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랜드에 놀러갔던 아이가 인형을 잃어버렸습니다. 시무룩해진 아이를 달래며 부모는 분실물 신고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며칠 후, 집으로 소포가 도착했습니다. 잃어버린 인형과 함께 사진 몇 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사진 속 인형은 디즈니랜드 곳곳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미키마우스와 함께, 퍼레이드 앞에서. 마치 인형이 혼자서 디즈니랜드를 즐기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요.
아이에게 인형은 그냥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친구였습니다. 디즈니랜드 직원들은 그걸 알고 있었던 거죠.
이 에피소드는 어떤 교수님이 들려주신 경험담 입니다. 아마 마케팅 과목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여러 호텔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인형을 헬스장에서 운동시키고, 기타를 치게 하고, 수영장에서 노는 사진을 찍어 보냈습니다. 소포를 받은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례입니다. 영국 건축가 Chris Hildrey의 ProxyAddress 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노숙자 지원을 연구하다가 발견한 건, 노숙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게 단순히 따뜻한 식사나 잠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들이 필요한 것은 우편물을 받을 수 있는 주소였습니다.
주소가 없으면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없고, 일자리 지원도 어렵고, 정부 지원금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는 영국의 빈집 50만 채를 활용해 노숙자들에게 '가상 주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한 49명 중 47명이 6개월 만에 노숙 상태를 벗어났습니다.
위 사례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문제가 아니라 의미를 본 것입니다.
분실물 센터 직원에게 인형은 '잃어버린 물건'이지만, 아이에게는 '헤어진 친구'입니다. 지원 프로그램 기획자에게 노숙자는 '기본 의식주가 필요한 사람'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사회적 연결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디자이너로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우리가 사용자를 안다고 착각할 때입니다. 페르소나를 만들고, 여정 지도를 그리고,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우리는 점점 더 사용자를 이해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해를 돕는 도구가, 이해를 대신해버리는 순간이 옵니다.
디즈니랜드 직원이 "분실물을 찾아드렸습니다"로 끝냈다면, 그건 직원의 세계입니다. 하지만 "친구가 무사히 놀다가 돌아왔어요"라고 말했을 때, 비로소 아이의 세계로 들어간 겁니다.
사용자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건 그들의 언어로 말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그들의 눈으로 보고, 그들이 느끼는 불안과 기쁨을 함께 느끼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더 많은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고객에게 이건 무엇인가요? 이게 왜 중요한가요? 이게 없으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이 질문들은 사용자 여정 지도가 보여줄 수 없는,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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