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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대장암, 원인과 예방

by 이타카

듣기만 해도 마음을 무겁게 하는 단어 중 하나가 대장암이다. 수술을 한 의사 선생님 말로는 뱃속의 암 덩어리를 제거할 당시, 대장에 암 덩어리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고 한다. 대장으로의 전이가 의심되는 상황. 그 결과는 20센티 짧아진 대장을 가지고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WCRF에 따르면 대장암은 남자의 경우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발생하고, 여자는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우리나라의 종합 대장암 순위는 세계 2위다. 남녀로 구분한다면 남자는 세계 3위, 여자는 세계 6위.

출처 : https://www.wcrf.org/dietandcancer/cancer-trends/colorectal-cancer-statistics

WHO 자료에 따르면 대장암 발병에 명확한 원인이 되는 물질은 알코올음료(술), 가공육(소시지, 햄, 스팸 등), 담배, X선이나 감마선이 있다. 일정 수준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는 석면, 밤샘 작업, 적색육(소고기, 돼지고기 등), Schistomsoma japonicum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극동 지역에 발생하는 기생충)이 있다.


출처 : WHO-IARC


기생충이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듯싶다. 나 역시, 암에 걸리고서 자료를 뒤지다 알게 된 사실이기도 하다. 말라리아 기생충은 DNA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하는 생리적인 기작을 촉진시키도 하고, 촌충으로 인하여 암에 걸린 경우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덜 익힌 민물고기를 먹어 감염되는 Opisthorchis viverrini, Clonorchis sinensis도 암 발병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출처 : https://www.cdc.gov/media/releases/2015/p1104-parasite-tumors.html

https://www.cancer.org/cancer/cancer-causes/infectious-agents/infections-that-can-lead-to-cancer/parasites.html


암 치료를 하면서 기생충 약이 암을 죽인다는 소문을 접했다. 기생충 약으로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의 증언도 들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에 대한 코멘트는 할 수없다. 다만 기생충이 암 발병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는 바, 몸 안의 기생충이 있어 좋을 리는 없겠다.


WCRF는 적색육, 알코올음료, 가공육, 비만, 큰 키가 대장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흡연, 염증성 장 질환(클론 병 및 궤양성 대장염) 도 대장암과 관련이 있다.


반면에 신체적 운동, 통곡물, 섬유소, 유제품, 칼슘 보충제는 대장암의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했다. 이외에도 비타민 C, 생선, 비타민 D, 종합비타민도 대장암 위험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대장암은 유전성 질환에 의한 발병이 5-10%가 되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도 20%에 달한다. 이 자료를 볼 때 70-75%의 대장암은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환경요인, 그러니까 식품소비, 운동, 직업 같은 일상생활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을 거라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암이 되는 돌연변이 원인이 복잡하고 다양하여 실제로 70-75% 예방은 어렵겠지만, WCRF의 주장 대로라면 30-50%의 암 예방은 가능할 듯.


이만해도 대단하다. 침상에서 항암을 받는 대장암 환자 중 3명 중 1명 또는 2명 중 1명이 항암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으니.


WHO와 WCRF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술과 담배를 줄이거나 끊고, 가공육이나 적색육을 줄이고, 적절한 운동을 통한 비만 관리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대장을 20센티미터나 잘라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울컥했다. 대장의 길이가 짧아지면 그만큼 생활이 불편할 거란 생각. 사지 중 하나가 절단된 듯한 기분에서였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못했다. 대장에 암이 전이되었을 수도 있었으니까. 더하여 대장의 길이는 1.5미터나 되어 20센티를 잘라내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는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고환암이란 사실이 조직검사 결과 밝혀지자, 의문이 들었다. 대장을 잘라낼 필요가 있었을까? 석연치 않음이 응어리가 되어 가슴 한켠에 달라붙었다.


작년 9월 췌장에 나타난 혹은 충격과 공포였다. 응어리는 단박에 사라졌다. '그때 잘라내어 다행이구나. 명의는 이유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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