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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Mar 14. 2017

몰랐던 스페인 여행지, 놀랍게 반짝였다

바르셀로나 근교, Tossa de Mar

작은 바닷마을 휴양지 
식당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종업원일까 여행객일까


현지인이 아니라면 그냥 쉬이 지나가버릴 아까운 여행지가 꽤 있다.


Tossa de Mar도 내겐 그런 마을 중 하나였다. 한국의 스페인 여행 책자에선 찾아보지 못한 여행지. 바르셀로나 근교이지만 기차를 타고, 버스로 갈아타고 꽤나 귀찮은 여정이라 그런지 선뜻 추천하는 한국인이 없었다. 

내가 이 생각을 하게 된 건 이 작은 마을은 내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아니었다면 아마 한 번도 불러보지 못했을 이름이다.  Tossa de Mar. 이 작은 마을의 이름이다. 이 곳은 특히 러시아 사람들이 휴양지로 많이들 오는 곳이라 했다. 그렇지만 한국인은 물론이고 동양인은 거의 내가 유일한 곳이었다. 2년 전쯤 다녀왔으니 한국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지만 아마 지금은 알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다.(어느 드라마에 나왔다고 친구에게 들은 것 같다) 그래도 이곳에 가기가 쉽지는 않다.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로 옮겨 타고 한번 더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곳이었다. 아마 나만 생각했다면 (버스를 좋아하지 않는 나라면) 오지 않았을 곳이다.


스페인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스페인 여행을 갈 거라고 말하자 선뜻 가이드를 자청했다. "무얼 제일 하고 싶니?" 

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다 했다. 마을 축제도 가보고, 그냥 동네 구경도 하고 싶었다. 친구는 여러 장소를 제안하다가 이 곳은 "강력추천"했다. 휴양지이지만, 바르셀로나에 온다면 Tossa de Mar는 보고 가는 게 어떻겠냐며. 사실 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어딜 가든 내가 알아본 곳이 아니니 별 기대도 없었다. 휴양지야 어디든 같겠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별로 친한 친구도 아니었기 때문에 여행이 그다지 즐거울 거라는 기대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호텔도 하루 3만 원 정도 하는 싸구려 호텔을 잡아두었다. 그냥 하루 잠만 자고 지나가야지, 하면서. 


기대하지 않은 순간 즐거움을 발견할 때 그 기쁨은 더 크고 놀랍다. 그때 다녀온 스페인 여행은 모든 시간이 아름답고 반짝거렸지만 여기에서의 기억도 오래 남게 되었다. 


호텔은 헤르메스라는 작은 마을 호텔에서 묵었는데 나는 더블(31유로), 친구는 싱글(29유로)로 묵었던 걸로 기억한다. 예약 사이트에서 평점도 무난한 정도였고 가격도 다른 호텔에 비해 저렴해서 숙소에 대한 기대는 하나도 하지 않고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넓고 깔끔했다. 친구가 묵은 싱글룸은 너무 좁고 더웠다고 하는데 2유로 더 내고 내가 묵은 더블룸은 혼자 쓰기에도, 둘이 쓰기에도 좋았다. 


마을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조용했다. 한편에는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다른 한 편에는 성곽을 따라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이 있었다.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서 구불구불한 골목길로 연결되었다. 한적한 동네였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포즈를 잡아주시던 할머니
성곽을 따라 걷자 나오던 풍경


어느 레스토랑의 모습


바다는 정말 예뻤다. 바다보다 마을은 더 아름다웠다. 나는 사람이 사는 곳이 왜 이렇게 예뻐 보일까. 2년이란 시간이 지나버린 이제 이 곳이 스페인 여행 중 가장 좋은 곳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건 아마 함께 여행한 친구와의 관계가 뒤엉켜버려서일 것이다. 기억은 결국 여러 요소가 뒤섞여버려 아름다운 향으로 남던지 못생긴 향이 되어버리든지 한다. 그러나 아직도 성곽을 걸었던 기억은 생생하다. 미로 같은 마을 여기저기를 헤매었던 기억도 남아있다. 이것은 분명 낭만. 

달 밝은 날 밤 바다에서 수영하기


Tossa de Mar에서는 하루를 지냈다. 이 날은 엄마가 먼저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탔던 날이어서 우울하기도 했고 시차적응이 아직 끝나지 않아 피곤하기도 했던 날이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로 헤롱 거리며 거리를 걸었다. 밝은 보름달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지 못해 서운한 마음도 있었다. 마냥 즐겁고 좋은 기억만 남은 곳은 아니었다 분명. 여행을 하다 보면 우울해지거나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는데 친구와 함께 있어도 그 기분이 가시지 못했다. 그래도 밤을 이런 멋진 곳에서 보낼 수 있어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달이 밝게 올라올 때까지 수영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두워지면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던데. 실컷 밤바다를 휘저어대다 허기져 친구와 바닷가 식당에서 빠에야를 먹고, 또 마을을 헤집고 다니다 작은 펍에 들어가 밤이 늦을 때까지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그때.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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