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투입한 것에 발목 잡히지 않는 법

by 진영규

예전에 다니엘 카너만 이야기를 몇 번 했습니다. 잡스PT에서의 앵커링 효과, 내것이 더 좋아보이는 소유효과, 그리고 시스템1과2 이야기도 했었어요 . 이번엔 '손실회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두 가지 상황을 제시했습니다.

당신은 이미 1,000달러를 받았습니다. 이제 선택하세요. 50% 확률로 1,000달러를 더 받거나, 확실하게 500달러를 받거나.

같은 사람들에게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이미 2,000달러를 받았습니다. 이제 선택하세요. 50% 확률로 1,000달러를 잃거나, 확실하게 500달러를 잃거나.

재미있는 건 두 선택의 최종 결과는 똑같다는 겁니다. 안정적으로 1,500달러를 갖거나, 50% 확률로 1,000달러 또는 2,000달러를 갖는 것이죠. 근데 사람들의 선택은 정반대입니다. 같은 결과인데도, 이득 상황에선 84%가 '안전'을, 손실 상황에선 69%가 '위험'을 택했습니다. 손실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이득을 얻고 싶은 마음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선택 패턴은 프로젝트에서도 자주 반복됩니다. 진행중, "이 방향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더 나은 방향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막연한 불안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든 것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이미 투입한 시간과 비용, 다시 해서 과연 더 나아질까 하는 불확실성, 일정 지연에 대한 부담. 이 시점에서 우리는 뭔가 새로운 것을 '얻는' 선택을 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만든 것을 '잃지 않으려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더 나은 방향이 보여도, "지금 것도 나쁘진 않잖아"라며 안전한 쪽을 택하게 됩니다.

아마존의 워킹 백워드 방식이 떠오릅니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 완성된 결과물을 상상하며 프레스 릴리스를 먼저 쓰는 방법이죠. 이걸 조금 응용해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과제의 완성된 이상적인 결과물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앞으로 얻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우리는 이런 이상적인 결과물을 갖게 될 거라고 말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면, iteration을 하지 않는 것은 더 나은 것을 얻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이미 내 것이 될 완벽한 결과물을 빼앗기는 것이 됩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는 순간, 우리는 위험을 감수할 용기를 얻게 되죠.

물론 이건 심리 트릭입니다. 현실의 일정과 비용은 여전히 존재하니까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미 투입한 것"에 발목 잡혀 더 나은 방향을 포기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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