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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Apr 07. 2017

여행의 묘미

태국 의미 있게 여행하기 - 치앙마이 

의미 있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내가 여행하는 곳의 지역에 좋은 영향만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나의 여행에 어떤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전에 '여행의 의미'라는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희망을 여행하라>라는 책에서 소개된 'Elephant Nature Park'라는 곳에 가 보고 싶었다.  동남아 여행, 특히 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경험하는 여행 코스 중 하나가 코끼리와 관련된 여행상품이다. 코끼리 타기부터 시작해 서커스에서 코끼리 묘기 관람도 많이 한다. 그림을 그리는 코끼리, 둥글게 몸을 말고 구르는 코끼리, 사람들을 온순하게 태우고 다니는 코끼리. 평범한 코끼리들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행동일까? 사람들이 적당히 훈련시키면 말귀를 알아듣고 코끼리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일까? 코끼리가 사람에게 복종하고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파잔 의식을 거쳐야 한다. 파잔 의식은 생후 3년에서 6년 정도 된 어린 코끼리를 데려다가 코끼리의 야생성을 완전히 거세하기 위해 사람들이 행하는 의식이다. 어린 코끼리는 사지가 묶여 작은 우리에 갇히게 된다. 그 안에서 훈련사는 코끼리를 날카로운 갈고리로 찌르고, 때리고 학대한다. 코끼리는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철저히 학대되고 결국 완전히 자의식을 버린 코끼리만이 파잔 의식에서 살아남아 훈련을 받기 시작하는 것이다. 


Elephant Nature Park는 치앙마이에 있는 코끼리 보호 공원이다. 토목 나르기, 여행객 태우기, 서커스 공연 등을 하며 장애를 입고 버려진 코끼리 등을 구조하여 이곳 공원에서 살게 하고 있다. 그래서 여기 공원에 오면 눈이 멀거나 다리가 빠진 코끼리들이 많이 있다. 눈이 먼 코끼리들은 대부분 훈련사가 날카로운 갈고리로 눈을 찔러서 장애를 입게 되었고 다리가 빠지거나 허리가 굽은 코끼리들은 무거운 짐을 나르고 여행객들을 태우는 일을 하다 그렇게 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코끼리들도 많이 있다.



그래도 다행히 구조된 코끼리들은 몇 년간의 시간을 걸쳐 이 곳에서 적응을 하고 새끼도 낳는다. 코끼리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무리를 이루고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랜 학대로 인해 불임이 된 코끼리도 많은데 그런 암컷 코끼리들은 다른 코끼리의 자식의 보모 노릇을 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일하는 코끼리 돌봄 이들은 미얀마와 태국 국경의 소수민족인 카렌족이다. 많은 카렌족은 산악지방에 살면서 어릴 때부터 코끼리를 자주 접해왔기 때문에 코끼리들을 잘 돌보아 준다고 한다. 한 마리의 코끼리 당 한 사람의 돌봄 이가 배정되어 장애 입은 코끼리들도 정성스레 씻기고 먹이는 일을 한다. 


아침식사를 하러 오는 코끼리 가족

함께 여행하는 친구에게 처음 Elephant Nature Park에 가보고 싶다 말했을 때 사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동안 친구가 예약한 숙소나 교통수단을 보았을 때 이곳은 너무 고가의 여행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1만 원이 넘지 않는 숙소에서 대부분 머물렀고 뚝뚝이도 돈을 아끼고자 타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탔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는 선뜻 이곳에 가자고 말했다. 


Elephant Nature Park 에 가려면 인터넷 예약이 필수이다. 보통 여행 출발 전에 예약하는 게 좋은데 꽤 인기 있어서 금방 예약이 찰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사이트로 들어가면 예약을 할 수 있고, 숙소 주소를 입력하면 숙소 앞까지 차가 픽업하러 온다. 나와 친구는 Single Day Visit 일정으로 하루 동안 이 곳에 머물렀다. 아침 8시 정도에 차를 타니 벌써 다른 여행객들이 많이 타 있었고 같은 차에 탄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하루 동안 함께 공원을 구경하게 된다. 



여기 공원에서는 코끼리의 묘기를 구경하는 프로그램도, 코끼리를 탈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없다. 구조된 코끼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멀리서 구경할 수 있고 아침 식사를 직접 줄 수 있고,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프로그램이 다이다. 그런데 태국 여행지 중 많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나의 여행에 '의미'를 부여하였기 때문일 거다. 나만을 생각하고 먹고 놀고, 휴식하는 여행이 다가 아닌 내가 방문하는 여행지의 지역사회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그런 의미. 나는 여행에서 그게 필요했다. 

친구와 고양이


Elephant Nature Park에는 코끼리만 있는 건 아니다. 학대받고 버려진 개들과 고양이들도 살고 있다. 이곳의 개들은 입양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센터 벽에 붙어있는 편지나 알림판을 보면 전 세계 방문객들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며 이곳의 유기견을 데려가기도 하는 것 같았다. 


내 친구는 여행을 하는 내내 자신을 위한 숙소, 교통수단, 쇼핑에는 돈을 엄청나게 아꼈다. '꼭 이래야만 하나' 싶을 때도 있었다. 우리는 이곳 Elephant Nature Park에서 거의 4,5일 치 여행경비를 썼고 이곳에서 일하는 돌봄 이들을 후원하는 조각품을 태국에서 산 어떤 기념품보다 비싸게 주고 샀다. 필요한 곳에 돈을 쓸 수 있는 지혜로움과 배려심. 그걸 친구에게서 배웠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치앙마이 쇼핑센터에서는 그렇게 많이 보이던 한국인, 중국인들이 여기에는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거의 유일한 아시아인 여행객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유럽 여행자들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태국이 놀고먹고 휴양하기에만 좋은 여행지가 아닐 수 있다는 걸 알려준 Elephant Nature Park였다. 나의 여행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해 주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정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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