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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Mar 31. 2017

바르셀로나가 내게 남을 수 있었던 이유

여행을 기억하는 법

저마다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나는 사람을 통해 기억하는 편이다. 그 시간 누구와 함께였고 또 누가 그 장소에 있었는지에 따라서 나의 기억은 다르게 조각되는 것 같다. 

잘못 내린 기차역, Montgat


스페인에 살고 있는 친구를 El Masnou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거기서 하는 축제에 가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를 타고 근교 도시로 나가야 했다. 어느 아주머니에게 길을 묻고 있었는데 옆에서 한 청년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기차에 탔는데 그 많던 빈자리 중에서 그 남자는 굳이 내 옆에 앉았다. 난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고, 그 사람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해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는 못했지만 인사를 건네고 서로 이것저것 물어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혹스러운 것은 기차에서 내린 순간부터. 분명 그 스페인 청년은 나와 같은 El Masnou로 간다고 하길래(내가 몇 번이고 물었다) 같이 내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만나기로 한 내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 청년에게 다시 여기가 El Masnou가 맞냐고 다시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앗 내 실수, 여기가 아니네'! 아뿔싸. 너무 스페인 사람만 믿었다. 그래도 다행히 그 친구가 기차역에서 표 받는 사람에게 다시 말을 해 줘서 돈을 더 지불하지는 않고 기차를 타기는 했지만 시간도 더 많이 걸렸다. 하지만 우스운 추억을 하나 얻어갔다.  

바르셀로나로 가던 기차안


바르셀로나는 나에게는 기억에 남는 도시가 아니었다. 그곳은 여행자들이 너무 많았고 사람 사는 맛도 별로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바르셀로나 근교의 도시는 달랐다. 기차만 타도 벌써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외국인은 거의 타지 않는 기차였고, 두세 정거장만 지나가도 바다가 기차 밖으로 보이는 곳이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천국 같은 곳이다. 혼자 조용히 생각을 정리할 수도, 글을 읽기도 좋다. 


축제에서 바르셀로나로 돌아오던 길이 생각난다. 시간이 오래 지나 축제가 어느 지역에서 있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기차에서 혼자 앉아 있었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다시 스페인에 오리라. 결심한 곳도 이 곳이었다. 저기 다른 역에서 탄 청년들은 친구들과 서 있다 말고 갑자기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옆쪽에 앉아있던 어린 소녀는 내 앞좌석으로 엄마와 함께 옮겨 오더니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수줍게 물었다. 내가 한국이라고 말하자 자신의 친엄마도 한국인이라고 좋아하던 눈빛이 반짝였다. 내 반대편에 앉아서 다리가 다친 강아지를 꼭 안 고있던,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수줍게 웃어 주시던 할머니. 나는 스페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너무나 고민되는 질문이지만 단연 기차 안에서의 기억이라 말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하는 방법으로 여행을 하진 말자. 가장 좋아하는 기억을 통해 그 도시와 나라를 기억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음을 연다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여행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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