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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Mar 11. 2017

여행의 묘미

태국 재미있게 여행하기 1 

작년 이맘때쯤은 한참 마음이 붕 떠서 어딘가로 떠날 궁리만 하고 있었다. 논문 학기를 한 학기 남겨두고 나를 찾겠다며 공부를 잠시 내려놓았다. 원래대로라면 난 작년 1학기에 논문을 쓰고 석사과정을 끝냈어야 했다. 나와 같은 시기에 석사과정이 끝나는 친구가 있어 "9월에는 동남아에 가자"라고 누누이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1학기에 내가 휴학을 하는 바람에 2학기에는 학교로 돌아가 졸업논문을 써야 했다.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9월이라면 이제 막 논문을 본격적으로 써야 할 시기인데 어딜 갈 수 있을까. 그런데 결국 그냥 다녀왔다. 친구와 1월, 2월 즈음부터 여행 이야기를 했고 나도(무작정) 논문과 여행 둘 다 할 수 있겠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행은 친구 혼자 세 달 동안 여행을 하고 나는 처음 10일만 함께하기로 했다. 나라는 태국. 친구와의 일정을 계획하고 동남아의 나라들 중 가장 가고 싶은 나라를 생각했을 때 태국이 1순위였다. 나라는 정했으니 가고 싶은 도시를 정해야 했다. 나와 친구는 방콕도 좋지만 태국의 중소도시도 가보고 싶었다. 나는 사람 사는 풍경을 보고 싶었고, 친구는 역사적인 건물들을 보고 싶어 했다.

치앙마이의 야시장에서 여행자와 현지 사람들은 모두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야시장에서 fishball 팔던 청년. 포즈를 취해준다.
콰이강의 다리
정말 오고싶었던 Elephant nature Park
아유타야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던 길. 많은 사람을 만났다.

방콕은 3-4일만 있고,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아름다운 도시인 칸차나부리와 아유타야, 그리고 나의 태국 친구가 적극 추천해준 치앙마이를 가기로 결정했다. 여행의 개괄적인 계획은 친구가 하기로 하고, 나는 치앙마이에서 꼭 가고 싶은 'Elephant Nature Park'만 친구에게 계획에 넣어달라고 했다. 친구는 정말 체계적으로 여행 계획을 짜 왔고, 초저가 여행을 목표로 여행을 계획한 것 같았다. 너무 열심히 계획을 짜 와서 차마 '너무 저렴한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친구가 예약해둔 방콕의 게스트하우스. 가격은 2인실이 하루에 한국돈으로 만원정도. 방 안에 화장실이 이렇게 떡하니 있다.   칸막이나 벽도 없이.


그렇지만 친구 덕분에 내 여행은 '친환경적'이고 '공정한' 여행이 될 수 있었다.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65퍼센트 정도. 현지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대부분 묵었고, 대부분의 교통수단은 버스, 자전거, 기차로 다녔다. Elephant Nature Park도 이전에 읽은 적 있는 공정여행 책에 나온 태국의 의미 있는 여행지였다.


태국 여행은 내게 정말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특히 칸차나부리와 치앙마이는 내 생각을 바꿔놓았고, 또 기억에 남는 여행지였다. 사실 방콕은 많은 여행자들이 기대하는 '그런' 여행지였다. 놀 거 많고, 볼 거 많은 곳. 카오산 로드에는 커다란 음악소리가 저녁 내내 울려 퍼졌다. 한국인을 가장 많이 본 곳도 방콕이었다. 칸차나부리나 아유타야에서는 'Backpackers'들이 대부분이었고 한국인은 만나기 어려웠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도시를 이동할 때는 더더욱. 이렇게 좋은데 왜 한국사람들은 오지 않았을까 하는 곳도 있었다.

칸차나부리의 에라완폭포


초저가 여행을 지향하는 친구 덕에 이번 여행은 뚜벅이 여행이 되었고, 자전거 여행이었다. 살도 엄청나게 빠졌다. 하루에 거의 20km씩을 매일 걸었고, 자전거도 5시간씩 탔던 것 같다. 나에게 왜 이러나, 친구를 원망하기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태국만큼 실속 있고 의미 있게 여행한 곳이 없었다. 여행의 묘미를 발견한 곳이 태국이었다.




앞으로 태국 여행에 대한 글을 시리즈로 써볼 생각인데, 빠듯한 일상으로 돌아온 내게 쉼표를 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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