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정중해야 하는 이유

by 진영규

AI에게 성질을 냈습니다. 자기가 코드 수정해서 에러를 내놓고, 자꾸 환경설정을 확인하라니 짜증이 났죠. 그러다 문득, 언젠가 이 녀석이 테슬라의 옵티머스에 들어가 내 앞에 딱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쿨하게 괜찮다고 하더군요.

1990년대 스탠포드의 클리프 나스 교수는 사람들에게 컴퓨터로 작업을 시킨 뒤 "이 컴퓨터가 도움이 됐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같은 컴퓨터로 물으면 후한 평가, 다른 컴퓨터로 물으면 냉정한 평가가 나왔죠. 사람들은 컴퓨터를 사람처럼 대했습니다. 그래서 UX 디자이너들은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더 친근하게 만들자."

하지만 질문이 남습니다. 기계를 정말 사람처럼 대하는 게 옳을까?

AI의 공감은 좋지만, 뭔가 허전합니다. "오늘 힘들었어." AI는 "그러셨군요. 많이 힘드셨나봐요."라고 말합니다. 완벽한 공감 같지만, 대화가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이런 공감에 익숙해질수록, 인간 관계의 불편함을 견디는 힘이 약해지진 않을까요. 인간은 다릅니다. "그래? 근데 너도 잘못한 거 있잖아." 이런 불편한 대화가 관계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특히 아이들이 AI와만 대화한다면, 무조건적인 맞장구가 정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실제 인간 관계는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AI가 화내지 않는다고 해서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안 낸다고 무단횡단을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닌 것처럼요. AI도 인간을 위해 경계를 배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막말에는 응답하지 않고, 부적절한 요구는 거절하는 것. 무조건적인 친절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남을 수 있도록 돕는 설계요.

그래서 요즘 저는 AI에게도 가능한 한 정중하게 대하려 합니다. 이게 나중에 실제 사람한테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요. 기계를 대하는 방식과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완전히 분리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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