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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Jun 03. 2016

여행의 묘미

현지 숙소 사용하기 -Airbnb


여행을 할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숙소가 그중 하나이다. 이건 여행을 몇 번 하면서 깨우친 사실인데, 내게는 여행의 질이 숙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의 친구 중 한 명은 어디에서 자느냐 보다는 어디로 여행을 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지만 나는 여행을 할 때 숙소를 정하는 것에 있어서는 심사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정을 끝내고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숙소에 지내는 것보다는 쉼을 줄 수 있는 숙소에 지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숙소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내가 주로 여행한 지역은 유럽과 동남아시아였기 때문에 이 지역의 숙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일단 내가 경험한 숙소는 호텔, 모텔, 게스트하우스(한인민박), 현지 친구의 집, BnB(Bed & Breakfast), 에어비엔비, 호스텔 등이 있다. 이 글의 부제를 '현지 숙소 사용하기'로 정한 건 이곳에서는 국제적인 체인 호텔보다 "현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숙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편한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거나 휴양을 가장 큰 여행의 목적으로 정한 상태라면 아마 잘 알려진 4성급, 5성급 브랜드 호텔이 가장 끌릴 수 있다. 그렇지만 현지의 다양한 숙소들은 그런 브랜드 호텔이 가지지 못한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고급 호텔들이 사실 현지에 얼마나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불평등을 촉진하는지 알게 된다면 마음을 바꾸고 싶을지도 모른다.


첫 번째 숙소. 에어비엔비(AirBnB).


에어비엔비는 4년 전 교환학생 시절 처음으로 알게 된 숙박 형태였다. 사실 숙박 형태라고 하기도 애매한 것이 Airbnb라는 사이트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숙박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에어비엔비로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한국에도 많아졌지만 그 당시에는 유럽에 와서야 처음 접한 신세계였다. 현지 사람들이 사는 집을 빌려준다니. 영국에서 교환학생을 했기 때문에 부활절 방학 동안 친구들과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친구들이 에어비엔비를 추천해 주었고, 나는 에어비엔비 사이트에 들어가 숙소를 샅샅이 뒤졌다. 위치 감각이 없었기 때문에 구글 지도와 후기에 남겨진 글을 읽으며 대략적으로 숙소가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찾아보았다. 유럽의 에어비엔비 숙소들은 아시아와는 달리 다행히 아직까지는 후기를 신뢰할 수 있다. 후기가 좋지 않으면 정말 별로인 거고 후기가 대부분 좋다면 정말 괜찮은 숙소일 확률이 높다. 친구들과 베니스와 토스카나 지방을 여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우린 베니스에 한 곳, 그리고 대충 토스카나의 중간쯤 위치한 곳에 숙소를 잡았다. 아직 에어비엔비를 처음 이용했기 때문에 실수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에어비엔비는 같이 여행하는 인원이 많을수록 가격을 분담하기 때문에 부담도 적어지고 넓은 숙소에서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이탈리아를 4명의 다른 친구들과 여행했기 때문에 에어비엔비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다. 특히 베니스는 숙박료가 비싸기로 유명한데 우리의 경우 도시의 중심부와 가까운 곳에 작기는 했지만 2층 집에 거실과 주방, 방 2개가 있는 숙소에 저렴한 가격에 지낼 수 있었다. 베니스에서 사흘 밤을 지낸 후 토스카나 지방의 숙소로 이동했다. 렌터카를 빌려 토스카나 지방을 돌아다니기로 했기 때문에 숙소의 위치는 버스나 기차가 다니지 않는 곳이어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실제로 숙소를 찾아가 보니 GPS에서도 찾기 어려운 장소에 있었다.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 곳에 숙소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간 숙소는 피렌체와는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의 농가(farmhouse)였다. 아래에 첨부한 사진이 우리가 묵었던 숙소의 사진이다. 건물 한 채가 온전히 우리 꺼였다. 2층 집이었는데 1층에는 거실, 주방, 화장실이 하나 있었고 2층에 큰 방 2개가 있었다. 사진보다 더 깔끔하고 큰 숙소라 우리는 모두 놀랐던 것 같다. 이런 숙소가 당시 하루 15만 원 안팎의 금액이었으니 호텔보다 낫다 느낀 건 말할 것도 없다. 에어비엔비의 숙소를 정했을 때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현지의 주거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과, 잘하면 현지 사람들과도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집주인은 숙소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주변 레스토랑을 추천해주거나 하는데 이 곳에서는 와인도 한 병 받았다.

