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입니다. 늘 그렇듯 노트북을 챙겨 집 앞 카페로 걸어갑니다.
겨울 내내 교복처럼 입던 옷들이 오늘은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아침 햇살에 묻은 온기가 어깨에 닿습니다. 카페까지 가는 짧은 길에서 봄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두툼한 패딩 대신 얇은 점퍼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겨울눈도 보송보송한 털 옷을 벗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3월이 가까워졌습니다.
어제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2026학년도입니다.
6학년 교실이 텅 비어 있습니다. 작년 아이들의 흔적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기한 내 파기해야 할 서류 상자만 교탁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교탁 위 미처 치우지 못한 작은 메모와 일상의 기록들을 상자에 담아봅니다. 종이 한 장, 낙서 한 줄에도 그날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흔들리는 마음도 함께 넣어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1년의 시간이 몇 개의 상자로 정리됩니다. 교실에는 더 이상 저의 자리도, 아이들의 자리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제가 사랑했던 그 자리는 이제 다른 이름들로 채워지겠지요.
몇 상자에 담긴 저의 시간을 들고 새로운 교실로 이동합니다. 텅 빈 교실을 천천히 채워갑니다. 볼펜도, 지우개도, 스테이플러도 손만 뻗으면 닿는 자리에 놓습니다. 아이들의 물건을 담아 둘 노란 바구니도 교탁 옆 한자리를 차지합니다. 물건들이 자리를 찾아갈수록 교실이 조금씩 제 숨을 닮아갑니다.
빛바랜 게시판 타이틀을 바라보다 작년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해 떨어진 타이틀을 키 큰 아이에게 다시 붙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선생님, 이거 얼마나 된 거예요?"
"10년도 넘었지. 아마 너희보다 나이 더 많을 걸?"
아이들은 동그랗게 뜬 눈으로 저를 보더니 "형" 하고 외쳤습니다. 그러고 보니, 환경 게시물들은 저와 함께 나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이 든 게시물은 올해도 제 옆을 채워줍니다.
책상 줄을 맞추다 보니 책상 높이가 한참 낮아졌습니다. 엉덩이에 닿던 아이들 책상이 허벅지 아래로 내려옵니다. 작아진 책상만큼 교실은 넓어졌지만 아직은 많이 비어 보입니다.
1년 살이 정리를 마쳤습니다. 교탁에 앉아 텅 빈 교실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창가에서 보이던 풍경도 어딘가 달라 보입니다. 명단 속 낯선 이름들이 아직은 어색합니다.
올해에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190일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게 될까요.
그냥,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습니다.