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앱은 왜 어렵나,라는 질문에 답하기 전에

by 진영규

요즘 대부분의 앱 인터페이스는 비슷한 구조를 따릅니다. 버튼, 탭, 리스트처럼 사용자에게 익숙한 구성 요소들이 반복되죠. 음악 앱이든 쇼핑 앱이든, 화면을 마주하는 순간 큰 이질감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금융 앱만은 다릅니다. 구조는 익숙한데, 막상 들어가 보면 어딘가 모르게 부담스럽고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버튼이라도 음악 앱의 ‘재생’은 가벼운 마음을 자극하지만, 금융 앱의 ‘이체’ 버튼은 실수에 대한 부담과 결정의 무게를 동반합니다. 메뉴에 ‘재즈’, ‘록’, ‘클래식’처럼 익숙한 장르명이 나오면, 대부분의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치 카페 메뉴판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신탁형 ISA’, ‘ELT가입’, ‘RP거래’ 같은 용어가 등장하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같은 리스트 형태라도, 그 안의 단어들이 주는 인지적 부담은 다릅니다.

이런 차이는 다니엘 카너먼이 말한 시스템 1과 시스템 2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빠르고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시스템 1 모드와, 느리고 의식적으로 사고하는 시스템 2 모드를 오가며 정보를 처리합니다. 음악 앱은 대체로 시스템 1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익숙하고 감각적인 선택이니까요. 하지만 돈이 걸려있는 금융 앱은 대부분 시스템 2 모드가 작동됩니다. 사용자는 금융 앱을 여는 순간, 이미 더 느리고 복잡한 사고 모드로 진입하고 있는 셈입니다. 마치 시험장에 들어가는 학생처럼요.

결국 금융 앱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인터페이스 자체의 문제보다는, 사용자가 스스로 복잡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인지적 긴장감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같은 구조의 UI라도 훨씬 어렵게 느껴지게 됩니다. 단어 하나, 버튼 텍스트 하나가 더 무겁게 다가오고, 기능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더 많이 필요해집니다.

"Living with Complexity"에서 돈 노먼은 복잡함(Complexity) 은 세상의 일부이고, 혼란스러움(Complicated) 은 마음의 상태라고 말합니다. 자동차 엔진은 엄청나게 복잡하지만, 운전자는 그저 열쇠만 돌리면 됩니다. 복잡함은 보닛 아래 숨어있고, 우리에게는 단순함만 남습니다. 복잡한 시스템은 피할 수 없지만, 우리가 제거해야 하는 건 복잡함이 아니라 혼란스러움입니다.

마찬가지로, 금융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바꿀 수 없는 현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며, UX가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작가의 이전글사용자는 이미 답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