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리서치를 하다 보면 가끔 예상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될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 관리자용 앱 개선을 위한 사용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저는 앱이 쉬워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모두가 쓸 수 있게 되면 저에게 좋을 게 없거든요. 어려워서 저만 쓸 수 있어야 해요."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UX 디자이너로서 쉽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게 당연한 목표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사용자는 그걸 원하지 않는다니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관련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이메일이나 채팅 같은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원하지 않아요. 유학 간 아들에게 항공우편을 보내고, 답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그 설레는 시간이 더 소중해요."
이런 말씀을 들으면서 깨달았습니다. 고객의 말을 워딩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을요.
헨리 포드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만약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더라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사용자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안 되는 대표적인 사례죠.
고객이 말하는 "더 빠른 말"에서 중요한 건 "빠른"이지 "말"이 아니었던 거니까요. 거기에 "편안한", "경제적인", "안전한" 같은 숨은 요구사항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첫 번째 사례에서 진짜 니즈는 '어려운 앱'이 아니라 '전문성 인정'이었습니다. 결국 요청한 사업부를 위한 직관적인 솔루션을 만들되, 권한 관리나 보안 옵션을 강화해서 전문가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향이 맞았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느린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감성이 담긴 소통'에 대한 갈망이었습니다. 어펙티브 컴퓨팅이나 감정 전달 방식에 대해 고민해봤죠. 근본적인 딜레마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문제를 제대로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생각조차 못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용자 리서치는 여전히 중요하고, 동시에 여전히 어렵습니다. 표면적 요청 뒤에 숨은 진짜 의도를 찾아내는 것. 이래서 사용자 리서치가 여전히 어렵고, 동시에 흥미로운 일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