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배우기
스페인은 내게 뜨거운 바람이다. 스페인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40도를 육박할 정도로 더웠던 공기가 생각나지만 절대 화나거나 짜증 나는 기억은 아니다. 오히려 그 뜨거움에서 느꼈던 열정과 환희가 생생히 다가온다.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 때는 석사 3학기가 끝나가고 있던 시기였다. 나는 스스로에 대한 불안과 지루함, 강박관념 이런 감정의 덩어리를 안고 여행을 시작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뒤처질까 두려워했던 마음이 컸다. 그렇지만 결정을 해야 했다. 경쟁의 쳇바퀴 안에서 이런 삶을 계속 살 것인지 나만의 길을 열어나갈 것인지.
여행을 가기로 했다. 사실 결정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고 나는 이렇게 계속 나를 깎아먹으며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교환학생 때 알던 친구들이 아직 유럽에서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행의 한 부분은 이 친구들과 함께하기로 했고 나머지는 혼자의 시간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아마 내가 여행을 다녀온 기간은 스페인의 비수 기였던 것 같다. 너무너무 더워 낮에는 소수의 여행객들을 제외하고는 스페인 사람들은 돌아다니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바르셀로나를 빼고는. 숙박도 저렴했다.
삶의 전체 모습을 볼 때는 여행만으로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히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내 경험과 배움은 내 안의 것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이 볼 수 있고 배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의 마음은 카메라의 렌즈와 같다.
마음을 바르게 할 것.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내게 주어진 길이 하나밖에 없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글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으며 사람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여행이 스페인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