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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Apr 13. 2020

재앙은 우리 눈이 닿지 않는 곳에 더 잔인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퍼지던 바이러스는 이제 유럽을 넘어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정말 옮겨가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었던 나라들까지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을 휩쓸고 있다는 뉴스 가운데 미국 내 흑인 사망자가 다른 인종에 비해 크게 높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시카고나 루이지애나 지역에서는 사망자의 70%가량이 흑인이라고 한다. 여러 사람들은 미국에 만연했던 인종문제, 불평등 문제와 같은 사회문제가 코로나로 인해 수면 위로 올라왔음을 지적했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은 불평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특히 많은 흑인들은 계층 사다리 밑바닥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은 빈곤의 재생산 늪에 빠지기 쉬우며 건강과 환경에서도 가장 취약한 상태가 된다.


여러 기사가 설명하듯이 많은 노동자 계급 또는 빈곤층 흑인들은 많은 사람들이 하는'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거나 아프면 쉴 수 없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바이러스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사회가 안전망이 되어주지 못하니 그들은 더 많이 희생된다.


https://edition.cnn.com/2020/04/07/us/coronavirus-black-americans-race/index.html

https://www.bbc.co.uk/news/world-us-canada-52245690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20/apr/01/coronavirus-covid-19-working-class


장애인과 노약자들도 사회에서 더욱 소외되는 것 같다.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배제되기 쉬운 것뿐 아니라 외출을 하는 것도 더 어려워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3월 초까지만 해도 내가 있던 독일의 도시에서는 대학생들이 '코로나 작별 파티'라는 명목으로 홈파티를 연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젊은이들은 코로나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을 뿐 아니라 그때까지도 '나는 걸려도 감기처럼 금방 나을 거니까'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독일에서 무증상 코로나 환자들이 늘었고, 장애인과 노약자는 사회에서 더욱 격리되었다. 장애인과 노약자의 건강문제와 돌봄 서비스 또한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요양병원,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너무나 취약한 위치에 있다. 나 또한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검사해야 하는데 만약 코로나 사태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면 병원에 방문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뇌종양으로 투병하는 사람들이 가입한 카페에서는 코로나가 대구에서 한창이었을 때 대구 출신이라 수술이 미루어졌다는 걱정하는 사람의 글도 읽은 적이 있다. 그들에게는 한시가 중요했을 텐데.


뿐만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의료체계와 재원이 부족한 나라에 찾아온 전염병은 더욱 잔인하게 느껴진다. 그들에게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말 그대로 사치품이다. 한 사람이 방 하나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곳에서 아무리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를 외친 들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애초에 깨끗한 물이 없는 지역에서는 '손을 깨끗이 씻으라'는 권고가 적용할 수 없는 교과서에 나올만한 글처럼만 느껴질 것이다. 마스크는 또 어디서 구하랴. 그리고 너도나도 힘들 때일수록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권리는 더 많이 유린당하기 십상이다.


https://www.latimes.com/world-nation/story/2020-04-07/social-distancing-family-one-room

캄보디아 프놈펜의 쓰레기 산이 있는 동네. 이곳에서 하루에 몇 번이나 깨끗한 물에 비누로 손을 씻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벌써 코로나가 많이 진정된 것 같다. 하지만 많은 다른 나라에서는 감염속도가 아직도 정점을 찍지 못했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 같아 보인다. 나라들 간의 교류가 많아지고 시간적 거리가 짧아진 만큼 전염병은 더 빠르게 퍼졌다. 전염병을 이겨내기 위한 인력과 재원, 그리고 사회적 인식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나라들은 이 어려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자리에 놓인 사람들에게야 말로 이 시간이 무서운 시간이 될까 걱정이 된다.


코로나로 사회의 여러 병폐가 드러났고 지구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할 때 불편한 마음이 든다면 그건 아주 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을 외면하면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테고, 또 여러 해가 지나 비슷한 재앙이 더 큰 규모로 우리에게 찾아올지 모른다. 우린 이번 사태로 더 많이 불편해야 하고, 의식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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