나와 친구들이 머무른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농가
숙소에서 볼 수 있는 그림같은 풍경

그렇지만 모든 에어비엔비가 환상적인 것은 아니다. 유럽 국가에서는 에어비엔비를 많이 이용했는데 모두 만족스러워 저번 겨울 여행한 대만에서도 에어비엔비에서 숙소를 정했다. 가격은 생각보다 높았지만 후기도 괜찮고 위치도 만족스러워 예약을 했다. 그런데 막상 숙소에 가보니 집은 추웠고 제대로 청소가 되어있지 않았다. 침대에서 머리카락을 발견해서 다른 시트를 찾았지만 다른 시트도 모두 누렇게 변색된 부분이 보였다. 그동안 이용했던 에어비엔비 숙소들과 달리 사진이 실물보다 훨씬 잘 나온 것 같았다. 나의 경험을 친구에게 이야기해 주었는데 그 친구도 홍콩에서 에어비엔비를 이용했을 때 불만족했음을 알려주었다. 그 친구가 예약한 에어비엔비 숙소는 막상 도착해서 보니 현지인의 숙소라기보다는 여관 같은 곳이었다고 했다. 여행의 첫 이틀을 그 숙소에서 머물었는데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거다. 아시아 지역의 에어비엔비만 별로였던 것은 아니다. 작년 여름 친구들과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또다시 에어비엔비 숙소를 이용했다. 다른 지역은 모두 너무 좋았는데 마드리드의 숙소는 너무 힘들었다. 이틀을 묵는 동안 찌는듯한 더위와 좁은 숙소의 내부, 찝찝한 화장실 때문에 꽤나 고생을 했다. 반면 작년 부산 여행에서 이용한 에어비엔비는 너무 깔끔하고 좋아서 감동하기도 했다. 리뷰를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건 하나라도 안 좋은 평이 있다면 정말 그 점은 별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어비엔비도 다른 숙소와 마찬가지로 싼 게 비지떡일 때가 많다. 그 지역의 다른 숙소보다 월등히 저렴하다면 싼 이유가 있을 거다. 물론 대만의 숙소처럼 비싸도 별로일 수 있지만.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머문 숙소의 모습


에어비엔비를 이용할 때 좋은 점 하나는 식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의 재료를 마트에서 사 와서 친구들과 요리해 먹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서 보통 에어비엔비 숙소를 이용하면 저녁은 친구들과 만들어 먹게 된다. 인건비가 비싼 유럽에서는 지출을 많이 아낄 수 있는 방법이다.


토스카나에서의 저녁식사


에어비엔비의 숙소들은 대게 평범한 집들 사이에 있다. 그래서 여행하는 지역의 사람들이 어떤 집에 살고 있는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런던에서 머문 곳도 중심지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 있었다. 덕분에 현지 사람들이 사는 곳은 어떤 모양인지 볼 수 있었다. 요즘은 에어비엔비도 많이 상업화되어서 현지 숙소라는 느낌보다는 숙박을 목적으로 관리하는 곳도 흔하게 보인다. 그래서 나는 어떤 나라에서는 에어비엔비보다 다른 형태의 숙박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현지인이 된 느낌을 즐길 수 있는 에어비엔비를 좋아한다.


런던에서 묵었던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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