경기 여성의 경우 유방, 자궁 내막 및 난소암의 위험이 낮아진다는 증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혼란스러운 대목이 나온다. 체중 감소와 암 위험과 관련된 연구는 거의 없다? 그러니까 죽을 둥 살 둥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뺐을 때, 암 위험이 줄어든다는 신뢰할 만한 연구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내가 비만 전문가도 아니니. 있는 대로 해석하고 판단은 각자에게 맡길 수밖에.


WHO는 과다한 체중으로 발생하는 암을 조사하여 도표화하였다. 2012년을 기준이며, 비만이 암으로 진행하는 시간(약 10년)을 고려하여 30세 이상 성인남녀를 조사한 결과가 토대이다.  유방암 (11만 명), 자궁내막암(11만 명), 대장암(8만 5천 명), 신장암(6만 4천 명), 담낭암(3만 2천 명), 췌장암(2만 7천 명), 기타(5만 1천 명)이다. 2012년 기준 세계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1번째로, 비만으로 암이 발생한 국가다.


https://gco.iarc.fr/causes/obesity/tools-pie

 

암으로 잃는 게 적지 않았다. 포기해야 되는 것도 있었고. 그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어낸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비만에 대해 깊이 있게 알게 되니, 먹는 것을 줄여야 할 모양이다. 살이 66킬로그램까지 빠졌을 때, 맞는 옷이 없어 옷을 전부 구입했었다. 지금은 살이 더 찌면 옷을 전부 다시 사야 하는 형편인지라 눈치 보인다.  연이어 새 옷으로 몽땅 갈아버리기엔 부담이 크기도 하려니와, 집사람이 버리지 말라는 헌 옷을 우겨서 다 버린 원죄도 있고 귀찮음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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