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는 UI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먼 미래의 일도 아닙니다. 당장 클로드 Cowork나 구글 노트북LM을 쓰면 몇 번의 대화만으로 보고서가 완성됩니다. 텍스트 타이핑도, 글꼴 대화상자도, 표 삽입도, 도형 그리기도 필요 없습니다. 지금의 발전 속도라면 WIMP 기반의 GUI는 정말 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다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1991년 '컴퓨터는 극장이다'에서 브렌다 로렐은 애플리케이션을 세 가지로 나눴습니다. 워드프로세싱 같은 생산적 애플리케이션, 페인팅 같은 창조적 애플리케이션, 게임 같은 오락 애플리케이션. 35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합니다. 생산적, 창조적 애플리케이션은 결과가 중요하지만, 오락적인 애플리케이션은 과정 자체가 중요합니다. 이를 참고해 UX를 생산적 경험과 체험적 경험 두 가지로 나누겠습니다.
AI는 많은 생산적 경험을 대체할 겁니다. 문서 작성, 금융상품 가입, 이미지 생성. 이런 작업들은 점점 더 사용자의 직접 조작 없이 완료됩니다. 하지만 체험적 경험은 다릅니다. 게임을 하고, 친구와 대화하고, 콘텐츠를 탐색하는 과정 자체가 목적인 활동들은 자동화할 수 없습니다. 아니, 자동화해서는 안 됩니다.
SOL뱅크에는 쏠퀴즈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매일 야구 상식 퀴즈를 내고 정답을 맞히면 포인트를 줍니다. 포인트는 무시할 만한 금액이지만 사람들은 퀴즈를 풉니다. 만약 퀴즈의 정답을 선택하는 UI가 사라지고, AI가 대신 정답을 자동으로 맞힌다면 쏠퀴즈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다른 금융 앱에도 체험적 경험이 있습니다. 토스에는 고양이를 키우는 기능이 있습니다. 토스페이로 결제하면 고양이 사료와 장난감을 얻습니다.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은 시작할 때 함께 도전할 캐릭터를 고릅니다. 이들은 금융과는 전혀 상관없는 기능입니다. 효율성 관점으로 보면 불필요한 비용입니다. 하지만 금융이라는 지루한 행위에 작은 보상과 성취감을 더해서 사람들의 행동이 바뀝니다.
물론 조심해야 할 지점도 있습니다. 로빈후드는 주식 거래 때 폭죽을 터뜨리며 투자를 오락처럼 만들었다가 벌금을 내고 기능을 없애야 했습니다. 게임화가 사용자의 진정한 이익을 해치면 안 됩니다.
결국 UX 디자이너의 역할도 바뀔 겁니다. 효율적인 도구를 만드는 일은 AI가 대신하겠지만, 사람들이 즐기고 몰입할 수 있는 체험적 경험을 설계하는 일은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모든 생산적 작업을 처리해 주는 시대에도 우리에게 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