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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Mar 11. 2017

여행의 묘미

태국 재미있게 여행하기 2 - 칸차나부리

이틀 밤을 방콕에서 지내고 칸차나부리로 떠났다. Thaling Chan 수상시장을 구경하고 난 후 버스를 타고 갈 계획이었는데 수상시장은 그날 문을 닫았다. 아침부터 열심히 버스를 타고 갔는데 텅 비어있는 수상시장이라니. 물 비린내를 맡으며 돌아서야 했다. 


방콕에서 칸차나부리까지는 버스로 2시간 정도 거리. 태국의 대중교통은 생각보다 쾌적했다. 한국에서도 멀미가 자주 나서 걱정했는데 태국에서 한 번도 멀미로 고생한 적이 없고 길도 잘 뚫려있어 편하게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 


처음 방콕에 도착해 이틀을 지낸 게스트하우스는 화장실이 방에 "포함"되어 있었고 조금은 불편한 숙소였다. 정말로 변기와 샤워시설이 방 안에 위치하고 커튼 한 장으로 화장실이 구분되는 당황스러운 구조였다. 그래도 두 명이서 만원에 묵을 수 있는 숙소라 그 정도면 아주 양호한 편이라 생각했다. 아무튼 방콕의 게트스하우스보다 크게 더 비싸진 않은 숙소를 칸차나부리에 예약해 두었기 때문에 칸차나부리의 숙소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 곳은 한 사람이 하루에 만 오천 원 정도의 금액을 내고 2 인실에 머물 수 있는 숙소였다. 

 

칸차나부리의 P.Y 게스트하우스

숙소는 버스터미널에서 별로 멀지 않았다. 도착해보니 주인아주머니와 아저씨도 친절하고 숙소도 너무 예쁘고 아늑해 놀라웠다. 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 차이로 숙소의 질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이곳 숙소가 생각보다 만족스러워 새롭게 시작한 칸차나부리 여행의 인상이 좋았던 것 같다. 방콕의 게스트하우스가 너무 불편해 이곳의 숙소가   비교적 더 좋아 보였을 수도 있다 생각하기도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의 강아지들
숙소 내부에서 내다본 풍경. 아늑한 정원이 펼쳐져 있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빌리는데 한국 돈으로 천원이 채 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게스트하우스는 버스터미널과 가까워 다른 관광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1시간 이내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었다. 칸차나부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전쟁포로들을 수용하고 강제노동을 시켰던 곳이기도 하여서 전쟁과 관련한 장소들이 곳곳에 있었다. 콰이강의 다리도 전쟁유산으로 남겨진 장소이다. 전쟁포로들이 죽어가며 만든 다리였고 아직까지 사람들은 그곳을 기억했다. 영어 명칭은 'Death Railway Bridge'라고도 하니 당시 이곳이 얼마나 참혹한 곳이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실제로 가보니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안타깝기까지 했다. 

콰이강의 다리. 아이들의 노래와 풍경이 이곳의 역사적 배경과 이질감이 있다.
Death Railway Bridge
콰이 강의 다리가 있는 콰이 강

콰이 강에서 해가 지는 모습까지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 콰이 강의 다리 근처에 가면 강가에 위치한 큰 레스토랑 겸 카페가 있는데 여기에 앉으면 꽤 운치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칸차나부리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국에서 죽게 된 군인들의 묘가 있다. 호주,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온 군인들인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안치되어있다. 비석 하나하나를 둘러보았다. 비석에 적힌 청년들의 나이와 이름, 가족들이 적었을 비석문을 읽으면서 마음이 숙연해지고 칸차나부리가 가벼운 여행 장소만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음날 에라완 폭포를 다녀왔다. 내 친구가 정말 기대하는 곳이었고, 나는 이날을 위해 방콕에서 비키니를 사야 했다. 에라완 폭포는 하루를 잡고 다녀와야 하는 여행지이다. 에라완 국립공원까지 1시간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갈 수 있고 도착해서도 7코스까지 있는 폭포를 찾아 산을 올라야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터미널로 가니 에라완 국립공원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다. 버스는 작았지만 이런저런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재미있었다. 이곳에서도 역시나 동양인은 나뿐이라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긴 했다. 어째서 서운했나 생각하면 조금 소외감이 들어서 아니었을까. 


얼마간 버스를 타고 도착해 친구와 함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산을 올라야 하니 편안한 신발을 하나 가져가는 게 좋을 것 같아 하나 챙겼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복장은 가볍게 입되, 신발은 편안하게. 많은 여행객들은 에라완 폭포 2,3코스에서 머물러 수영을 했지만 나는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친구와 계속 위로, 위로 올라갔다. 어쩌면 더 좋은 장소가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그냥 위에 더 있으니깐. 에라완 국립공원에는 폭포가 7코스까지 있는데 숫자가 높아질수록 높이 올라가야 하고 제일 높은 7코스까지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것 같다. 나와 친구는 6코스까지 올라갔다. 계속 올라도 더 좋아 보이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더운 날씨에 땀이 너무 많이 나고 힘이 들었다. 올라갈수록 계곡의 크기는 작아졌지만 사람 수는 적어 수영하기는 참 좋았다. 6코스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나와 친구가 계곡을 독차지하며 수영할 수 있었다.


에라완 폭포의 물은 정말 저런 색이다

수영복 사길 참 잘했다. 많은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고 폭포에서 시원하게 수영하는데 나 혼자 멀찍이 떨어져 구경만 했다면 너무 아쉬웠을 것 같다. 여기 계곡에 들어가면 물속에 사는 물고기들이 다가온다. 우리에게 있는 각질을 먹으려고 오는데, 수영하는 내내 간지럽기도 하고 내 발을 다 뜯어먹을까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흔치 않은 기회다. 


에라완 폭포와 물고기. 발에 붙은 각질을 뜯어먹으려고 오는 모습이 실제로 본다면 어마어마하다

다른 사람들은 칸차나부리가 시시하고 볼 것도 별로 없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게는 순간순간이 필름처럼 남아 내 머리에 아직 남아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불던 바람과 땀. 국립공원을 오를 때 뜨거움과 찝찝함. 그리고 계곡에 들어갈 때의 짜릿함. 과거에 사람들이 느꼈을 아픔과 죽음을 향한 담대함. 

내게는 칸차나부리가 태국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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